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박찬욱 감독도 진땀 나게 한 '대가'의 돌직구

[BIFF 현장] <박쥐> 송강호-김옥빈 키스 장면 두곤 "궁극의 키스라 생각해"

19.10.07 09:09최종업데이트19.10.07 09:09
원고료주기

박찬욱 감독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랫폼 부산-필름 메이커 토크’에 참석해 영화 현장에서의 자세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성호


박찬욱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전 세계 영화학도들과 만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신세계 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플랫폼 부산-필름 메이커 토크' 자리에서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현장에서의 자세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핵심이었다. 

<박쥐> 일부 영상을 가져온 박 감독은 "현장에서 매 테이크를 찍을 때마다 배우들, 촬영감독과 회의하면서 이것저것 고쳐가며 찍은 작품"이라며 "해외영화에선 상상할 수 없는 사치를 누렸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제가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이라 소개했다.

또한 후반부 배우 송강호와 김옥빈이 서로의 피를 빨며 격렬하게 키스하는 장면을 짚으며 "<박쥐>를 구상하기까지 10년이 걸렸는데 뱀파이어 영화를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처음 떠올린 장면이 이것"이라며 "<박쥐>의 씨앗과도 같은 장면"이라 말했다. 

서로의 피를 빠는 장면을 두고 그는 "이것이야말로 궁극의 키스가 아닐까 싶었다"며 "해외영화까지 통틀어 궁극의 키스 장면이라 생각한다"고 재치있게 덧붙이기도 했다.

영화에 담긴 감독의 유머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박쥐>에 앞서 <친절한 금자씨> 일부 장면을 틀던 그는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유머"라며 "슬픈 영화를 더 슬프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유머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찬욱 감독은 투자자와 프로듀서 및 스태프와 의견이 충돌할 때 대처하는 법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 "신인 감독은 물론이고 오늘 낮 같이 점심을 먹은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도, 이 분의 동료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도 아주 고민인 부분"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 누구도 작품을 할 때마다 완벽한 권한을 계속 가질 수 없다. 독립영화에선 가능하겠지만 큰 예산의 상업영화에선 (권한을 계속 갖는 게) 불가능하다. 어차피 겪을 일이라면 현명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전 늘 함께 작업하는 프로듀서나 스태프들에게 (내가) 경청하고 있음을 알린다. 그들의 제안과 내 의견이 달라도 최선을 다해 검토하겠지만 도저히 타협 안 되는 마지막 순간엔 내 의견을 따라 달라고 미리 말을 한다. 

내 의견과 다르다고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는 건 손해보는 짓이다. 감독은 친구를 만들어서 자기편을 가져야 한다. 고집만 부리면 사면초가에 몰린다. 터무니없는 말이라도 생각해보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저 사람의 것도 내 것도 아닌 제3의 좋은 의견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러려면 고민을 처절하게 해야지. 물론 결국 싸울 때도 있다. 이 영화를 떠나겠다고 협박할 때도 있었다. 근데 협박은 사실 협박으로 끝나면 안 된다. 정말 모든 걸 잃고, 업계의 평판이 땅에 떨어질 것도 각오하고 그런 말을 해야 상대 마음이 움직인다."


이런 박찬욱 감독도 진땀을 뺀 순간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를 찍을 당시 관록의 작곡가 필립 글래스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하는 게 힘들었다고 전했다. "살아있는 위대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인데 그분에게 이거 빼주세요, 넣어주세요 하는 게 식은 땀이 나더라"며 박찬욱 감독은 "땀을 뻘뻘 흘리며 얘기를 마치고 통화가 끝날 때 '당신 같은 대가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게 어렵다' 하니 '괜찮다'며 자기 의견 확실한 게 좋다 하시더라"고 말했다.
 

▲ 박찬욱 감독, 영화학도에게 들려준 이야기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알아야”박찬욱 감독이 6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랫폼 부산-필름 메이커 토크’에 참석해 영화 현장에서의 자세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성호

 
"'어영부영 넘어가서 뒤늦게 아니라고 하는 것보단 그때그때 똑 부러지게 하는 게 좋다. 어차피 네 영화니까'라고 하셨다. 그 뒤로 더욱 과감하게 의견을 말했지(웃음). 전 혼자서 끙끙 앓지 않는다. 항상 대화 상대를 찾는 게 좋다. 각본을 쓸 때면 작가를 만나고 그런다. 가끔 현장에 나갔을 때 머릿속이 하얘질 때가 있다. 그걸 누군가에게 밝히는 걸 부끄러워 말라. 물론 은밀하게 얘기해야지(웃음).  

전 일이 안 풀리면 잡담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작업하고 있는 작품 이야길 조금씩 섞는다. 그런 걸 시간 아깝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다면 일단 그 신을 대충이라도 써놓고 넘어간다. 절대 공백으로 남기지 않는다. 엉터리 각본이라도 마지막까지 일단 끝내야 고치기 쉽다. 대충이라도 한번 완성해 놓으면 전체를 보는 힘이 생긴다. 완성이 안 되면 누구라도 도와줄 수 없지.

핵심은 현장에 있다. 그래서 어떤 스파크가 일어나면 대사도 카메라 위치도 다 바꾸고 그러는 거다. 그게 잘 될 때 희열이 있다. 제가 추구하는 건 배우, 기술자, 작곡가 등 스태프와 함께 만드는 방식이다. 제 머리에서 모든 게 나왔어도 그들에 의해 수정되고, 그들이 (영화를) 자기 것으로 느끼게 하는 즐거움 또한 있다. 이런 즐거움들을 알고 싶지 않다면 영화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랫폼 부산-필름 메이커 토크’에 참석해 영화 현장에서의 자세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성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AD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