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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표 역전승에 가려진 수비 실수 곱씹어야

[올림픽 남자축구대표 평가전] 한국 3-1 우즈베키스탄

19.10.12 11:31최종업데이트19.10.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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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방송화면 캡처ⓒ KBS 방송화면 캡처


사흘 뒤에도 그들과 또 만나지만 진짜 대결은 아직 시작도 안 했기에 역전승 결과만 놓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선발로 나선 세 명의 수비수들이 차례로 저지른 실수 장면은 그야말로 옥의 티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이 11일 오후 8시 35분 화성종합 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1차 평가전에서 3-1 역전승을 거뒀다. 

수비수 둘의 실수가 겹치는 바람에 균형 깨져

이 두 팀은 모두 2020년 도쿄 올림픽 본선 무대까지 넘보고 있는 아시아 축구의 강호들이다. 내년 1월 열리는 AFC(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다시 만나야 하며 거기서 3위 이내의 성적을 거둬야 도쿄행 티켓을 받아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두 차례의 평가전을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게임 초반에는 양팀 선수들이 전체적인 경기력을 노출시키지 않는 운영을 펼쳤다. 무리하게 격돌하지 않은 것이다. 조직력이 드러나는 패턴 플레이보다 선 굵은 축구를 보여주는 흐름이었다. 

어웨이 팀 우즈베키스탄은 왼쪽 날개 공격수 압디칼리코프의 앞 공간으로 롱 패스를 넘겨주는 시도를 자주 보였고, 김학범호는 미드필더 숫자를 많이 두고 빠른 압박 축구로 비교적 높은 지역에서 상대의 실수를 이끌어내는 게임 흐름을 만들고자 했다.

조심스러운 게임 흐름은 어이없는 실수로 깨져버렸다. 김학범 감독이 내세운 세 명의 수비수 중에서 오른쪽에 선 장민규가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긴 패스를 부정확하게 날려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20분, 우즈베키스탄의 왼발 에이스 야크시바예프는 한국 수비수 장민규의 킥 실수를 틈타 가슴 트래핑으로 가로챈 뒤 곧바로 빠른 역습 드리블 기술을 자랑했다. 그 앞을 막아선 한국의 또 다른 수비수 김재우가 야크시바예프의 방향 전환 드리블 타이밍을 가볍게 생각한 탓으로 오른발 선취골이 나왔다. 각도를 잡는다고 그 뒤에 버티고 있던 골키퍼 송범근도 야크시바예프의 재치있는 오른발 슛 타이밍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한국 올림픽대표팀의 수비 실수는 우즈베키스탄의 선취골 순간만 문제된 것은 아니었다. 어렵게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전반전 추가 시간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센터백 정태욱의 빌드 업 욕심이 컸다. 아찔한 자리에서 공 소유권을 빼앗긴 정태욱 때문에 상대에게 결정적인 유효 슛을 내준 것이다.

40분에 우즈베키스탄 수비형 미드필더 오이벡 루스타모프가 우리 왼쪽 윙백 강윤성의 역습 드리블을 거친 파울로 끊었을 때 션 인 하오(중국) 주심이 곧바로 두 번째 옐로 카드를 내밀며 단호하게 퇴장 명령을 내렸고, 이로 인해 한결 여유 있는 게임 운영을 펼칠 수 있는 흐름이 형성됐지만 한국 수비수들이 저지른 실수는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세트 피스로 2골, 오픈 플레이로 1골 칭찬해

수비 실수로 먼저 골을 내주며 끌려간 한국 선수들은 37분에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수비수 장민규 몸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뀐 공을 또 다른 수비수 김재우가 달려들며 오른발 발리 슛으로 차 넣어 1-1 점수판을 만들었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평정심을 되찾았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과정이었다. 이 동점골 후 3분만에 상대 팀 수비형 미드필더가 퇴장당했으니 우리가 원하는 게임 양상이 펼쳐진 셈이었다. 

하지만 수비 불안은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55분에 한국 수비수 김재우의 실수가 또 나왔다. 골키퍼 송범근의 급한 패스를 받아서 빌드 업을 시도했지만 압박해 들어오는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을 대비하지 못하고 공을 빼앗긴 것이다. 여기서도 우즈베키스탄의 실질적인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야크시바예프의 왼발 중거리슛이 터져나왔다. 비록 슛 정확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한숨을 돌렸지만 전반전부터 계속된 수비 실수는 고질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비 실수도 모자라 마무리 집중력과 섬세함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57분에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잡은 엄원상이 특유의 빠른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상대 골키퍼 압두보키드 네마토프까지 따돌리고 오른발 슛을 날렸는데 공은 오른쪽 기둥 하단에 맞고 나갔다.

이 골대 불운도 모자라 4분 뒤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정태욱의 헤더 패스를 받은 김재우가 전반전 귀중한 동점골 상황처럼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빠져들어가며 골문 바로 앞에서 왼발 인사이드 슛을 시도했는데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로 높게 뜨는 바람에 크로스바를 때리고 말았다. 골 라인 바로 앞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띄워차기도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71분에 또 하나의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역전 결승골로 살려낸 것이다. 킥 정확도가 뛰어난 미드필더 김동현이 오른쪽 코너킥을 감아올렸고 골잡이 오세훈이 제자리에서 솟구쳐 헤더 골을 성공시켰다.

4분 뒤에는 멋진 역습 오픈 플레이로 쐐기골을 뽑아냈다.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 오세훈의 왼발 아웃사이드 전진 패스가 후반전 교체 선수 정우영에게 정확하게 연결됐고 상대 수비수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한 정우영이 또 다른 교체 선수 김진규의 쉬운 오른발 인사이드 골을 도와주었다.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한 작품이었다.

'정우영-오세훈-엄원상'으로 이어지는 괜찮은 조합도 발견했지만 수비 실수가 반복되는 심각한 과제를 확인한 김학범호는 오는 14일(월요일) 오후 8시 장소를 천안종합운동장으로 옮겨 두 번째 평가전을 벌이게 된다.

O 올림픽 남자축구대표 평가전 결과(11일 오후 8시 35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

O 한국 3-1 우즈베키스탄 [득점 : 김재우(37분,도움-장민규), 오세훈(71분,도움-김동현), 김진규(75분,도움-정우영) / 야크시바예프(20분)]

O 한국 선수들
FW : 오세훈, 엄원상
MF : 강윤성(74분↔김진야), 김동현(83분↔김준범), 한정우(46분↔정우영), 맹성웅(90분↔차오연), 윤종규(63분↔김진규)
DF : 김재우, 정태욱, 장민규(46분↔이유현)
GK : 송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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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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