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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2'는 날 구해준 드라마"... 김영민은 희열을 느꼈다

[인터뷰] OCN <구해줘2> 성철우 목사 역... "그의 비참한 말로, 경각심 주기 충분"

19.07.04 10:27최종업데이트19.07.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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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OCN <구해줘2>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배우 김영민. ⓒ 매니지먼트 플레이

 
"<구해줘2>는 저를 구해준 작품입니다." 

2일 서울 논현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배우 김영민은 성철우 목사처럼 선한 얼굴의 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물론 타락하기 전 나긋한 미소로 월추리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초반의 성목사처럼. 

최근 종영한 OCN <구해줘2>의 성목사는 특유의 친절함과 깊은 신앙심으로 궁지에 몰린 월추리 마을 사람들의 믿음을 얻고, 기적을 행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성목사는 신의 응답인 줄 알았던 그 모든 기적이, 실은 사기꾼 최경석(천호진 분)의 플랜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광기에 사로잡혀 살인까지 저지른다. 

스토리의 변곡점마다 요동친 성목사의 캐릭터와, 소름 끼치는 연기력으로 성목사의 변화를 표현한 배우 김영민. 두 얼굴의 캐릭터 성철우를 연기한 그에게 쏠린 시청자의 관심도 대단했다. "이렇게 많은 기자들과 인터뷰한 건 처음"이라는 그는 "작품이 잘 마무리된 덕분에 받는 관심이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철우의 마지막, 더없이 좋았다" 
 

2일 OCN <구해줘2>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배우 김영민. ⓒ 매니지먼트 플레이

 
<구해줘2>의 마지막은 비극 그 자체였다. 성철우는 자신을 사기극에 이용한 최경석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목숨처럼 여기던 돈, 월추리 주민들의 보상금에 불을 질렀다. 보상금과 함께 타오른 예배당 안에서 생을 마감한 성철우의 마지막 선택. 어떤 이들은 '광기에 휩싸인 성목사의 비참한 최후'라 이야기했고, 어떤 이들은 '사기꾼에게 놀아나 신의 이름을 더럽힌 자신과, 사기꾼을 처벌하려는 신앙적 선택'이었다 이야기하기도 했다. 실제 천주교 신자인 그는, 성목사의 마지막 선택을 어떻게 보았을까? 

"마지막 장면 대본에는 '주님 아니죠. 제가 맞는 거죠. 용서하지 마세요. 용서하기도 하세요' 이런 말들이 적혀있었어요. 저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주님, 정말 계시나요?' 라는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성 목사는 그런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많은 부분이 자유로워지더라고요. 성 목사는 그냥 미친 거예요. 이성을 잃은 것도 맞고, 신에게 질문하며 마지막 순간 용서를 구한 것도 맞다고 생각해요. 어떤 답이 있다기보다, 성 목사처럼 저도 그 안에서 혼란스럽게 왔다 갔다 했던 것 같아요." 

성목사와 사기꾼 최경석의 죽음. 그리고 사이비에 현혹된 대가로 모든 것을 잃고 일상이 파괴된 월추리 주민들. 김영민은 "모든 결말에 만족한다"면서 "월추리 사람들의 씁쓸함을 보여준 장면이 좋았다. 트라우마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월추리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에게 작품의 메시지와 경감심을 심어주기에는 더 없이 좋은 결말"이라고 말했다. 

같은 듯 다른, 김영민의 성철우 
 

2일 OCN <구해줘2>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배우 김영민. ⓒ 매니지먼트 플레이

 
"(원작 애니메이션 <사이비>의 감독인) 연상호 감독님의 팬이에요. 그 중에서도 <사이비>를 참 좋아했는데, 드라마 버전에 출연하게 돼 영광이면서도 원작에 폐를 끼치면 어쩌나 하는 부담도 컸죠. 다행히 드라마적으로 잘 풀린 것 같아요. 특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그 후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그 부분을 보여준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원작 <사이비>의 성철우와 <구해줘2>의 성철우는 같은 듯 다르다. 김영민은 "원작의 느낌을 많이 가져오고 싶었다"면서도 "<구해줘2>의 성철우는 <사이비>보다 더 적극적이고 드라마틱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흐름과 결말을 알 순 없었지만, 원작을 봤기 때문에 성철우의 변화를 예상할 순 있었어요. 그래서 초반 선한 이미지의 성목사를 연기하면서도 그의 개인적 욕망을 조금씩 표현하고 싶었죠. 시청자분들에게는 많이 전달되지 않더라도, 제 스스로 성목사의 변화를 조금씩 녹여낸 거죠. 이런 부분이 후반부 극단적으로 변한 성목사를 연기할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 

<구해줘2>는 김영민 외에도 천호진, 엄태구, 이솜, 임하룡, 우현, 김수진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내딸 서영이> <황금빛 내인생> 등 여러 가족 드라마에서 소시민 가장의 짠한 아버지 역할을 맡아왔던 천호진은 교회 장로의 얼굴을 쓴 사기꾼 최경석을 소름끼치도록 완벽하게 표현했다.

