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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에서 벗어난 위인 13명의 이야기

[리뷰] 에든버러 페스티벌서 극찬 받은 < 13후르츠케이크 >

19.09.30 14:30최종업데이트19.09.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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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소년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결코
우리들을 떠나지 않는다
여기저기 길을 거닐고
북으로 남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고
힘을 과시해보고, 팔꿈치를 뻗어보고
손깍지를 끼고
무장을 한 채, 두려움을 모르는 채,
먹고 마시고, 잘자고, 사랑한다
우리가 가진 것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 서로를 꼭 끌어안은 우리 두 소년 
 

13후르츠케이크ⓒ 13후르츠케이크


< 13후르츠 케이크 >는 안병구 연출, 이지혜 작곡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축제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지난 5일부터 백암아트홀에선 에드버러 페스티벌에서 극찬을 받은 한국 문화예술 5작품을 선정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 13후르츠케이크 > 외에도 극단 타고의 <맨 앤드 드럼(Man And Drum)>, 극단 후암의 <흑백다방>, 극단 초인의 <스프레이> 등이 올랐다.
 
2018년 6월 '토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라마마(La MamaE.T.C)극장의 스톤월 항쟁 50주년 LGBTQ 기획공연 중 유일하게 초청받기도 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랜도'를 모티브로 창작된 음악극으로, 기존의 LGBT(성소수자 중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합쳐서 부르는 단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주로 다루던 혐오와 반감, 무관심, 침묵 등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에 고통 받는 현실을 고발한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맞서는 희생적 저항, 또는 일부 희화된 캐릭터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다소 어두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인류의 발전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위인이자 성소수자인 13인의 삶을 그렸다.
 
올랜도와 후르츠케이크, 하르모디우스와 아르스토케이톤, 동시안, 혜공왕,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장 칼뱅,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피오트르 차이코프스키, 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 엘레노어 루즈벨트, 거트루드 스타인, 앤런 튜링 순서로 무대가 꾸며졌고, '낯선이에게' '서로를 꼭 끌어안은 우리 두 소년'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 '감각' '사랑의 상처들' 등의 곡으로 감성이 더해졌다.
 
역사상 최초의 성소수자 군주라 불리는 신라 혜공왕. 그가 즉위하고, 두 번의 지진이 있는 등 변고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시해 당했다. 이어, 형형색색 원피스, 속옷을 입고, 구두를 신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또, 사랑하는 이의 낮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자신의 옷깃을 자른 중국 왕,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일화, 사랑하는 이의 결혼 소식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인어공주>의 주인공 안데르센에 관한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특히 상상력을 극대화 시키는 배우들의 표현이 극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대사 없는 미장센극입니다. 원어로 불러지는 노래의 한국어 자막을 사용하지 않으니, 가사집과 시와 번역을 참조하시고 극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작품이 시작되기 전 펼쳐진 이 같은 멘트처럼, < 13후르츠케이크 >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로만 국한시킬 수 없다. 무대 뒤로 작품 설명이 담긴 영상이 흐르고 오페라 음악이 귀를 채운다. 배우들은 대사 대신 몸짓과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알아듣기 힘든 원어로 노래가 흘러도, 작품에 대한 이해는 어렵지 않다. 배우들의 호흡과 표현으로 감각을 충분히 채울 수 있었기에 가능한 무대다. 덕분에 다양한 감정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다르게 담고, 다르게 풀어낸 각각의 작품을 연달아 보는 듯하다. 13인의 이야기가, 13조각의 후르츠케이크처럼, 색깔, 맛, 향 등 모두 다르다.
 
하지만 한국 정서에는 다소 불편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곳곳에 녹아있다. 아직 < 13후르츠케이크 >처럼, 성소수자에 대해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국내에는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 13후르츠케이크 >에는 대표 드랙퀸 '모어' 모지민을 비롯해, 장자영, 고대완, 김경록, 기나연, 김지웅, 김현희, 박루아, 박상민, 이기현, 이정윤 등이 무대에 올랐다.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공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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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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