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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벼랑에 몰린 사람들, 왜 수영장으로 갔을까

[미리 보는 영화]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 전한 진심

19.07.04 11:22최종업데이트19.07.0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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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게 참 없는 이 세상에도 아주 확실한 게 하나 있다. 네모는 동그란 틀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확실히 입증했다. 의지만 있으면 동그라미도 네모 틀에 들어갈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중-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 이미지ⓒ 엣나인필름

 
프랑스에서 누적 400만 관객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던 질 를르슈 감독의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 곧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작품은 가정, 직장, 미래 등 각양각색의 걱정을 안고 사는 벼랑 끝의 중년 남자들이 모여 수중발레 세계선수권 대회에 도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의 감정

122분의 러닝타임에 코믹 드라마 안에 담아야 할 내용들이 알차게 잘 배치되어있다. 2년 차 백수 베르트랑(마티유 아말릭), 히트곡이 전무한 로커 시몽(장 위그 앙글라드), 가족관계 문제로 삶이 힘든 예민한 남자 로망(기욤 까네), 파산 직전의 사장님 마퀴스(브누와 뽀엘부르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결코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도입부에는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주연 배우들의 가정사나 개인적 고민들을 담은 옵니버스식 전개가 다소 지루하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이 부분을 꼭 기억해야만 한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 이미지ⓒ 엣나인필름

 
"남자답지 않아. 이상해."
"수중 발레를 하는 남자들은 게이다."


수중 발레에 도전한 남자들은 주변인들에게 온갖 조롱 섞인 말들을 듣는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훈련에 매진한다. 그동안 동그라미 세상에서 받아온 상처에 비하면 이 정도 조롱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영화는 그들의 상처를 깊숙이 상세하게 담아낸다. 사업에 실패하여 빚더미에 안게 된 삶, 알콜 중독자의 삶, 심각한 불안증세로 인해 약 없이는 살수 없는 삶 등. 절망적인 삶의 단면이지만 영화는 결코 어둡지 않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명의 수영 코치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델핀(버지니아 에피라)과 아만다(레일라 벡티)는 수중 발레 팀의 코치를 맡게 된다. 한명은 훈련 중에도 좋은 글귀의 시를 읊어 주는 등 편안한 분위기의 저강도 훈련을 담당, 또 한명은 지나치리만큼 고강도 훈련을 강행한다. 이 두 명의 코치들 역시 자신만의 고민과 슬픔을 서서히 치유해 나간다.

탄탄한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요소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이야기를 돋보이게 꾸며주는 카메라 앵글과 음악, 조명 등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컷의 구성과 에너지 넘치는 음악의 조합은 어쩌다 잘 맞아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1, 2, 3, 4, 5, 7, 8, 9…"
"1, 2, 3, 4, 5, 7, 8, 9…"
"1, 2, 3, 4, 5, 7, 8, 9…"


코치의 힘찬 구령소리와 이에 맞춰 남자들은 다양한 동작을 구사한다. 코치의 입술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이 나오더니 담배 연기 그윽한 장면과 함께 진이 빠진 남자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숫자를 세는 구령소리는 1분이 넘게 반복되다가 이를 참다못해 남자 중 한명이 코치를 물속에 빠뜨리면서 멈춰진다.

물속에서 본 남자들의 수중 발레 공연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단연 최고의 장면이다. 그럼에도 수중 발레 세계선수권 대회 전까지 그들의 물속 공연을 단 한 차례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의 도전이 결국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이러한 결말처럼 단순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 이미지ⓒ 엣나인필름

 
국민 배우와 스토리텔링에 능한 감독의 만남

영화는 '프랑스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제44회 세자르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음향상 그리고 편집상까지 8개 부문, 10개 후보(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 2명)에 올랐다. 정통 코미디 영화로는 드물게 제71회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도 이뤘다.
  
여덟 명의 수중 발레 선수들과 두명의 코치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을 합치면 20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영화에 등장하는데 질 를르슈 감독은 "나는 모든 캐릭터들이 스스로의 존재와 인생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면 했고,여성 캐릭터들에게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었다"면서 "영화의 주인공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여성들을 위했기 때문이다"고 말한 바 있다. 

질 를르슈 감독은 <세라비, 이것이 인생!>, <프렌치 커넥션: 마약수사>(2014), <프렌즈: 하얀 거짓말>(2010), <사랑을 부르는, 파리>(2008) 등 총 6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배우 출신 감독이기도 하다.

여기에 명배우들이 가세했다. 2년 째 백수인 베르트랑 역의 마티유 아말릭은 제30, 33, 39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베테랑 배우다. 예민하고 까칠한 로랑 역의 배우 기욤 까네는 <인 올 이노센스>(1998)로 최우수 신인 배우상을 받았다. 파산 직전 사장님 마퀴스 역의 배우 브누와 뽀엘부르드는 벨기에 국민배우로 <나르코>(2004), <코코 샤넬>(2009), <나쁜 사랑>(2014), <이웃집에 신이 산다>(2015) 등의 작품에서 열연했다.

영화는 오는 18일 개봉한다. 

한 줄 평 : 프랑스 영화가 난해하다는 편견을 바꿔준 영화
평점 : ★★★★(4/5)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관련 정보
제목 :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영제 : Sink or Swim
감독 : 질 를르슈
출연 : 마티유 아말릭, 기욤 까네, 브누와 뽀엘부르드, 장 위그 앙글라드, 버지니아 에피라 외
장르 : 썸머 코믹버스터
수입/배급 : (주)엣나인필름
러닝타임 : 122분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9년 7월 18일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포스터ⓒ 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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