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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정서 당당했던 두 사람... 보는 내내 마음 뜨거웠다

[기획] 광복절 맞이 방구석에서 다시 보기 좋은 '항일영화' 다섯 편

19.08.14 09:17최종업데이트19.08.1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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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장혜령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자 같은 해 4월 11일 조국 광복을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조직하여 선포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100주년 맞는 정부 및 지자체의 다양한 행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예술 문화계도 마찬가지다.

이것만이 아니다. 올해는 1919년 김도산의 연쇄극 <의리적 구토>를 시작으로 한국영화의 포문을 연 한국영화 100년의 해다. 마치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듯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로 2019년은 기념비적 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 달 전 복병이 등장했으니, 바로 일본 아베 정부의 도발이었다. 독도,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 등 일본은 한국과 늘 역사 이슈로 마찰을 빚어 왔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망언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경제보복까지 가해졌고, 우리 국민도 분노하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선 '100년 전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하겠다'라며 불매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돌아오는 광복절에 꼭 다시 봐야 할 '항일영화'들을 추려봤다.

"대한독립 만세!" 여성의 연대 그린 <항거: 유관순 이야기>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부터가 '항거'다. 항거(抗拒)란 순종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는 뜻이다. 지난 2월 27일 개봉해 3.1운동 100주년과 여성 이슈 붐을 타고 순항했다.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세 평도 되지 않는 서대문 감옥 8호실의 여성들이 저항하고 연대하며 보낸 1년을 그리고 있다. 고아성을 필두로 독립영화계의 별들이 함께했다.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류경수 등 한국영화의 샛별을 만나볼 영화기도 하다.

8호실 감옥 세 평. 30여 명의 여성이 모두 앉을 자리조차 없어 누군가는 서 있어야 하는 좁디 좁은 공간. 열악함 속에서도 조선의 독립을 생각하고 연대를 이룬 사람들이 있었다. 울다가 누가 오면 뚝하고 울음을 그치는 개구리 같던 사람들. 감옥 안에서도 조국 독립을 외치던 사람들의 함성이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항거>를 보고 있으면 100년 전 나이와 신분, 성별을 떠나 광장으로 나오게 한 힘은 일본의 탄압뿐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였다.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든 판에,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나라의 독립을 꿈꾸던 많은 사람들은 만세를 외쳤다. 나중에 '해보기나 할걸...' 하고 후회하기보다 '나는 이런 것도 해봤다고 말하고 싶었다'라던 8호실 감옥소의 목소리가 100년 후의 우리에게 전하려 한 메시지는 뭘까? 만세를 부르던 자격도 연유도 달랐던 귀천 없는 외침을 들어볼 수 있는 영화다.

말과 마음을 모아 우리말 사전 편찬한 조선어학회 <말모이>
 

영화 <말모이>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1940년대는 일본의 수탈이 극에 달하던 시절이다. 당시 일본은 우리의 정신을 빼앗기 위해 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했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버리고 창씨개명을 하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이는 민족말살정책 중 '문화통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3.1운동 이후 무력과 강압만이 정답이 아님을 느낀 일본의 우회로였다. 또한 당시 일본은 조선 내 친일파를 길러 민족 간의 분열을 일으키는 고도화된 식민통치방식을 택하게 된다.

<말모이>는 그 정점에 달한 1944년,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전국의 말을 모은 '말모이 작전'을 최초 영화화한 작품이다. '말모이'의 뜻은 1911년 주시경 선생이 한일합병 초기 국어사전을 내기 위한 원고를 일컫는 말로 '사전'의 순우리말이다. 영화에서는 전국적으로 우리말을 모았던 비밀작전의 이름으로 나오기도 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말이 모이고, 말이 모이는 곳에 뜻이 모인다는 의미의 말모이. 듣기만 해도 '우리'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 정신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가 반영된 예쁜 말이다. 당연히 쓰고 있어 소중함을 모르는 한글. <말모이>는 일제 식민지 시절 목숨보다 더 소중히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과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했던 민중의 용기를 담은 영화다.

단단했던 마음에 작은 균열이 생기다 <밀정>
 

영화 <밀정>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밀정>은 일제강점기 당시 종로경찰서 폭탄 투하 사건 등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일제 경찰 '황옥'을 스크린에 부활한 팩션이자 의열단을 다룬 영화다. 아직까지도 밀정이냐 동료이냐 그의 정체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김지운 감독은 베일에 싸인 인물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밀정>을 보고 있으면 나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믿지 못할 숨 막히는 줄거리에 긴장감과 탄식, 복잡한 마음이 여러 갈래로 교차한다.

