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약물 중독' 아들 둔 아버지... 그들에 대한 기록

[리뷰] 사랑과 믿음의 힘을 아름답게 담아내다, 영화 <뷰티풀 보이>

19.09.12 16:59최종업데이트19.09.12 16:59
원고료주기
 

<뷰티풀 보이> 포스터ⓒ (주)이수C&E

  
한 아버지가 있다. 그 아버지에게는 이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한 명 있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영특하며 아버지를 잘 따르는 아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멋있는 청년으로 자란다.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과 아버지를 향한 애정을 보이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큰 사랑을 느낀다. 재혼하고 가정을 꾸린 이후에도 아버지는 새 가정에서 동생들을 위해 노력하는 아들의 모습에 기특함을 느낀다. 그런 자랑스럽다 여겼던 아들이 약물 중독자라는 걸 안 순간, 아버지는 세상이 무너진 듯한 감정을 느낀다.
 
데이비드 셰프의 약물 중독자 아들 닉과 그 가족이 10년 동안 겪은 일을 다룬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뷰티풀 보이>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일상의 붕괴와 꿈에도 몰랐던 충격적인 진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리랜서 기자 데이비드는 아들 닉이 심각한 약물중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이 사실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이유는 자신이 아들과 누구보다 가깝다고 여겼고 아들에 관해 모든 걸 알고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뷰티풀 보이> 스틸컷ⓒ (주)이수C&E

   
어린 시절부터 이혼한 부모와 번갈아 생활해야 했던 닉이지만 항상 데이비드를 따랐고 데이비드가 재혼한 뒤 생긴 두 동생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그런 닉의 모습에서 '약물중독자'라는 예상치 못한 단어가 튀어나오자 데이비드는 혼란을 느낀다. 그는 닉을 재활치료센터에 보내지만 여전히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닉이 복용하는 약물에 대해 알게된 데이비드는 더욱 절망한다. 그 약물은 중독성이 강해 결국 중독된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기 때문. 
 
작품은 데이비드와 닉 부자를 중심으로 중독자 가족이 겪는 고통과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두 사람의 갈등만으로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실제 데이비드 부자와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감정을 이해했다는 스티브 카렐(데이비드 셰프 역)과 티모시 살라메(닉 셰프 역)는 자연스럽고 풍성한 감정표현을 통해 중독된 삶에 허덕이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끝까지 지켜내는 아버지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한다.
 
영화는 세 가지 포인트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감정을 선사한다. 첫 번째는 추억이다. 교차편집을 통해 어린 시절 닉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두 부자 사이에 쌓인 끈끈한 우정과 신뢰를 확인시킨다. 데이비드는 가기 싫어하는 아들을 비행기에 태워 보내야만 했던 죄책감, 그리고 어린시절 닉과 쌓은 추억으로 인해 아들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못한다. 
  

<뷰티풀 보이> 스틸컷ⓒ (주)이수C&E

 
데이비드가 닉이 다시 약에 손을 댈 가능성을 알고 있음에도 재활치료센터 대신 대학에 보낸 이유는 이런 신뢰와 미안함에서 비롯된다. 아버지 앞에서는 항상 솔직하고 사랑을 표했던 아들이기에, 그런 아들을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없었기에, 데이비드는 아름다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닉에게 선택할 권리를 준다. 
 
두 번째는 믿음이다. 닉은 약물에 중독되어 갈수록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들뜨고 신이 났다가도 금방 짜증과 우울을 내뿜는다. 그리고 이유 없는 공포를 호소한다. 데이비드에게 점점 망가지는 아들의 모습보다 더 큰 충격은 닉이 몰래 쓴 노트이다. 가족의 믿음을 배신하는 글귀로 가득한 이 노트는 그동안 닉이 보여줬던 모습이 진심이 아닌 연극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데이비드는 아들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는다.
 
데이비드는 닉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을 반복한다. 비록 그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고 함께하는 가족이 힘겨울지라도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사랑스러운 아들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반복하며 닉에 대한 믿음을 이어간다.
  

<뷰티풀 보이> 스틸컷ⓒ (주)이수C&E

 
세 번째는 사랑이다. 제목인 '뷰티풀 보이'는 비틀즈의 리더 존 레논의 생애 마지막 앨범에 수록된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이 노래는 존 레논이 아들 션 레논을 위해 만든 곡으로 태어난 아들에 대한 환희와 무한한 애정을 담고 있다. 부성애를 상징하는 이 곡은 데이비드가 잠든 닉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뷰티풀 보이'를 반복하며 잠든 어린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이비드의 모습은 진정한 부성애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런 부성애는 닉이 어린 시절 함께 서핑을 하는 장면에서도 나타난다. 데이비드는 아들이 갑자기 사라져 목놓아 그를 부르며 찾지만, 이내 멋지게 파도를 타는 닉의 모습에 환호를 보낸다. 닉이 어떤 모습이던 '뷰티풀 보이'라 여기며 사랑으로 감싸는 데이비드의 모습은 진정한 부성애가 무엇인지 보여주며 감정을 극대화 시켜준다.
 
실제 주인공인 데이비드 셰프는 자칫 부끄럽게 여겨질 수 있는 아들의 이야기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약물 중독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약물 중독을 이겨내는 힘겨운 과정을 '뷰티풀 보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사랑과 믿음이 지닌 힘을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AD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