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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를 포기해야 한다면?" 평양 사람에게 물었더니...

[리뷰] 영화 <헬로우 평양> 독일 영화인들의 비밀 촬영으로 드러난 '지금 평양'

19.09.20 09:59최종업데이트19.09.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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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헬로우 평양> 포스터ⓒ (주)비싸이드픽쳐스


그동안 북한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은 영화는 꾸준히 극장가에 소개되었다. 먼저 선전 영화의 이면을 다룬 <태양 아래>(2015)가 떠오른다. 양영희 감독의 <디어 평양>(2006), <굿바이 평양>(2009) 연작에서도 북한의 삶이 등장한 바 있다. 최근 개봉한 <앨리스 죽이기>(2017)에서도 북한 여행기를 만날 수 있었다.

<헬로우 평양>은 독일인 그레고르 뮐러와 친구 필립의 평양 여행기를 소재로 삼았다. 그들이 북한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레고르 뮐러는 2012년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며 많은 뉴스가 쏟아지자 북한 사회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오랜 격언인 "한 번 보는 것이 천 번 듣는 것보다 낫다"를 떠올리며 2013년 북한으로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힌다.

북한이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임은 여행 준비 과정에서부터 나타난다. 보통 다른 국가를 여행할 때엔 직접 항공편과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 북한의 경우는 다르다. 입출국을 비롯한 모든 예약은 북한이 지정한 에이전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한, 입국하기 전에 여행 과정을 보도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사인해야 한다. 사진 촬영만 허락되고 음성 녹음이나 동영상 촬영은 일절 금지된다. 엄격하게 금지된 동영상 촬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레고르 뮐러는 DSLR 카메라에 검정테이프를 붙여 몰래 촬영했다고 설명한다.

"촬영이 항상 쉽지 않았다. 일부 장면은 주변 음향이 시끄러웠고 조명도 좋지 않았다. 따라서 상황에 맞게 자료를 기록하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 카메라를 사용해 눈에 띄지 않게 만들었다. 여기 적색 녹화 등은 테이프로 가리고 촬영에 임했다."
 

영화 <헬로우 평양>의 한 장면ⓒ (주)비싸이드픽쳐스


<헬로우 평양>은 다양한 재미를 갖추었다. 무엇보다 훔쳐보는 재미가 크다. 그레고르 뮐러와 필립은 북한으로 가능 여러 경로 가운데 북경에서 평양까지 25시간이 소요되는 기차를 선택한다. 그들은 중국의 북경에서 출발하여 단동 기차역을 거쳐 북한의 신의주로 입국하는 과정, 평양에 도착한 후엔 2명의 조로 구성된 가이드와 함께 이동한 일정 전체를 카메라에 담았다.

영상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솔직한 북한의 풍경이 새겨져 있다. 그레고르 뮐러는 고려호텔 33층에서 평양 건물을 내려다보며 '1970년대 회색 SF 도시' 같다고 말한다. 1970년대에 멈춰버린 도시에 정부가 주도한 105층의 '류경호텔' 등 거대한 랜드마크가 공존하는 광경을 묘사한 흥미로운 표현이다.

가이드가 짠 일정은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장소로 채워젔다. 그레고르 뮐러와 필립은 7만5천 평방미터에 달하는 '김일성 광장'과 높이가 170m에 달하는 '주체사상탑'에 간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적을 전시하는 '조선혁명박물관', 해방 이후 김일성의 빨치산 활동과 관련한 항일운동가들의 묘역인 '대성산 혁명열사릉', 북한 청소년에게 음악, 스포츠, 댄스, 수공예 등을 가르치는 '평양 학생소년궁', 대규모 학습장인 '인민 대학습당'을 차례로 방문한다. 그 외에도 '김정은의 사진 전시회'와 '김일성화-김정일화 박물관'의 꽃 박람회도 들른다.

