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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정치인의 몰락... 이 영화는 이미 예견했다

[리뷰] 영화 <모두가 왕의 부하들> 그려낸 정치인 속성

19.09.08 13:53최종업데이트19.09.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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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왕의 부하들> 포스터 ⓒ Columbia Pictures

 
'권력'을 거머쥐게 된 사람의 부정부패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량하고 강직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도 권력을 쥐게 되고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다 보면 부패해진다는 시선이다. 두 번째는 부패한 사람이 권력을 쥐게 된다는 것이다. 권력의 성질 자체가 부패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를 쟁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가 결국 권력자가 되어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다는 시선이다.
 
로버트 워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모두가 왕의 부하들>은 전자의 시선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정치권력에 의해 양심이 파멸되어 가는 인간의 부정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 신문기자 잭 버든은 윌리 스탁이라는 남자를 취재한다. 윌리는 학교 건립과 관련해 관리들의 부정행위를 알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소용이 없자 평범한 삶을 던져버리고 정치권에 뛰어든다.
 
주변의 방해에도 불구 꿋꿋한 의지로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는 윌리의 모습에 잭은 깊은 감명을 받는다. 윌리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그는 결국 선거에서 패하고 만다. 하지만 부실건축으로 학교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윌리의 말이 진실임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에 의해 그는 당선된다. 이후에도 윌리는 시민들의 안전과 편안을 위해 소신을 지닌 정치를 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된다는 걸 알게 된 윌리는 자신의 공약을 이루기 위해 하나 둘 기존 정치권과 타협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그는 두 가지를 알게 된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본가의 돈과 기존 부패한 정치인들의 패거리 정치가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결국 주지사 자리까지 오른 윌리는 부당한 방법으로 자신의 공약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간다.
  
초심이 사라진 정치인
 

<모두가 왕의 부하들> 스틸컷 ⓒ Columbia Pictures

 
순수했던 초심을 잃어버리고 탐욕스러운 권력가가 된 윌리의 모습에 그를 응원했던 주변 인물들은 하나 둘 떠나가게 된다. 그 가운데에는 윌리 스탁이라는 남자의 진심에 반했던 잭도 있다. 그는 자신과 자본가들에게 필요한 법안을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법안이라 속이고 온갖 대형 건축물을 지어 국민들의 환심을 사고 뒤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윌리의 모습에 크게 실망하게 된다.
 
윌리의 부정부패는 '살인'에 이르면서 극에 달한다. 아들이 음주운전 사고로 동승한 여자친구를 죽이자 뇌물로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매수하려고 한다. 이 작전이 실패하자 윌리는 아들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죽이기에 이른다. 이 문제로 탄핵소추까지 가게 되지만 자신을 고발한 몬티 스탠턴 법무장관의 뒤를 잭을 이용해 조사하게 하고 약점을 알아내 압박, 자살에 이르게 만든다.
 
이런 윌리의 모습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권력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여전히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수의 행복보다 소수의 자본가들의 이득이며, 대중은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의 정치인보다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패거리 정치에 현혹되어 소중한 한 표를 내어준다. 여기에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윌리의 모습은 한 인간이 권력에 눈이 멀면 얼마나 부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모두가 왕의 부하들> 스틸컷 ⓒ Columbia Pictures

 
<모두가 왕의 부하들>에서 왕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권력자이다. 자유와 평등, 인권을 중시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권력자는 여전히 왕과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며 그 아래에서는 누구나 왕의 말 한 마디에 목이 날아가는 부하와 같다. 두 번째는 권력이다. 권력이란 존재는 그 자체로 왕이다. 그래서 왕의 부하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권력의 뒤를 쫓는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권력을 통해 부패한 한 인간의 모습은 현재의 정치권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국민이 대표를 뽑는 민주정치가 정착했음에도 여전히 정치란 권력은 자본이 우선이고 타협을 봐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 특히 자본과 언론의 결탁을 통해 국민들을 농락하고 표를 챙겨 권력을 쟁취하는 윌리의 모습은 현 시대의 정치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모두가 왕의 부하들>은 정직하고 순수하며 확고한 신념을 지닌 한 올곧은 인간이 권력이란 악마에 어떻게 물들어 가는지 보여주는 영화이다.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얼굴을 선보인 브로데릭 크로포드의 연기는 어떤 악도 이길 수 있는 정직한 신념과 어떤 선도 속이고 무너뜨릴 수 있는 끔직한 악을 동시에 표현해낸다. 권력 앞에서는 누구나 부패한 부하가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정치의 속성을 담아낸 명작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모두가 왕의 부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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