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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 진정낸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손정은이 남긴 글

계약직 아나운서들, 16일 기자회견... MBC "1심 판결까지 소모적 논란 자제 촉구"

19.07.17 18:33최종업데이트19.07.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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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8월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열린 '방송거부-업무거부 돌입 기자회견' 당시 손정은 MBC 아나운서(왼쪽)의 모습. (자료사진)ⓒ 권우성

 
MBC 손정은 아나운서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지난 16일 서울고용노동청에 '1호 진정'을 낸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향한 글을 자신의 SNS에 남겼다.
 
손 아나운서는 17일 "너희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MBC를 신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밤새 고민하다 이 글을 쓴다"면서 "2016년 3월 한마디 통보도 없이 사회공헌실로 발령이 났다. 그렇게 11명의 아나운서가 다른 부서로 보내졌고 그 인력을 대체할 11명이 '계약직'으로 뽑혔다"고 적었다.
 
손 아나운서는 "회사는 계약이 종료됐다 말하고 너희는 갱신 기대권을 주장한다. 이제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가처분 상태이니만큼 회사에 출근하고, 급여를 지급해주며, 법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회사를 너희는 직장 괴롭힘 1호로 지목하고 언론플레이에 나섰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시대의 아픔이 있고, 각자의 입장이 있고,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있을 터인데, 너희가 사인한 비정규직 계약서와 진정으로 약자의 터전에 선 자들에 대한 돌아봄은 사라지고 너희의 '우리를 정규직화 시키라'는 목소리만 크고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가올 1심 판결을 기다리자. 만약 법의 판단이 너희가 맞다고 선언한다면 그때는 아나운서국 선후배로 더 많이 대화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서도 "너희의 고통을 직장 내 괴롭힘의 대명사로 만들기에는 실제 이 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우리 사회에 차고 넘쳐 마음이 아프다"며 글을 맺었다.
 
MBC 경영진 교체 후 '계약 연장 불가' 통보, 당사자들은 반발 후 소송

한편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진정서가 고용노동청에 제출된 16일 오후, MBC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문화방송은 이미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 맞춰 관련 사규를 개정하여 신고시 처리 절차 등을 상세히 규정했다. 하지만 해당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내부 절차를 도외시한 채 개정법률 시행일 아침 기자회견과 노동청 진정이라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7일 진정서를 제출한 뒤 최승호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자신들을 취재하러 온 타 언론사 카메라를 대동하고 사장실이 있는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4층을 방문했다. 타 언론사 카메라가 방송국 내부에 진입하려면 사전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이 16일 MBC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날 연 기자회견에서 "법원 복직 결정 이후 우리는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 별도 공간에 격리됐고, 사내 전산망 접속이 차단됐다"라고 밝혔다.ⓒ 김윤정

 
이에 대해 MBC는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채 타 언론사 카메라를 대동해 임원실을 방문해 촬영하게 했다"면서 "그간 문화방송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고려해 이들의 각종 부적절한 대외 발표와 사실과 다른 언행에 대해 직접 대응을 삼간 채 법적 판단을 기다려왔다. 문화방송의 입장은 '단체협약 취지 등을 고려해 1심 판결 결과를 따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부 조사와 후속 조치, 그리고 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소모적인 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신고가 개정 근로기준법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포함하여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호 진정'을 낸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로 채용된 이들이다. 당시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던 MBC는 노조 소속 아나운서들을 대거 업무에서 배제하고 '전문계약직 아나운서' 11명을 뽑았다.
 
2017년 9월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이후 경영진이 교체됐고, 새 경영진 체제에서 이들의 계약이 종료됐다. 이후 MBC는 이들에게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이에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재계약 거절은 부당해고'라며 구제 신청과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전 경영진으로부터 정규직 약속을 수차례 들었기 때문에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주장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현재 MBC는 이에 대한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재판부가 "해고 무효 확인 사건의 판결 선고시까지 아나운서들의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 5월,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MBC에 복귀했다. 이들은 기존 MBC 아나운서국이 아닌 별도 공간에 배치됐으며 업무가 부여되지 않고 있다. MBC는 본안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이들에게 업무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첫날인 16일 MBC를 신고했다.

아래는 손정은 아나운서가 자신의 SNS에 게재한 글의 전문이다. 

얘들아, 어제 너희가 직장 내 금지법으로 MBC를 신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밤새 고민하다 이 글을 쓴다. 

2016년 3월, 사회공헌실로 발령나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 신동호 전 아나운서국장은 인사발령이 뜨기 전에 국장실을 비웠지. 
난 한마디 통보도 듣지 못한 채 오후에 짐을 싸서 그 다음주부터 사회공헌실로 출근해야만했다. 그는 그렇게 11명의 아나운서를 다른 부서로 보냈고, 그 인력을 대체할 사람들 11명을 '계약직'으로 뽑았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말을 잘 들을 거라 생각했겠지. 실제로 너희들은 최선을 다해 방송했고, 그렇게 우리들의 자리는, 너희의 얼굴로 채워져갔다. 

억울할 수도 있을 거다. 그저 방송을 하러 들어왔을 뿐인데, 들어오는 방송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거냐 할수 있겠지. 너희들은 실제로 나에게 와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너희가 안쓰럽고 또 기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무림치는 너희의 모습이, 더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구나.

모두 정규직이 될거라며 끊임없이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던 그 국장은, 요즘 매일 아나운서국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가 나에게 주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서, 울분과 눈물이 쏟아져나온다. 

그에게도 물어보렴.
그때 왜 쓸데없는 희망을 주셨냐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 왜 하신거냐고.

안타깝게도 실제 파업이 이뤄졌을 당시 너희들은 '대체인력' 역할을 수행했다. 그 자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재계약 운운하며 뽑은 이유대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당시 경영진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당연히 쉽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그 당시 너희와 같은 처지였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본인의 신념을 이유로 제작 거부에 참여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초인적인 덕성이 있어야 그런 행동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꽤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따랐고 그 작은 힘들이 모여 MBC는 바뀔 수 있었다.

그리고 너희가 남았다.

회사는 계약이 종료됐다 말하고, 너희는 갱신 기대권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가처분 상태이니 만큼 회사에 출근하고, 급여를 지급해주며, 법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회사를 너희는 직장 괴롭힘 1호로 지목하고 언론플레이에 나섰더구나. 

시대의 아픔이 있고, 각자의 입장이 있고,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있을 터인데, 너희가 사인한 비정규직 계약서와 진정으로 약자의 터전에 선 자들에 대한 돌아봄은 사라지고, 너희의 '우리를 정규직화 시키라'는 목소리만 크고 높구나.

다가올 1심판결을 기다려보자. 만약 법의 판단이 너희가 맞다고 선언한다면, 그때는 아나운서국 선후배로 더 많이 대화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너희의 고통을 직장괴롭힘의 대명사로 만들기에는 실제 이 법이 보호해야할 대상이 우리 사회에 차고도 넘쳐, 마음이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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