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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이자 배우 차승원의 꿈,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사는 것"

[인터뷰]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강인하면서도 순박한 철수 역의 차승원

19.09.03 17:47최종업데이트19.09.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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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차승원은 후천적으로 지적 장애를 앓게 된 철수 역을 맡았다.ⓒ NEW


연륜과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진 배우의 모습은 이런 걸까.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개봉을 앞둔 차승원이 인터뷰 자리에서도 특유의 친근한 모습을 보이며 영화 이야기에 여념 없었다. 코미디와 가족애가 담긴 이 영화 덕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최근 차승원은 유독 몸에 힘을 빼고 사람과 상황을 대하고 있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또한 그런 차승원의 모습과 닮아 있어 보인다. 영화는 후천적으로 지적 장애를 앓게 된 철수(차승원)가 우연히 혈액암을 앓고 있는 딸 샛별(엄채영)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짐짓 코믹하면서도 후반부엔 애잔한 감동이 담긴 휴먼 드라마라 할 수 있다.

고민의 시간

이 모든 과정이 선뜻 이뤄진 건 아니다. 장르로만 따지면 이 영화는 차승원으로선 <이장과 군수> 이후 12년 만에 도전하는 코미디였다. 차승원은 "장르가 문제가 아닌 그 내용과 소재 면에서 고민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바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가 언급된다는 점에서였다. 

"사고 묘사 부분이 있어서 쉽게 결정할 순 없었다. 너무나 큰 사고였고 국민 모두가 피해자였기에 이야기 중심에 제가 있을 이유가 있는지 계속 생각했다. 찍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사회에 소위 말해 고마운 분들이 있잖나. 그런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남을 위해 희생하시는 분들 말이다. 요즘엔 교통경찰 분들이 그리 고맙더라.

(후천적 지적 장애) 역할이 어렵지. 언론 시사 이전에 블라인드 시사를 했는데 100명 중 대여섯명은 제가 그 연기를 하는 것에 반응이 좋지 않았다. 제가 열심히 안 한 건 아니지만 현장에서 좀 더 사려 깊게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다. 물론 매 작품마다 아쉬움은 있지만 좀 더 세심하게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더라. 가장 큰 걱정은 그 사고가 왜곡되거나 훼손되거나 뭔가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어선 안 된다는 거였다. 그 생각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했었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컷ⓒ (주)NEW

 
여러 걱정에도 차승원이 과감하게 출연을 결정한 건 전적으로 이계벽 감독 때문이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했다"며 차승원은 "제가 <독전> 촬영할 때 이계벽 감독이 현장에 놀러왔는데 인사하는 톤이 너무 좋더라. 영화적으론 잘 몰랐지만 사람 이계벽으로선 참 좋았다"고 이유를 전했다. 

"제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이렇게 소개한다. 후천적으로 결핍을 갖게 된 아빠가 딸을 만나게 되면서 함께 잘 살아나나게 되는 작품이라고. 딸 역시 아빠에게 위안을 주고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이면 되는 식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현장에서 샛별(엄채영)이도 엄청 잘했다. 샛별이 어머니가 되게 좋으시더라. 어떤 배우의 엄마는 모니터 뒤에서 막 이것저것 코치하는데 샛별 어머님은 몰래 다가오셔서 아이 땀을 닦아주고 가시는 정도다. 전 그게 참 좋아보이더라."

예능 출연의 진짜 이유

이번 작품, 그리고 최근 예능 프로에 출연하며 차승원은 좋은 사람이라는 화두 또한 품게 됐다. "마냥 남에게 잘해주는 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며 그가 설명을 이었다.
 

"그 사고가 왜곡되거나 훼손되거나 뭔가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어선 안 된다는 거였다. 그 생각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했었다."ⓒ NEW

 
"너무 잘해주면 의심이 들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린 대부분 피해를 주곤 하지 않나. 조만간 밥이나 먹자 이것도 피해라면 피해를 주는 것이다. 상대는 마냥 기다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 저도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으려 한다. 어떤 게 피해를 안 주는 거냐고? 식당에서 밥 먹고 나올 때 의자라도 넣고 나오는 거지. 이런 작은 행동이 모이면 좋은 사회가 될 수 있겠지. 

