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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로 지하철 선로에... 청년들 현실, 이건 '재난'이다

[리뷰] 영화 <엑시트>와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속 '청년'

19.09.07 11:23최종업데이트19.09.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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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행했던 말 중 'N포세대'라는 것이 있다. 현 세대의 젊은이들은 성공을 위해, 혹은 살아남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 된다는 의미에서 나온 표현인데,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꽤나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이후 몇 년 뒤 유행하기 시작한 말이 '헬조선'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연애, 결혼, 출산 등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몇 가지를 포기하면 나만이라도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일자리부터 당장 먹고 사는 문제까지 더해져 숨이 턱 막힐 정도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청년들에겐 마치 '지옥'처럼 앞길이 보이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린 듯하다.
 
이는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EU(유럽연합)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6~29세 유럽 젊은이들 가운데 부모 세대에 얹혀서 사는 '캥거루족'의 비율은 68.2%로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녀가 성장하면 독립을 시키는 유럽 문화를 생각했을 때, 젊은층의 경제적 빈곤이 독립을 막는 현상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청춘들이 빈곤 문제에 시달리는데, 이런 상황은 한국과 멀지 않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야근 시달리다 지하철 선로에 쓰러질 뻔했는데...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스틸컷ⓒ (주)이수C&E

 
지난 2017년 10월 국내에서도 개봉한 일본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일본 취업시장과 노동 상황의 문제 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실제로 2015년 일본 최대 광고기업 덴츠의 여자 신입사원이 하루 20시간 업무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이 사건은 일본 내 강압적이고 위계적인 기업문화와 직원들을 노예처럼 혹사시키는 블랙기업의 맨얼굴을 보여줬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주인공 다카시(쿠도 아스카) 역시 계속되는 야근에 몸도 마음도 지친 청춘이다. 그는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면서 줄곧 상사의 폭언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그가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가족의 기대와 일본 취업시장의 현실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지 못하면 이후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졸업 후 공백 기간이 길어지면 취업에 큰 영향을 끼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 다카시는 블랙기업에라도 입사해 돈을 벌고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버티고 또 버틴다.

그러던 어느 날, 야근을 반복하던 다카시는 피로를 이기지 못해 지하철역에서 쓰러진다. 쓰러지는 다카시가 승강장에서 철로 위로 떨어지려는 아찔한 순간, 다카시가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초등학교 동창 야마모토(후쿠시 소우타)가 그를 구해준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스틸컷ⓒ (주)이수C&E

 
야마모토는 직장생활에 시달리는 다카시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고, 다카시가 생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일상 속에서 즐거운 휴식을 마련해주며 그를 돕는다. 하지만 야마모토의 말 한마디는 다카시의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만든다. 야마모토가 다카시에게 건넨 진심 어린 충고는 '회사를 관두면 안 돼?'라는 말이었는데, 이는 곧 작품이 지닌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야마모토는 '돈보다 인생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직접 건네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다카시로 하여금 그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다카시는 야마모토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모함을 당해 회사 내에서 조직적인 왕따를 당하게 된다. 사람을 기계처럼 부리고 부품처럼 소모하는 기업문화 속에서 다카시는 몸도 마음도 망가져 간다.

그런 다카시에게 야마모토는 '조금 가난한 생활을 하고 지금까지의 현실과 멀어지게 되지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이 영화는 오늘날 청년 세대가 직면한 현실이 몸과 마음, 그리고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을 만큼 벼랑 끝으로 몰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뤄놓은 것 없는 청년 용남, 어느 날 재난 상황에 휘말리는데...
  

<엑시트> 스틸컷ⓒ CJ 엔터테인먼트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속 일본 청년들의 현실은, '재난 탈출 액션' 장르의 영화 <엑시트> 속 '헬조선'에 사는 청춘들의 모습과 꽤 닮아 있다. <엑시트>에선 도심 전체가 유독가스에 뒤덮이고, 두 주인공은 재난 상황 속에서 가족을 구하고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분투한다. 두 주인공 용남(조정석)과 의주(윤아)의 모습은 현재 대한민국 청춘들의 상황이 재난과도 같다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용감함을 보여주는 캐릭터 용남은 이 시대 청년들이 지닌 고민을 '웃(기면서도 슬)프게' 풀어낸다.
 
대학졸업 후 취업도 연애도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낸 것 없는 용남은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낄 만큼 부끄러운 존재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친척들이 어른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드러내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반면, 용남은 오랜만에 만난 친척 어른들 앞에서 부끄러운 자신의 현재를 이야기하며 피로를 느낀다. 이런 상황은 용남이 연회장에서 만난 대학 시절 동아리 후배 의주 역시 마찬가지다.
 
의주는 연회장 부매니저라는 직책으로 일하고 있지만, 밤샘 노동을 하고 매니저의 성희롱에 시달리는 등 불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은 도심에 퍼진 유독가스를 피하기 위해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이었던 클라이밍을 바탕으로 서울 도심을 질주한다.

이들이 도심 빌딩을 기어 올라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현 대한민국 청춘들의 현실을 옮겨놓은 듯하다.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들은 맨손으로 빌딩 위를 올라가고 쉬지도 못한 채 달릴 수밖에 없는데, '스펙 경쟁 과열'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2019년 한국 청년들의 상황도 어찌 보면 비슷하지 않은가.
  

<엑시트> 스틸컷ⓒ CJ 엔터테인먼트

 
출구는 안 보이고, '회사 좀 관두고' 싶은 청춘의 현실

영화의 제목인 '엑시트(EXIT)'는 출구를 의미한다. 삶에 있어 출구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의 부와 명예를 누리는 '안정기'를 의미할 것 같다. 문제는 현 청춘들에겐 이런 출구에 닿는 일이 너무나 멀고 힘들게 느껴지며 때론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엑시트>는 그런 상황을 겪고 있을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작품이다. 비록 재난과도 같이 힘겨운 삶이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절실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가 경쟁과 억압으로 이뤄진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지향하라는 회피적인 시각을 지닌다면, <엑시트>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맞서 싸우고 이겨내라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담아낸다. 그리고 두 작품의 공통점은 현 시대의 청춘이 지닌 문제를 조명한다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처럼 자주 인용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 청년들은 '그 시기에는 다들 아프기 마련'이라는 위로의 말보다는 '그만 아프고 싶으니 제발 우리의 현재를 바라봐 달라'는 간절한 외침에 더 공감을 느낄 법하다. 두 작품은 이와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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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영화 칼럼니스트 김준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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