극 중 인물들처럼 일제강점기 당시 정체성 혼란을 겪었을 조선인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 분)은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정체를 캐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조선인 김우진(공유 분)에게 접근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극단의 상황, 잡아야 하는 사람과 도망쳐야 하는 사람들이 혼재된 가운데, 흔들리는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밀정>은 의열단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과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암살>은 화려함과 비장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영화였다면, <밀정>은 어두운 인간 내면을 묵직한 돌로 짓누르는 듯한 분위기의 영화다. 바람 앞에서 등불과도 같았던 불안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집중한다.

특히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실패가 쌓여도 실패를 딛고 더 놓은 곳으로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한 정채산(이병헌 분)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밀정>은 실패하더라도 값진 경험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를 담았다. 만약 일제강점기 당시 선조들이 실패가 두려워 독립운동을 실행조차 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시 한 글자, 한 구절에 새긴 광복의 열망 <동주>
 

영화 <동주> 스틸컷ⓒ 메가박스플러스엠

 
독립운동은 불굴의 의지, 총과 칼을 든 몸싸움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영화 <동주>는 총 대신 펜을 든 윤동주, 그리고 우리에게는 낯선 송몽규를 스크린 앞에 불러냈다. 윤동주의 사상에 불을 붙인 '몽규'로 더 빛났던, 배우 박정민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이름과 언어, 꿈도 마음껏 허락되지 않았던 때를 흑백으로 처리한 이준익 감독의 절제된 의도를 잘 느낄 수 있다.

시(詩)란 본디 한자 한자 곱씹으며 뜻을 음미할 때 비로소 마음속에 다가오는 문학이다.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심상(心象)이 달라진다. 끝도 없는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이는 등불처럼, 주권을 빼앗긴 시대에 동주는 펜을 잡고 언제 올지 모르는 광복을 염원한다. 영화 <동주>에서는 텅 빈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갑갑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는 청년 윤동주를 만나볼 수 있다.

일제에 굴하지 않던 호연지기(浩然之氣), <박열>
 

영화 <박열> 스틸컷ⓒ 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 <박열>은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로 더욱 포악해진 조선인 학살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말도 안 되는 괴소문으로 인해 6천여 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일본 정부로서는 대중의 눈을 돌릴 사건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일본은 '조선인에게는 영웅, 우리에게는 원수로 적당한 놈을 찾아라!'라는 목표에 딱 적당한 인물을 발견한다. 바로 아나키즘을 표방하며 일본 제국주의에 반감을 갖던 단체 '불령사'의 리더 박열(이제훈 분)이다. 박열이 체포되자 박열과 연인 사이이자 동지였던 일본인 후미코(최희서 분) 또한 자기 발로 경찰서를 찾아 공범이라고 자백한다.

<박열>에 묘사된 것처럼, 실제 두 사람의 당당한 기개와 언행은 조선인은 물론 일본 정부를 넘어 일본 민중, 외신까지 주목할 정도로 화제였다. 박열과 후미코가 사형까지도 불사하며 법정에서 한, 영화 속 발언이 압권이다. 일본 경찰과 재판부를 상대로도 당당했던 두 사람의 기세는, 일본 황족을 멸하고자 한 대역 죄인이 아니라 조선의 당당한 호랑이와도 같았다. 맹렬하고 세차며 억척스럽기까지 했던 박열과 연인 후미코가 영화 내내 관객의 마음을 뜨겁게 지배한다. 풍자, 해학, 자조가 담긴 <박열>은 조선인의 정서 '한(恨)'을 이준익 감독 방식대로 풀어낸 항일 영화다.

영화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후미코라는 캐릭터다. <박열>은 후미코라는 인물을 당차고 밝은 햇빛 같은 캐릭터로 재창조했다. 또한 <박열>에서 실제 일본인 같은 말투와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던 최희서는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배우 최희서는 '박열 보러 들어갔다가 후미코에게 반했다'라는 말을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독립기념관ⓒ 장혜령

 
최근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을 다녀왔다. 다양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약 500억 원의 국민성금을 토대로 독립기념관을 건립하였으며 1987년 8월 15일 개관했다.

곧 있으면 8.15 광복절이다. 항일 영화를 보고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댄다면 독립기념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영화 속에서 하지 못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역사는 늘 과거를 통해 진보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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