제 방식이 100프로 맞다고 할 순 없지만 나이가 50이 되고 나서 '차승원 걔 별로야'라는 소린 듣지 않는다. 이 정도만 되어도 나름 잘 사는 게 아닐까. 너무 잘 나가거나 못 나가는 게 아니라 별일 없이 지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유재석과는 개봉 후에 꼭 밥을 먹으려고 한다. 일 때문에 가끔 만나면서도 둘이 밥을 먹은 지가 15년이 됐더라. 만날 말만 했고 서로 바쁘게 지나가다 보니 그리 됐다."


사소한 약속의 중요성을 차승원은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의 예능 출연 역시 좋은 사람들을 보고 결정한 경우다. 많은 스타 배우들이 이미지, 연기자로서 일을 이유로 예능 출연을 꺼려하고 있는데 차승원은 오히려 반대다. <삼시세끼>를 비롯, 최근 <스페인 하숙> <일로 만난 사이> 등으로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예능 출연으로 전 얻은 게 많다. 사람들과 추억을 쌓았지. 출연 자체에 대한 반감은 없다. 예전엔 이미지 걱정을 하긴 했는데 지금은 없다. 제가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니 제 이런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분도 계시고 그런 것에 대한 감사함이 커졌다. 예능 이미지 고착? 크게 걱정 안 한다. 나이 50인데 무슨 이미지 걱정을 할까(웃음). 하던대로 하면 되지.

근데 50대가 되니 체력은 떨어지더라. 몸에 안 좋은 건 안 하려고 한다. 담배도 끊었고, 늦게 자는 것도 안 한다. 이렇게 유지하려면 운동을 얼마나 하겠나. 토할 때까지 한다(웃음). 농담이고, 기초대사량이 확실히 줄더라. 좀 지나서 마음 먹고 좀 걸어야겠다. 한 1박2일 코스로 걸어보면 어떨지."


"주연 조연이 무슨 상관? 작품에 필요하다면..."

최근 그의 행보는 말 그대로 변화무쌍하다. 주연, 조연, 특별을 출연을 가리지 않고 분량에 상관없이 인상 깊은 캐릭터를 보이고 퇴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완벽히 단역으로 나와도 좋다"며 그는 "그러니까 전작에서 단발머리도 했지"라고 크게 웃어 보였다.
 

"예능 출연으로 전 얻은 게 많다. 사람들과 추억을 쌓았지. 출연 자체에 대한 반감은 없다."ⓒ NEW

 
"역할과 분량에 대한 욕심은 없다. 흘러가는 수순이 있잖나. 작품을 안 하고 쉴 때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심이 떨어지는 거고, 후루룩 들어올 땐 기대심이 좀 생긴다. 연연하고 싶진 않다. 언젠가 기대심이 제로가 되는 순간이 오면 꽤 오래 일을 쉴 것 같다. 바람이 있다면 제가 출연한 작품이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면 하는 것이다. 흥행하면 물론 좋겠지만 그걸 바라며 일하진 않으려 한다. 스스로에게 냉정하다. 

예전에 날 보고 하고 싶은 말? '왜 그랬니 좀 더 잘하지!(웃음) 시행착오가 왜 그리 많았니. 운 좋은 줄 알아라!'(웃음) 하나 칭찬하고 싶은 건 그래도 쉽게 포기 안 했다는 것. 그건 인정한다. 50대가 됐으니 넋 놓지 말고 잘 했으면 한다."


그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이후 한참 바쁠 예정이다. 재난 영화 <씽크홀>과 함께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에도 출연하기 때문. 차승원이 "이렇게 별 일 없이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장수하고 싶다"고 말해 취재진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어느새 그는 편안함과 연기적 내공을 품은 연륜 있는 배우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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