'아리랑 축제'는 두 사람이 가장 흥미롭게 여긴 일정이다. 그레고르 뮐러는 15만 명을 수용하는 북한 최대의 종합 체육경기장인 '5월 1일 경기장'에서 10만 명 이상이 참가하여 모자이크 배경을 만드는 장관을 접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가장 인상적인 공연"이라고 놀라워 한다.
 

영화 <헬로우 평양>의 한 장면ⓒ (주)비싸이드픽쳐스


영화는 평양의 도시 설계에 주목한다. 평양은 대동강을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모든 곳에서 중요한 건축물들이 잘 보이게끔 만들어졌다. 중요한 건축물은 대부분 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과 당 창건 기념탑을 축으로 늘어서 있다.

평양의 대표적인 도로인 '승리거리'는 중요한 건축물들과 지나가고 이 길을 따라 '평양개선문'을 통과하면 '만수대 언덕'과 '김일성 광장'에 연결된다. 평양의 중심지인 '김일성 광장'에선 평양 동쪽 지역이 한눈에 보인다. 그레고리 뮐러는 평양과 이념적 목표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설명한다.

"평양은 전쟁 동안 90%가 파괴되었다. 결과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회주의 모델로 짓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서 평양 건축물은 이념적 목표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이 사회주의 모델 도시를 걷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들은 북한의 특징으로 '김씨 일가의 우상화'를 꼽는다. 북한에선 김씨 일가의 초상화, 동상, 실물 크기의 인형을 쉴 새 없이 접하게 된다. 북한에서 며칠을 보내면서 끊임없는 주입식 정보, 이미지 등으로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들게 만들어 선전, 선동에 물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토로할 정도다. 북한은 도시, 나아가 국가 자체가 하나의 이데올로기 공간인 셈이다.
 

영화 <헬로우 평양>의 한 장면ⓒ (주)비싸이드픽쳐스


철저한 감시 속에서도 두 사람은 가이드를 포함한 평양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북한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는다. '북한이 세계 기아구호기구로부터 지원을 받는 사실을 아냐'고 질문하자 가이드는 인정하면서도 곧 논점을 흐려버린다.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가가 도움을 얻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난한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DMZ 내 위치한 박물관에서 만난 안내원에겐 "만약 통일을 위해 (북한이) 사회주의를 포기해야 한다면요? 남한이 통일을 위해 자본주의를 포기하고 사회주의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하세요?"란 민감한 질문을 던진다. 안내원은 답변을 피한다. 여러 질문과 답변 속에서 진실을 외면하는 모습, 통일을 갈망하는 마음,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선전에 의해 형성된 가치관 등 다양한 북한 사회의 얼굴이 드러난다.
 

영화 <헬로우 평양>의 한 장면ⓒ (주)비싸이드픽쳐스


2013년 이후 다시는 북한에 갈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그레고르 뮐러와 필립은 2017년 외국인들도 평양 거리를 자유롭게 달릴 수 있으며 촬영도 가능한 행사인 '만경대상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평양에 다시 방문한다. 평양의 거리 외에 평양의 지하철, 마식령 스키 리조트, 평양 국제 사격장, 평양 서커스, 광복 백화점에 들른 그레고르 뮐러는 한 가지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바로 '변화'다.

회색으로 가득한 도시는 이제 복숭아색이나 청록색으로 칠해졌다. 평양 사람들도 점점 더 화려한 색의 옷을 입는다. 해외 스포츠 브랜드도 흔히 볼 수 있다. 미국 상품들도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평양 건축 길잡이>를 쓴 필립 메우저 박사는 "북한 사회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헬로우 평양>의 원제 < A Postcard from Pyongyang >엔 방문자의 눈으로 직접 보았다는 의미, 바꾸어 말하면 편견을 벗어나 제대로 알길 원하는 바람이 투영되어 있다. 어쩌면 평양에 대한 기대감일지도 모른다. 개방, 협력, 평화의 편지를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위해선 우리도 북한을 제대로 알 필요성이 있다. 북한을 생생히 목격한 그레고르 뮐러 감독은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평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이 영화가 수십 년 동안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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