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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겠다"는 인도 여성... 그 선언이 가져온 변화

[리뷰]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시아경쟁 수상작 <사랑에 관하여>

19.09.28 15:59최종업데이트19.09.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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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시아경쟁작 <사랑에 관하여> 포스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재개발이 한창인 인도 뭄바이의 오래된 건물에서 3대가 모여 사는 아르차나 파드케 감독의 집은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다. 집안의 실권은 철저히 파드케 감독의 할아버지, 아버지 등 남자들이 쥐고 있다. 돈 관리도 가장인 남자만 할 수 있고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도 여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되는 편이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 태어난 파드케 아버지와 어머니 같은 경우에는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며 함께 일을 진행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무조건 남자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가부장제는 한국이나 인도나 여성들을 힘들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삶을 이어간다.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시아경쟁작 <사랑에 관하여>는 전형적인 사적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영화에 등장 하는 이들은 모두 파드케 감독의 가족이며, 그들을 카메라로 찍는 감독 또한 카메라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을 뿐 자신이 촬영하는 대상들과 함께 호흡하며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영화는 가족 이외의 다른 이야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영화의 주된 관심사는 오직 감독의 가족이다. 그럼에도 전형적인 가부장적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남성중심적 인도 사회의 여성 차별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꼬집어낸다. 

14년째 연애 중인 파드케 감독은 빨리 결혼을 하라는 가족들의 열화같은 성화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버티는 중이다. 그녀가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다. 감독의 아버지와 함께 집에서 조그마한 회사를 운영하는 감독의 어머니는 늘 남편에게 주눅들어 있고 남편에게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책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 준다.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시아경쟁작 <사랑에 관하여>ⓒ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놀랍게도 감독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연애 결혼으로 부부가 된 사이다. 그럼에도 본인도 의도치 않게 아내에게 상처를 주는 감독 아버지의 가부장적 면모는 딸의 비혼 결심을 더욱 부추긴다. 

하지만 감독 할아버지의 욕설과 '신경질'을 다 받아주어야했던 감독의 할머니에 비하면, 감독 어머니의 상황은 조금 더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가족 내에서 일상적으로 만연해있는 남자들의 여성 억압과 폭력은 여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한국보다 여성 인권이 후퇴한 인도라고 한들, 현재 30대에 접어든 파드케 감독은 비혼을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관철시킬 수 있는 의지 또한 충분해 보인다. 허나 파드케 감독보다 더 일찍 태어난 여성들은 남성과의 결혼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파드케 감독의 할머니, 어머니와 비슷한 또래의 한국 여성들이 처한 상황도 그러했다. 아무리 여성 인권이 예년에 비해서 성장했다고한들 비혼을 선택한 여성들은 여전히 결혼을 못한 존재 혹은 하루라도 빨리 결혼을 해야 하는 존재 정도로 치부된다.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시아경쟁작 <사랑에 관하여>ⓒ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오빠의 결혼을 앞두고 감독을 향한 가족들의 결혼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시점에서 감독은 카메라를 든다. 그리고 가족들을 찍는다. 그 움직임은 흡사 내가 당신들 사는 모습을 보고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시위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자신과 같은 집에서 거주할 뿐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고있는 가족들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단순히 가족 이라서 이해하고 참고 넘어가는 것도 있겠지만, 감독은 가족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마음을 애써 숨기려 하지 않는다.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감독의 다큐 영화 제작 과정은 감독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변화하게 만든다. 감독의 어머니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글을 쓰기 시작했고, 감독의 아버지 또한 이전의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태도에서 벗어나 아내와 딸의 생각을 존중하는 모습을 조금씩 보여 준다. 그리고 감독은 가족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묵묵히 카메라에 담는다.

영화에서 감독의 어머니는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하냐"라고 말한다. 감독의 어머니가 글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면, 그녀의 딸이자 또다른 여성인 감독은 카메라를 매개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면서 그들과의 소통을 꿈꾼다. 여성이 카메라 혹은 글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얼마나 인상적인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관한 흥미로운 영화다. 

한편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한 <사랑에 관하여>는 작품성과 시의성을 인정받아 아시아의 시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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