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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이 '백수'에 공감한 이유, "삼수 시절 떠올랐다"

[인터뷰] 영화 <엑시트> 조정석

19.07.31 17:30최종업데이트19.07.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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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 인터뷰 사진 ⓒ 잼엔터테인먼트

 
극장가에서 여름은 한 해 중 가장 성수기로 손꼽힌다. 이 시기를 노리고 개봉하는 '텐트폴' 대작들이 많은 이유다. 배우 조정석이 이번에는 신선한 재난탈출영화를 들고 여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엑시트>는 유독가스 테러가 발생한 도심에서 살아남기 위해 달리는 용남(조정석 분)과 의주(임윤아 분)의 좌충우돌 탈출기를 그린 한국형 재난영화다. 극중에서 조정석은 졸업 후 몇 년째 백수 신세인 용남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로 극을 이끈다.

개봉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조정석을 만났다. 그는 쏟아지는 호평에 살짝 고무된 듯한 모습이었다. 조정석은 "(영화 시사회) 반응이 좋아서 기분 좋다. 내일(31일)이 개봉이니까 조금 떨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VIP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지인들은 '고생했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고. 그는 "친한 지인들은 고생 많이 했다고 하더라. (영화에) 힘든 장면이 많이 나오니까. 다들 (촬영 현장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촬영했는지 상상이 됐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사실 <엑시트>는 대체로 유쾌한 분위기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출연 배우들의 고생이 적나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유독가스로 가득 찬 도심을 벗어나기 위해 두 주인공이 영화 내내 열심히 벽을 오르고 달리기 때문. 임윤아가 촬영 도중에 눈물을 보였다는 에피소드로 화제를 모았지만, 조정석 역시 "나도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벽 타는 신 촬영을 떠올리면, 나 혼자 올라가는 게 아니라 (임)윤아씨와 줄을 이어서 함께 올라가야 했다. 둘이 와이어를 같이 잡고 서로 도와서 올라가야 되니까 끌어주고 하는 합도 굉장히 중요했다. 부감(높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기법)으로 찍을 때는 아래에 (CG 작업을 위한) 블루스크린을 깔았다. 그런데 그게 살짝 접히거나 그러면 다시 찍어야 한다. 모든 게 다 맞아 떨어져야 오케이가 나오는 장면이 정말 수두룩 했다. 너무 힘들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힘이 빠지면 피지컬 팀이 와서 근육도 풀어주시고 그런 도움도 많이 받았다. 영화에서는 한 장면이지만 우린 그 장면을 위해 수도 없이 찍지 않았겠나.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고생한 만큼 영화에 담긴 것 같냐'는 물음에 그는 "너무 만족스러웠다"며 "블루스크린은 (촬영이 끝나고)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였고 나중에는 꿈에도 나왔다. 그런데 완성된 영화로 보니까 너무 뿌듯했다. 실감나고 생생하지 않았냐"고 흐뭇해했다.
 

조정석 인터뷰 사진 ⓒ 잼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첫 장면에서 용남은 철봉에 매달려 화려한 기술들을 선보인다. 조정석은 이 장면을 모두 직접 소화했다고 고백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이전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터라 사실 체력에는 자신 있었다. 그런데 대본을 보니까 보통이 아니더라. 철봉 신에 수식어들이 정말 화려했다. 그걸 소화하려고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기초체력을 더 올리고도 싶었고. 클라이밍도 사실 팔을 당기는 동작이지 않나. 그래서 클라이밍 선수들이 철봉을 많이 한다더라. 실제로 촬영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극중에서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하고 있는 용남은 가족에게도 친척들에게도 잔소리를 듣는 청년 백수 신세다. 조정석은 연기하면서 용남에게 공감했던 장면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2004년 25살에 뮤지컬로 데뷔해 금세 주목받아 주연을 꿰찼던 조정석이 어떻게 '청년 백수' 용남에게 공감할 수 있었을까. 그는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 삼수한 적이 있다. 그 시절이 생각났다"고 답했다.

"나도 용남에게 공감한 점이 많았다. 용남은 취준생이지만 나는 삼수의 경험이 있다. 칠순 잔치가 용남에게도 나름 개인적인 재난이지 않았을까. '장가는 갔니, 요즘 뭐하니' 친척들에게 그런 질문을 받지 않나. 나도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려고 재수, 삼수까지 했다. 그 때 어른들이 '기타 열심히 치냐' 하고 토닥토닥 해주시고 그랬다. 결국 연기로 대학 문턱을 넘었는데 연극영화과라고 하니까 이번엔 '야, 텔레비전엔 언제 나오냐'고 물으시더라. 가족들에게 구박 받는 용남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조정석 인터뷰 사진 ⓒ 잼엔터테인먼트

 
조정석은 그 시절의 자신을 "되게 평범했다"고 표현했다. 뮤지컬 무대에서 화려한 존재감을 뽐내고 스크린,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는 지금의 조정석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표현이었다.

그는 "학창시절의 나는 평범했다. 전혀 비범하지 않았다. 기타 학원 가서 연습하고 아르바이트 하고,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그런 평범한 학생이었다"면서도 "희한하게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달라졌던 것 같다. 축제 때 팀을 만들어서 안무 짜고 춤추고 그랬다. 교회에서 성극 뮤지컬도 하고 연출도 해보고 성가대도 했다. 내게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연기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한 분도 교회 전도사님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극중 용남의 모습과 실제 조정석은 비슷할까. 이 질문에 조정석은 의외로 손사래를 쳤다.

"용남은 눈치가 좀 없지 않나. 나는 그렇지 않다. (용남이 극중에서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데) 나도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용남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그런 점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마음이 여린 편이다. 모질게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지 않나. 그런 게 좀 어렵다. 우유부단한 건 아닌데 거절하는 것도 잘 못한다. 촬영현장에서도 그런 일이 있으면 프로페셔널 하게 못하고 혼자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할 때가 있다. 그래도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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