김영민은 대선배 천호진에 대해 "연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계시는, 말 그대로 '선수'이신데도 매번 치열하게 연구하고 준비해오시더라"며 "극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분석도 놀라웠지만, 그렇게 설계한 캐릭터를 연기할 땐 또 본능적이더라. 너무 놀라웠다"고 감탄과 존경심을 쏟아냈다. 

"마지막 회에 성목사와 최장로가 예배당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맛이 간 상태로 최장로에게 '뭐 찾으세요?' 물으며 대화가 시작되는데, 저는 그 장면을 계속 웃는 톤으로 이야기하는 걸 준비했어요. '때릴 테면 때려봐, 죽일 테면 죽여봐. 난 무서울 게 없어' 이런 느낌이요. 맞아도 웃고, 궁지에 물려도 웃고... 

리허설 할 때 처음 그렇게 연기했는데, 선배님이 바로 '(돈 가져간 게) 너냐?' 하면서 바로 웃으시는 거예요. 순간 너무 소름끼쳤어요. 내가 준비한 연기를 순식간에 받아들이고 저한테 새로운 걸 던지신 건데, 그 순간의 희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이건 배우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연극을 사랑하는 이유 
 

2일 OCN <구해줘2>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배우 김영민. ⓒ 매니지먼트 플레이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많은 드라마 팬들에게 김영민은 2018년 <나의 아저씨> <숨바꼭질>, 그리고 최근 방송된 <구해줘2>를 통해 익숙해진 배우다. 하지만 연극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2010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 연기상까지 받은 대학로 인기스타. 그동안 숱한 대학로 스타들이 일찌감치 TV로, 극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김영민의 드라마 활동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연극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우유 배달을 한 시절도 있었다는데, 연극 무대를 고수한 이유가 궁금했다. 

"예전에는 연극배우들이 TV나 영화에 출연하면 '외도했다'는 표현을 쓰곤 했어요. 배신이라는 거죠. 저 역시 연극 무대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높게 평가하면서 오만하게 생각한 시간도 있었던 것 같고요.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잖아요. 연극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이 좋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제겐 연극의 가치가 소중해요. 하지만 무대만을 고집한다든가, 이제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렸으니 한동안 연극을 멀리하겠다든가, 그런 생각은 없어요. 연극, 드라마, 영화... 각자의 즐거움이 있다는 걸 점점 알게 됐고, 그 즐거움을 오갈 수 있게 됐으니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몇 달 뒤면 그는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 50살이 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연극을 시작했으니 연기 인생도 30년이 넘은 셈. 20대 때는 "3년 주기로 '이걸 계속해야 하나' 고민했다. 라면이 없었다면 연극배우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했을 정도였다"고. 하지만 그 순간마다 '연기란 무엇인가, 연기가 뭐길래 나는 이 일을 계속하는 걸까' 고민했다는 그에게, 스스로 찾은 답이 뭐였는지 물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제 인생은 계단식으로 올라왔던 것 같아요. 발전도 없고 나아지지도 않는 삶에 지쳐 '그만할까'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삶이든, 연기든, 성과든 쑥 좋아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버텨볼까?' 하다보면 어느 순간 또 고민하는 시기가 오고, 또 좋아지고, 다시 버티게 되고... 누구는 이걸 매력이라고 하고, 누구는 마약이라고도 해요. 이 바닥에서 발 담그면 너도 끝이라고. (웃음) 대학로에서 연극해서 부자된 사람은 없어요. 부자가 될 순 없는 일이라도, 그 매력을 알게 되면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웃음)" 

아직은 낯선, 그래서 즐거운 
 

2일 OCN <구해줘2>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배우 김영민. ⓒ 매니지먼트 플레이

 
30년 넘게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물을 연기한 그이지만, 드라마와 영화는 아직 낯선 세계다. 오랜 기간 준비해 짧은 시간 에너지를 쏟아내는 연극과, 순간적인 집중력이 요구되는 드라마, 큰 화면에서 작은 몸짓까지 신경쓰며 연기해야 하는 영화. 김영민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포인트가 다르더라. 정답을 찾기보다는, 그 다름을 그때그때 찾아가고 있다. 지금은 그 차이의 재미를 알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꼭 무대의 차이가 아니더라도, 연기는 작품 하나하나마다 새로운 노력이 필요한 작업인 것 같아요. 지질함이 요구되는 캐릭터면 지질이가 되고, 악함이 필요한 캐릭터면 악인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요. 멜로든 코미디든 무엇이든, 연극이든 드라마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이 가능한 배우로 인식됐으면 하는 게 배우로서 제 지향점입니다." 

김영민에게 <구해줘2>가 어떤 의미의 작품인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다소 허무개그 같지만 "좋은 의미"였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목처럼, 그야말로 저를 구해준 작품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그다음이 무엇일지 고통스러운 부분은 여전히 있죠. 하지만 <구해줘2>는 나라는 배우를 드라마와 더 친숙하게, 시청자와 더 가깝게 만들어줬어요. <구해줘2>를 통해 배운 연기에 대한 새로운 희열, 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한 즐거움은 앞으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영민 성목사 구해줘2 사이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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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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