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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된 뮤지션, 12년 만에 대중음악계로의 귀향

[인터뷰] ‘포스트 조관우’로 불리던 정현우, 시인의 악기상점으로 돌아오다

19.07.04 11:35최종업데이트19.07.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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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악기상점 ⓒ 강혜빈

 
'시인의 악기상점'이란 범상치 않은 활동명을 가진 뮤지션이 등장했다. 그의 본명은 정현우, 한때 라임(Lime)이란 예명으로도 음원을 발표했던 남성 보컬리스트다.

그는 유명한 영화 <파리넬리>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는 중성적 목소리로 2000년대 중후반 '포스트 조관우'가 등장했다는 평가를 듣곤 했다. 하지만 정현우는 어느 순간부터 가요계 활동을 일체하지 않고, 대학 졸업 후 방송사 라디오 작가로 경험을 쌓아 나갔고, 2015년 한 유력 일간지 신춘문예에 '면'이란 시가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다. 

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시인 정현우'로 알려진 그는 이후 4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인의 음악상점'이란 이름으로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이란 새 앨범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것도 무려 12년이란 긴 시간을 보낸 후 말이다.

이제는 시인으로서 음악인으로서 활동하는 자신의 두 영역을 모두 잘하고 싶다는 포부와 의지를 드러내는 정현우. 음악과 문학이 접목된 '문학적인 음악'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하는 시인의 악기상점(정현우)과 지난 6월 26일 서울 합정동 모처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시인이 돼 돌아온 음악인

- EP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은 어떤 앨범인가?
"김민정 시인의 스테디셀러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에서 제목을 가져왔고 12년 만에 낸 앨범이다. 시와 음악은 근원적으로 동일 부류의 장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시를 포함한 문학작품과 음악의 콜라보레이션을 자연스럽게 떠올렸고 3곡이 수록된 앨범을 발표하게 됐다."

- 무슨 이야기를 담고 싶었나?
"살아가면서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들을 맞이할 때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순간 쓸모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 때도 있다. 음악을 통해 지금 느끼는 순간 자체를 온전히 역설적으로 표현해내고 싶었다."
 
- 이번 앨범 감상 포인트는?
"발매된 CD를 보면 원작과 그것을 통해 창작된 가사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두 가지를 비교를 하면서 '감정 선의 같음과 다름'을 발견하는 것이다. 음미하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듣는 이들의 몫'이고, 이번 앨범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 '시인의 악기상점'이란 활동명이 독특하다 
"2006년에는 본명 정현우, 2007년에는 라임(Lime)이란 이름으로 각각 음원들을 발표했었다. 이후 군 입대 등 몇몇 이유로 음악과 멀리 떨어져 있는 시기를 보냈고, 대학전공을 살려 2015년 모 일간지 신춘문예에 응모한 시가 당선된 후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를 쓰면서 곡을 만들고 노래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다시 생겼고, 시인이란 정체성을 지키면서 음악인으로 활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문학인으로 아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시인의 악기상점'이란 이름을 떠올려 사용하게 됐다."  

12년의 공백,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시인의 악기상점 ⓒ 강혜빈

 
- 뮤지션으로서 12년이란 긴 공백기를 보냈다
"'얼굴 없는 가수'로 노래들을 발표했었다. 중성적 보이스 컬러로 나름 화제성도 있었고, 대형기획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니 온라인상에 올라와 있는 다수의 댓글들을 보며 적잖은 상처를 받았고 가수란 직업에 회의감도 들어 음악활동을 상당기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라임으로 활동 당시 음원차트 1위를 한 기록이 있다
"2007년 11월 중순에 발표했던 두 번째 앨범 타이틀 곡 '바람에 너를'이 미니홈피 배경음악(BGM)으로 큰 사랑을 받아 여러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의 목소리로 노래했다'는 것이 화제가 돼 원더걸스(Wonder Girls)의 '텔미(Tell Me)', 빅뱅(Big Bang)의 '거짓말'이 엄청난 인기를 얻은 해로 기억하는데, 당시 틈새시장을 공략한 노래로 나름 성공을 거뒀다." 

