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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것 없다"던 배우 김래원, 진짜 달라진 건 따로 있었다

[인터뷰] 영화 <롱 리브 더 킹>에서 피어난 정통 멜로 향기, "모두 감독님 덕"

19.06.11 15:49최종업데이트19.06.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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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롱 리브 더 킹>에서 목포 건달 장세출 역을 맡은 배우 김래원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최선을 다하지 않은 연기가 없다지만 유독 김래원의 이번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아래 '롱 리브 더 킹')이 반갑다. 목포를 기반으로 한 건달이 주인공이기에 '한물간 조폭 영화'라 예상하기 쉽지만,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의 차기작이다. 기존 장르물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며 상업영화 데뷔와 동시에 큰 성공을 맛본 덕일까. <롱 리브 더 킹>은 오히려 액션보단 멜로에 가까웠다.

그 멜로 느낌의 상당 부분이 김래원을 통해 증폭되지 않았나 싶다. 20년 넘게 청춘스타, 톱스타의 자리를 지나오며 그가 남긴 여러 편의 멜로는 이젠 명맥이 끊긴 정통 멜로의 한 축을 장식하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이 얘기에 "모든 건 강윤성 감독님 덕"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원작 웹툰의 골격이 있다고 하지만 영화화는 보다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배우들의 찰진 사투리 연기는 물론이고 지역색도 화면을 통해 잘 드러나야 한다. 참고로 한 설문에서 김래원은 원작 캐릭터와 가장 어울리는 배우로 꼽히기도 했다. 목표 의식 없이 재개발 용역 건달 노릇을 하던 장세출이 김래원을 만나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됐다. 영화는 장세출이 시장 상인 변호사를 자처한 소현(원진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의 한 장면.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현실 속 장세출이었다면

김래원 역시 액션감 가득한 이 이야기를 "멜로로 읽었다"고 고백했다. 

"멜로신이 적어서 그렇지 전 그렇게 봤다. 소속사 사람들도 멜로로 보지 않았거든. 제가 잘못 읽었나 싶어서 감독님께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근데 맞게 읽었다고 하시더라. 그게 이 영화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제가 맞게 읽었던 거니 그 안에서 좁혀가면서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 여기에 더해 제가 원래 갖고 있는 방식에서 보다 진실하게 접근할 수 있게 감독님이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목포 사투리도 제 부하로 등장하는 배우들과 함께 몇 달 동안 합숙하면서 연습했다. 지방 촬영이다 보니 숙소가 마련돼 있잖나. 새벽 3시까지 얘기하다가도 나가서 15km 정도 산책도 하고 그랬다.

처음에 전 장세출을 깊고 진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 부분을 감독님께서 자꾸 덜어내시더라. 현장에서도 '너무 깡패 같다'며 톤을 다운해주셨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장세출이다. 제가 준비한 대로 했으면 이질감이 생겼을 것 같다. 너무 제가 감독님 얘기만 하나? (웃음) 근데 정말 그렇다. 제가 전작 이후로 특별히 변했다거나 그런 건 없다. 그저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시야가 넓어진 건 있겠지. 제 안에서 어떤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첫눈에 반한 이후 상대방의 "좋은 사람이 되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걸 건 남자. 이 자체로 판타지일 수 있다. 김래원은 "그래서 영화의 첫 신을 찍을 때가 가장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소현에게 뺨 한 대를 맞은 장세출이 그 이후로 시장 상인을 보호하고, 대의를 위해 일하는 인물로 변모해간다. 그 동력이 바로 사랑이었던 것. 

"이번 영화를 통해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전 사실 실제로는 그렇게 살진 못한다. 생각이 많아서 솔직히 장세출처럼 살진 못했다. 현실에 과연 그 같은 사람이 있을까. 어찌 보면 바보처럼 보일 수 있잖나. 영화에선 일단 멋있게 나오긴 하는데(웃음). 저 역시 장세출을 연기하면서 정화된 면이 있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연기를 하다 보니 여러 캐릭터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제 성장에 도움이 되더라."
 

"처음에 전 장세출을 깊고 진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 부분을 감독님께서 자꾸 덜어내시더라. 현장에서도 ‘너무 깡패 같다’며 톤을 다운해주셨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장세출이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김래원의 특별한 욕심

"늘 하던 대로 열심히 했다"고 눙쳤지만 분명 김래원은 강윤성 감독과 만나 철저히 쓰였고, 기대에 부응했다. 촬영 당일 대사가 바뀌거나 추가되더라도 그는 여유 있게 받아들였다. "불분명한 상태에서도 감독님이 준비할 수 있게끔 현장을 이끌어 주셨다"며 재차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언론 시사회에서 급성 맹장염으로 강윤성 감독이 불참한 이후 김래원은 바로 병원을 찾았다. "누운 채로 계속 관련 기사를 읽고 계시더라"며 김래원은 "다행히 부끄럽진 않게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하셨다"고 강 감독과 나눈 대화 일부를 전했다. 

"감독님이 평소에 그 얘길 많이 하셨다. 겸손하게 하자고. 저도 공감한다. 주변에 흔들리기 쉬운 성격이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낚시를 다닌다(웃음). 이 영화를 만나기 몇 해 전부터 선배들 영화를 보며 공부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있다 보니 20대엔 내가 돋보이는 연기를 하려 했다. 이제 그럴 단계가 아닌 걸 아는데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더라. 이번에도 촬영하다가 문득 '내가 주인공인데 너무 안 나오는 거 아냐?'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돌이켜 보니 그 모든 이야기가 장세출을 위한 거더라.

절 아끼는 선배들도 제게 내려놓기면 하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 말씀하곤 한다. 그게 참 쉽지 않더라. 자칫 열정 없어 보일까 불안하기도 하고. 사실 드라마 <닥터스> 때도 내려놓고 즐겼던 것 같다. 감독님과도 잘 맞았다. 그런 마음이 있다. 강윤성 감독님과 작품을 또 하면서 좀 더 제가 트레이닝 되고 싶은. 내려놓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굳히기 위해서 말이다."


바로 이 지점에 최근 김래원의 변화가 숨어 있었다. 작품을 대하는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는 연기에 대해 질문하고 있었다. 

"이제야 기초를 다진 것 같은 기분이다. 영화 흥행이야 뭐 알 수 없는 것이고, 제 그릇에 따라 또 좋은 작품을 만나느냐가 갈리겠지. 청춘스타로 불렸을 때부터 꺾일 무렵까지 전 영화로 승부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유일하게 그건 아니라고 한 분이 지금 소속사 대표님이다.

영화를 꾸준히 할 그릇이 제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들어가기 나름인 듯하다. 드라마? 딸린 식구가 많아서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웃음). 백지가 되고 싶은데 드라마를 하면 색이 칠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가끔 제가 제 연기를 보면 가짜 같을 때가 있다. 물론 모든 연기는 가짜지만 진짜처럼 보여야 하잖나. 그럴 때 내가 싫어진다. 계속 다듬으면서 연기를 해나가고 싶다."

 

"감독님이 평소에 그 얘길 많이 하셨다. 겸손하게 하자고. 저도 공감한다. 주변에 흔들리기 쉬운 성격이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낚시를 다닌다(웃음)."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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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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