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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추적한 '지록위마' 매진에 수상까지

[결산] DMZ국제다큐영화제 산업 프로그램 안착 속 폐막... 분단 다큐 돋보여

19.09.28 16:31최종업데이트19.09.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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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다큐멘터리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인 <애국자게임2-지록위마>의 한 장면 ⓒ DMZ다큐영화제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수준 높은 작품에 대한 호평과 올해 첫 시도한 산업 프로그램 DMZ인더스트리의 성과 속에 27일 폐막했다.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의 전반을 추적해 현재적 의미를 짚어 본 경순 감독의 <애국자게임2-지록위마>는 매진 열풍 속에 관객상까지 수상하며 올해 DMZ다큐영화제 최고 화제작이 됐다.
 
27일 열린 폐막식에서는 11개 부문 수상작이 발표됐다. 대상인 국제 경쟁 흰기러기 상에는 알제리 하센 페르하니 감독의 < 143 사하라스트리트 >이 선정됐다.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해 온 하센 감독은 거대한 공허함으로 표현되는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 작은 가게의 주인 말리카와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과 짧은 교감의 순간을 꿈처럼 담아냈다. 사막 한복판에서 삶의 에너지로 충만한 소우주 같은 작은 가게를 시적이고 유려한 화면으로 그린다.
 
한국 경쟁에는 이승준 감독의 <그림자 꽃>이 최우수다큐멘터리상에 선정됐다. 탈북 브로커에게 속아 남한으로 오게 된 북한 여성 김련희씨가 가족들이 있는 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7년간 고군분투하지만 남북의 이데올로기 앞에서 가로막힌 현실을 그렸다. 남북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한국경쟁 최우수상과 관객상은 분단과 냉전 이데올로기의 광풍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DMZ다큐영화제의 정체성을 보여준 수상으로 평가된다. 올해도 DMZ다큐영화제는 남북분단과 분쟁지역의 현실을 담은 영화들이 여러편 상영됐는데, 대중성이나 작품성 면에서 관객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관객상의 경우 그간 수상한 작품들마다 개봉을 통해 화제를 모았는데, 경순 감독의 <애국자 게임2-지록위마>는 주말상영이 아닌 평일에 상영됐음에도 매진돼 더욱 화제가 됐다. 경순 감독은 "관객들이 선택해 주신 것은 다시는 이런 조작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남이 필요하는 뜻을 담아 관객상 투표에서 몰표를 주신 것 같다"며 "관객들에게 감사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DMZ 인더스트리 호평
 

23일~26일까지 열린 파주 지지향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DMZ인더스트리 ⓒ DMZ다큐영화제

 
올해 영화제는 지난해 8월 집행위원장을 맡은 홍형숙 감독의 색깔이 잘 드러난 행사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많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홍형숙 집행위원장은 부드러운 리더십 속에 영화제를 이끌면서 새로운 10년을 향한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해는 이미 준비된 행사의 책임을 맡았다면 올해는 모든 프로그램과 행사를 직접 챙기며 안정적인 행사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첫 걸음을 뗀 'DMZ인더스트리'는 홍형숙 집행위원장이 다큐멘터리 관계자들의 요청을 수용해 이뤄낸 대표적인 성과다. 홍 위원장은 지난해 신임 집행위원장 임명과 동시에, 영화제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영화인을 중심으로 한 '미래비전TF', 경기도와 의회, 영화제, 다큐멘터리 영화인이 참여한 '발전방안TF' 를 운영했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제의 비전과 혁신방형을 정리했고, 특히 '지속가능한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위한 산업적 플랫폼 마련'이라는 공통의 목소리를 실현하기 위해 DMZ 인더스트리를 신설했다. 영화인들의 의견과 제안에 귀 기울이고 소통한 결과물이다.
 
DMZ인더스트리는 기획되거나 제작을 준비 중인 영화에 대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이다. <그림자 꽃>은 후반 작업 지원을 받기도 했다. 지난 23일~26일까지 파주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에서 펼쳐진 행사에서는 공개적인 피칭을 통해 29편의 지원작을 선정하고 3억 3천만 원의 상금을 시상했다.
 
최우수 프로젝트로는 이일하 감독의 <모어(가제)>와 하레 디엠 감독의 <안개 속의 아이들>이 선정되어 각 3천만원의 제작지원금을 받았다. 프로덕션 피치 우수 프로젝트로는 전찬영 감독 <마더케어서비스>, 클레어 샌포드 <평양유학생>, 찬치운 <홍콩, 블루 아일랜드>, 첸동난 <광야에서의 노래>까지 한국과 아시아 각 2편, 총 4편이 선정됐다.
 
완성된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러프컷 프레젠테이션 부문에는 독특한 비주얼 감각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던 작품들이 선정됐다. 푸시펜드라 싱 감독의 <사막의 진주>가 최우수 프로젝트 수상 영예를 안았다. 박강아름 감독의 <박강아름 결혼하다>와 한멍 감독의 <나는 스모그 감시관>은 우수 프로젝트로 수상했다.
 
피칭 진행 최고 수준
 

DMZ인더스트리 피칭 모습 ⓒ DMZ다큐영화제

 
DMZ인더스트리 피칭을 지켜본 한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은 "한국과 아시아 작품의 편차가 있었다"며 "아시아 작품들의 수준이 더 괜찮아 보였다"고 평가했다. 행사 운영에 대해서도 "시설이나 진행 모두 최상이었다"고 호평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한경수 프로듀서는 "아시아 작품 중 눈에 띄는 작품들이 몇 편 있었다"면서 "전체적인 작품의 수준은 비슷했고, 가장 최적화 된 피칭 환경으로 피칭 참여자들 모두에게 높은 만족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기존 인천영상위원회가 주관하던 인천다큐멘터리포트가 내부 사정으로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사라진 이후, 공백에 대한 우려를 'DMZ인더스트리'가 잘 대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칭을 보기 위해 찾은 국내외 영화 및 다큐 관계자들이 인천다큐멘터리포트보다는 적었다는 점은 첫 행사였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가 됐다.
 
DMZ다큐영화제 한 관계자는 "올해 첫 걸음을 무사히 뗀 만큼 지적된 사안들을 보완해 더 나은 행사를 만들어가겠다"며 "다큐멘터리인들과 지속적인 소통 노력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11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야외상영 모습 ⓒ DMZ다큐영화제

 
다큐멘터리 관계자와 마니아층을 위한 전시와 학술 행사들도 호평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대중화를 위한 야외상영 역시 적지 않은 관객들의 관심 속에 진행됐다.
 
저널리즘 다큐로 소개된 4대강 다큐 <삽질>은 개봉을 앞두고 재편집된 개봉 버전을 공개하며 관객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4대강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이 오가는 등 개봉을 앞두고 기대감을 높였다.

홍형숙 집행위원장은 8일 간의 행사를 마감하며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모두가 함께 영화제를 준비했는데, 많은 관객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행복한 8일이었다. 영화제를 찾아주신 모든 관객과 감독,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DMZ다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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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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