-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해왔나?
"군복무 후 복학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방송작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KBS-라디오 작가로 일을 시작해 경험을 쌓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현재는 KBS와 경인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작가로 일한다. 오롯이 시인으로만 활동하며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나를 포함한 다수 문학인들의 현실일거다."

- 음악인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지난 12년을 음미해 본다면?
"오롯이 나 자신과의 싸움을 했던 시간이었다. 알을 깨고 나오는데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 것 같다.(웃음)"

음악작업, 시 쓰는 것보다 더 어려워

- 언제부터 음악인이 되려는 꿈을 가졌나?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꿈은 품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취미로만 했다. 그러다가 2005년 친구의 적극적인 권유로 MBC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노래 경연대회에 나가게 됐고 '중성적인 독특한 보컬을 가진 참가자'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12월 '거억도 나에겐'이란 곡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고?
"그렇다. 2010년 11월부터 방송됐던 MBC <위대한 탄생> 첫 번째 시즌에 참가해 '위대한 캠프'까지는 진출했다. 당시 멘토 김연우 님으로 부터 '한국에서 찾기 힘든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닌 참가자'란 평가가 지금도 귀에 선하다.(웃음)"

- 영향을 준 뮤지션이 있다면?
"아무래도 조관우, 이소라 두 선배님이다. 많은 분들이 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두 분의 목소리를 섞어놓은 듯, 때론 그렇지 않게 들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 시와 노래의 창작, 어떤 작업이 더 힘든지?
"시는 솔직히 내가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90퍼센트의 자아가 담긴 분야다. 반면 노래는 멜로디에 따라 가사를 담아야 하고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이다. 

음악의 경우 내 라이브를 보거나 완성된 음원을 듣고 대중의 반응을 바로 바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반면, 시의 경우 발표가 되더라도 독자들의 감상평을 빠르게 알 수 없다는 게 다소 아쉬운 부분인 것 같다."  

현대인들의 가난한 마음, 내 음악으로 흔들고 싶다
 

시인의 악기상점 ⓒ 남궁복

 
- 향후 발표 곡들에서 창법 등 변화를 시도할 계획은 없나?
"우선 올 가을 개봉예정인 음악 다큐멘터리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OST에 참여하게 돼 '단순한 진심'이란 곡을 부르게 됐다. 이번 주 보컬녹음을 한다.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들이 마이너계열이었다면 이번 참여트랙은 밝은 분위기의 메이저 곡이다. 기대해 달라.(웃음)

가창에 있어 도전하고 싶은 것이 많다. 마치 말하는 것처럼 노래하는 곡도 발표하고 싶고, 소위 '돌고래가 내는 소리'를 낸다고 하는 4옥타브 음역 대의 음악도 부를 수 있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할 예정이다. 어쨌든 정체되지 않고 계속 노력하고 연구할 거다."    
 
- 계획 중이거나 하고 싶은 음악활동이 있다면?
"7월 말 앨범발매기념 쇼 케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음악관련 TV 프로그램에서 섭외제안이 들어왔는데 쇼케이스를 잘 치른 후 추후 결정을 할 예정이다.

젊은 시인들이 발표한 시와 뮤지션들의 곡이 결합된 협업 작업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시가 음악이 되고, 음악이 시가 되는' 사람들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들의 탄생에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올해 노래를 더 발표할 수도 있는지?
"이미 만들어 놓은 노래들이 여럿 있는데, 3곡 정도를 더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영화 OST 참여트랙을 포함해 7곡을 선보이게 돼 기회가 되면 연말에는 콘서트도 열고 싶다.  

그리고 매해 가을마다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행사가 많이 열린다. 발표한 시를 낭독했던 적도 있지만 노래를 부른 횟수가 더 많다.12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터라 노래 부를 일이 더 자주 생기지 않을까 기쁜 마음으로 무대에 서겠다.(웃음)"

-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드는데 나름의 모토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난을 흔드는 마음'이다. 현대인의 삶을 보면 정신적으로 헐벗은 상황에 직면한 경우가 많다고 본다. 그런 이들에게 내 음악과 시를 통해 '보고 듣는 즐거움'을 마음껏 느꼈으면 하는 목표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음원과 CD를 반드시 발매하겠다는 생각을 변함없이 실행해 나갈거다."
정현우 라임 시인의악기상점 아름답고쓸모없기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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