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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도중 실수해도 박수 보낸 청중들... 틀려도 괜찮아

[리뷰]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희망을 전달하는 기타리스트의 성장담

19.09.27 14:43최종업데이트19.09.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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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포스터ⓒ (주)영화사 풀

 
한 여성이 기타를 연주한다. 여느 공연처럼 무대 앞은 청중들로 가득하다. 화면이 전환될 때마다 연주 장소는 다른 곳으로 바뀐다. 뮤지션이 자발적으로 버스킹 공연을 벌이는 장면이거나 그도 아니면 특정 행사에 초대되어 연주하는 장면을 편집하여 모아놓은 것임이 분명했다.

그녀의 연주 모습에 유독 눈길이 닿았던 건 손놀림이 무척 섬세해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흔히 봐온 기타리스트들의 현란한 연주 솜씨와 달리, 움직임이 어딘가 모르게 경직된 듯한 느낌이었다.
 
희망을 전달하는 기타리스트 김지희씨는 지적장애인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지 못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어온 까닭에 그녀가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게 다가왔던 것이다.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는 지적장애인인 김지희씨가 기타리스트로 살아가면서 꿈을 향해 연습하고 희망을 길어 올리기 위해 날마다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스크린에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스틸 컷ⓒ (주)영화사 풀

   
지적장애인으로 태어난 김지희는 어떻게 기타리스트가 될 수 있었을까? 어릴 적 기타 신동으로 널리 알려진 장성하의 연주 장면을 유튜브를 통해 접한 뒤 기타를 손에 쥐게 되었다는 그녀. 공부 등 다른 것과는 달리 기타를 연주할 때만큼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개인 교습을 통해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올린 김지희씨. 그녀의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지고 각종 행사에 초대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기타리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사실 김지희씨가 오늘날과 같은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게 된 배경엔 그녀의 어머니 이순도씨의 영향이 크다. 김지희씨의 뒤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스케줄을 관리해왔고, 그녀가 감정의 기복을 드러낼 때마다 토닥여주는 역할을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늘 어머니에게 의지하고 어머니의 뒤로 숨고 싶어 하던 김지희 씨에게 있어 어머니는 세상 전부에 다름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는 기타가 그녀를 지탱해준 수호천사였다면, 무대 아래로 내려와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는 어머니가 그녀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었던 셈이다.
 
매일 희망을 꿈꾸며 연습에 몰두하는 김지희씨.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서툴러 늘 아쉬워했는데, 평소 어머니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깊었던 그녀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새로운 기타 연주곡으로 승화시키는 일에 도전하기로 한다.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작업은 가능했으나, 직접 곡을 쓰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상황. 평소 기타 교습을 도왔던 선생님의 도움으로 자신의 느낌을 곡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도한다. 곡의 제목은 <엄마의 뒷모습>. 계속되는 연습과 반복 연주로 점차 심신이 지쳐가는 김지희씨. 그녀는 난관을 극복하고 기타리스트로서 한 단계 도약을 이룰까?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스틸 컷ⓒ (주)영화사 풀

   
김지희씨가 더 좋은 기타리스트로서의 도약을 위해서는 감정 표출 등 표현력을 기르고 느낌을 가다듬는 노력이 절실했다. 그녀의 어머니 이순도씨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그녀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김지희씨가 또래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관계를 넓혀 사회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교류의 기회를 제공한다.
 
비록 서투르긴 했으나, 다른 이들처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발현하고 싶었던 김지희 씨. 그러나 아직까지는 드넓은 바닷가에 가서도 차마 크게 소리를 내지르지는 못한다. 힘겹게 내지른 소리는 목구멍 안에서 맴돌기만 할 뿐 밖으로 온전히 표출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일 노력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마침내 어머니의 보호를 떠나 그녀 홀로 서울로 향하고, 바닷가에서 내지르고 싶은 대로 마음껏 감정을 표출하게 되던 날, 그녀는 비로소 한 단계 성장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스틸 컷ⓒ (주)영화사 풀

   
김지희씨가 연주 도중 실수하거나 악보를 잊어버려 연주를 멈춰도 청중들은 결코 그녀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힐난하지 않는다. 도리어 박수를 보내며 괜찮노라고 응원의 힘을 보탠다. 썩 잘하지는 못해도, 아울러 비록 더디게 가더라도 청중들은 그녀를 기꺼이 기다려준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초시대로 불릴 정도로 빠르고, 그래서 정신이 없다. 무엇이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한 세상. 이런 세태 속에서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는 천천히 가도 좋으니 관객들에게 잠시 쉬어가라며 슬그머니 손짓을 보내온다.
 
이 영화는 한 뮤지션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한 편으로는 기타 연주곡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니 음악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기타리스트로서 한 단계 도약을 꿈꾸는 과정을 그렸으니 성장담이기도 하다. 더불어 희망을 이야기한다. 기타리스트 김지희 씨가 차근차근 노력하며 희망을 길어 올리는 지난한 과정은 관객들에게 치유와 위안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픽션이 아닌 다큐이기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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