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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패 8강 탈락', 그래서 더 아쉬운 콜롬비아의 무실점 기록

[코파 아메리카] 8강전, 칠레가 승부차기 끝에 콜롬비아 꺾고 4강 진출

19.06.29 12:21최종업데이트19.06.2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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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승 1무 4득점 '0'실점. 8강에서 탈락한 콜롬비아의 이번 대회 성적표다. 그만큼 잘 싸웠기에 아쉬움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29일 오전 8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코린치안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9 코파 아메리카 8강 콜롬비아와 칠레의 맞대결에서는 경기 0-0 무승부 후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칠레가 승부차기 합산 스코어 5-4로 승리했다.

칠레는 이번 대회 4강 진출에 성공,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갔다. 반면 18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콜롬비아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도 아쉬움을 삼켰다. 

케이로스표 '짠물 수비', 끝까지 열리지 않았지만...
 

2019년 6월 29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티안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코파 아메리카 8강 칠레와 콜롬비아의 경기. 칠레의 아르투로 비달 선수가 승부차기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콜롬비아는 조별 리그를 거치며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조별 리그에서 아르헨티나, 카타르, 파라과이를 상대로 모두 무실점 승리를 거두며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기간을 넓혀 보면 수치는 더욱 도드라진다. 6월 A매치 파나마전부터 지난 파라과이전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후방이 안정적이니 승률도 좋았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 1무 1패로 쾌조의 흐름을 달리는 중이었다.

이는 단연 케이로스 효과다. 케이로스 감독은 지난 3월부터 콜롬비아 대표팀을 이끌기 시작했다. 지난 이란 대표팀 당시에도 일가견 있는 수비 축구로 이름을 날린 그는 콜롬비아에 '짠물 수비'를 이식했다. 원래 콜롬비아는 공격적인 색채가 강한 팀이었다. 로드리게스와 팔카오, 콰드라도 등 공격수들이 화끈한 축구를 구사하는데 강점을 보였다. 다만 수비 불안 문제는 콜롬비아가 국제 대회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르는데 발목을 잡았다. 케이로스 감독은 부임 후 수비 체질 개선에 나섰고, 빠르게 수비 안정화를 이끌어냈다.
 
콜롬비아는 이번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지만 무실점 행진은 끝까지 이어갔다. 콜롬비아가 이날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우선 계속된 위기에서도 골을 먹히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다. 콜롬비아는 전반 12분 만에 위기를 맞았다. 칠레 푸엔살리다의 크로스를 아랑기스가 수비 사이를 잘라 들어가면서 위협적인 헤딩슛을 시도했다. 오스피나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없었더라면 실점과 다름없었던 장면이었다.

VAR도 콜롬비아의 손을 들어줬다. 전반 15분과 후반 28분에는 아랑기스와 비달이 콜롬비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VAR 판독 결과 이전 상황에서 오프사이드와 핸드볼 반칙이 각각 지적돼 무위로 돌아갔다. 콜롬비아는 오스피나 골키퍼 선방과 VAR 판독의 큰 덕을 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경기 분위기를 급격하게 상대에 내주는 것을 막았다. 콜롬비아는 후반 중반까지 큰 전술 변화 없이 자신들이 준비한 축구를 이어가며 칠레의 공격을 비교적 잘 막아냈다.

'산체스 원천 봉쇄·센터백 활약'... 그러나 공격에서 부족했던 한 방

또한 칠레의 에이스 산체스를 꽁꽁 묶은 것도 무실점의 주된 요인이었다. 산체스는 조별 리그를 통해 완벽하게 부활했다. 소속팀에서 긴 부진을 겪었으나 대표팀만 오면 달라지는 산체스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조별 리그 1·2차전이었던 일본과 에콰도르와의 경기에서 연속골을 뽑아냈고,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을 정도로 절정의 감각을 뽐내고 있었다.

콜롬비아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산체스를 막아야 했다. 그가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경기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컸다. 이에 콜롬비아는 유리베와 메디나의 협력 수비로 산체스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과격한 몸싸움도 아끼지 않았다. 산체스가 공을 잡으면 곧바로 파울로 끊어내 상대 공격 진행을 저지했다. 또한 콜롬비아 수비수들은 산체스의 공격 패턴을 읽고 있었다. 산체스는 주로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상대 수비의 템포를 빼앗는 것에 능한 선수다. 콜롬비아 수비수들은 이를 고려해 미리 길목을 선점하면서 산체스의 패스, 슈팅 경로를 차단했다.  

여기에 콜롬비아의 강력한 센터백 라인이 힘을 더했다. 물론 지난 경기들에 비해 예리 미나와 산체스가 버틴 센터백 라인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전반 초반 상대에게 위험한 슈팅을 몇 차례 줬고, 전반 15분 VAR 판독 결과 칠레의 골 취소 장면에서는 산체스와 오스피나 골키퍼 사이의 혼선이 빚어지며 공이 제대로 클리어링 되지 않는 불상사마저 생겼다.

그러나 그들은 대체적으로 탄탄한 후방 라인을 형성했다. 특히 이들의 강력한 피지컬이 큰 도움이 됐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비교적 신장이 작은 칠레 공격수들을 압도했고,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도 빠른 판단력에 더해 몸을 뻗는 태클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전반 39분 이슬라의 위협적인 전진 패스 후, 바르가스의 슈팅을 예리 미나가 영리한 커버 플레이로 막아냈던 장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콜롬비아 센터백들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이처럼 수비에서는 만점 활약을 펼친 콜롬비아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유난히 공격이 매끄럽지 못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전반전 마르티네스와 팔카오, 콰드라도를 전방에 내세워 상대를 몰아쳤다. 지난 조별 리그 3경기와 마찬가지로 2선의 로드리게스가 빌드업을 통해 전방까지 공을 전달하면 이 세 선수가 해결하는 식의 공격 패턴을 가져가고자 했을 것이다. 문제는 콜롬비아 2선이 비달에 막혀 힘을 쓰지 못했다. 수비수들이 산체스는 잘 막아냈지만, 비달이 버틴 중원 라인을 뚫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케이로스 감독은 후반 32분 활약이 미미했던 팔카오를 빼고 사파타를 투입하며 득점을 노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했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사파타는 상대 센터백인 마리판과 메델에게 집중 마크를 당하며 공격 횟수를 늘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점차 사파타는 고립되어갔고 최전방과 2선 라인이 벌어지면서 기세가 칠레 쪽으로 넘어갔다. 넘어간 기세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칠레 선수들은 승부차기에서 과감한 킥을 뽐내면서 5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콜롬비아는 8강전까지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고,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승자가 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들이 보여준 수비 전술과 끈끈한 경기력을 고려해본다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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