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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살인사건 복수하려는 여성... 질기고도 처참했다

[리뷰] 영화 <디스트로이어> 니콜 키드먼의 연기 변신

19.09.15 14:25최종업데이트19.09.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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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로이어> 포스터ⓒ (주)라이크콘텐츠


2002년 작 <디 아워스>의 포스터에는 '올해의 가장 완벽한 변신, 니-콜-키-드-먼'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아마 관객 중 누군가는 영화 속 버지니아 울프 역의 배우가 니콜 키드먼이라는 걸 모를 수도 있을 정도로, 그녀는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또한 이 작품으로 베를린, 아카데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금발머리 대신 갈색머리와 매부리코를 붙인 그녀는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에 있어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니콜 키드먼은 그간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 내며 뛰어난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투 다이 포> <물랑 루즈> <콜드 마운틴> <래빗 홀> 등 블록버스터부터 섬세한 감정표현을 요구하는 다양성 영화까지 섭렵해왔다. 그녀의 이런 도전은 <디스트로이어>를 통해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준비를 끝마쳤다. 여성복수극을 담은 이 영화에서 니콜 키드먼은 다시 한 번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디스트로이어> 스틸컷ⓒ (주)라이크콘텐츠

 
이 작품의 포인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니콜 키드먼이 연기하는 에린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검은 머리에 갈라지고 주름진, 모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얼굴을 한 니콜 키드먼의 모습은 에린이란 캐릭터가 17년 동안 겪었을 고통과 슬픔을 상징한다. 경찰인 에린은 자신에게 배송된 보라색 잉크가 묻은 100달러짜리 지폐와 한 건의 살인사건을 통해 17년 전 잊을 수 없는 기억에 다시 집착하게 된다.
 
초보 경찰이었던 에린은 FBI 요원 크리스와 함께 한 조직에서 잠입수사를 하게 되던 중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연인은 죽고 그 죽음과 관련된 조직의 보스 사일런스는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사일런스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분투한다. 기본적인 줄거리만 보자면 <브레이브 원>, <아이 엠 마더> 같은 강렬한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스릴로 무장한 여성 복수극을 떠올리게 만든다.
 

<디스트로이어> 스틸컷ⓒ (주)라이크콘텐츠

 
하지만 작품의 진행은 조금 더디다. 디스트로이어(Destroyer, 파괴자)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통렬하고 호쾌한 한 방이 있지도 않다. 대신 질기고도 처참한 한 여성의 일대기와 심리를 강렬하게 표현해낸다. 제목 '디스트로이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사일러스에 의해 파괴된 에린의 삶이다. 에린에게 파괴자는 사일러스다. 그리고 에린은 17년 만에 나타난 그에게 이번에는 자신이 파괴자가 되고자 한다.
 
두 번째는 에린의 삶을 파괴한 파괴자가 에린 본인이라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에린의 외형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보여준다. 알코올에 의존해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자신뿐만 아니라 원만하지 못한 딸과의 관계를 통해 소중히 여겨야 될 모든 걸 무너뜨려 버렸음을 알 수 있다. 그녀에게 소중한 존재를 앗아간 건 사일러스지만 그 이후 스스로의 삶을 망쳐버린 건 에린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담아내는 복수와 파괴는 강한 인상을 준다. 차이고 밟히고 피가 터져도 다시 일어서는 에린의 모습은 상대를 향한 원망과 폭력의 마음이라는 가장 강렬한 감정을 담아낸다. 이 영화에서 중점이 되는 건 장르의 쾌감이 아닌 에린이라는 한 여성이 겪은 고통의 세월과 그 보상을 받기 위한 복수이다.
  

<디스트로이어> 스틸컷ⓒ (주)라이크콘텐츠

 
이는 다양한 장르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온 캐린 쿠사마 감독이기에 가능했던 연출이라 할 수 있다. <걸파이트>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그녀는 공포, SF, 스릴러, 드라마 등 다양한 색체의 영화들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캐릭터의 감정과 서사에 중점을 두는 연출을 선보였다. 이번 작품에서도 장르적 쾌감보다는 에린이라는 캐릭터가 겪는 사건과 감정의 변화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런 선택은 장면적인 폭발이나 스릴감보다는 인물 내면의 감정의 격화와 굴곡을 통해 심리적인 흥미를 준다. 에린에게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장르의 색이 아닌 심리가 주는 드라마적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니콜 키드먼은 이런 에린이란 캐릭터를 힘 있게 연기하며 극이 지닌 감정선과 폭발력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그녀의 연기는 이 여성 복수극을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어 주는 방점을 찍었다 할 수 있다. 19일 개봉.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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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영화 칼럼니스트 김준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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