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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수준은 높아졌지만... 아쉬운 영화인들의 삶

[인터뷰] 올해 한국영화 100년 맞이한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 지상학

19.06.05 16:35최종업데이트19.06.0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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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학 회장지상학 회장ⓒ 전훈

 
"1919년 영화 <의리적 구토>의 개봉일(10월 27일)을 한국영화의 시작점으로 삼아 벌써 100년이 지났다. 오늘날 한국 영화는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영화 선진국으로 우뚝 섰다."

사단법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 지상학의 목소리에는 뭔가 자신감이 묻어있다. 40여 년 동안 시나리오 작가로서 영화계 활동을 해 온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지상학 회장을 만났다. 지 회장은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 데뷔해 대표적인 국민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 영화 <헬로 임꺽정>, <학생부군신위>, < TV드라마-검생이의 달>, <꽃피는 둥지> 등 60여 편의 영화와 수십 편의 TV 드라마를 제작했다. 지난 3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영화인총연합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지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달 25일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이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영화의 발전은 국가의 문화적 기반 확충과 국민들의 성원이 중요하지만 뛰어난 창작자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술의 발전은 소수 천재들이 견인하고 그 천재를 선망하는 이들에 의해 박차를 가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 같은 천재들을 한국영화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존재이며 자산이랄 수가 있다."
 
- 이렇게 한국영화가 어느 날 갑자기 국제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
"사실 봉준호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100년 만에 그랑프리를 받았지만 이미 김기덕 감독이 201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베를린영화제에서 은상을 받은 바 있다. 그밖에 임권택 감독(2002년)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 강수연(1987년, 베니스)과 전도연(2007년, 칸)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렇게 앞선 이들의 노력과 성과의 연장선상에서 봉준호 감독의 수상은 한국영화 위상을 한층 더 끌어올린 대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칸, 베니스, 베를린영화제의 입상은 한 마디로 구름 위의 이야기였고 그냥 출품만 해도 영광된 시절이 있었다. 오죽하면 영화 포스터에 '해외영화제 출품 예정작'이라고 선전을 했겠는가?"
 
- 영화는 현재 문화 분야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독립적으로 자체 관리 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영화진흥위원회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줄로 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 영상매체의 다변화가 이뤄지면서 그런 이야기가 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영화도 영상콘텐츠인 것은 맞지만 TV나 다른 매체와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이제 비로소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한국영화를 그 중 하나로 섞어 놓기보다는 독자적 지원과 육성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한국영화가 상업적이고 흥행 수익 위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확실히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한국영화가 몇몇 국내 메이저사들에 의해 독점되다보니 흥행을 위한 최대공약수의 작품들이 나오긴 한다. 대신에 개성과 변별성을 가진 작품들이 나오기 힘든 구조로 돼버렸다. 특히 연령적으로 나이 든 분들이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가 드물다. 오죽하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특별히 가족영화를 만들라고 장려하면서 지원금까지 주고 있겠는가?

소위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보면 거의 비슷한 줄거리에 그냥 어지럽고 정신 사납다. 오직 돈을 벌기 위한 어벤저스 팀을 만들어 제작하는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어리거나 젊은 층들이 이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그저 내가 나이든 탓이라고 인정도 한다. 어쨌든 한국영화도 폭력과 섹스 등 할리우드를 흉내 내며 대마불사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같아 안타깝다."
 
- 이런 현실에서 창의성 있는 저예산 독립영화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나.
"대안은 독립영화가 맞다. 잘 만든 저예산 상업영화들도 제대로 극장에 붙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 영화제작, 배급시스템이 독과점 형태이다 보니 국내 메이저사들이 투자했거나 배급하는 영화가 아니면 극장에서 제대로 상영 할 수 없다."

- 대기업의 참여로 한국 영화제작 시스템이 디지털화 되면서 영화제작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실정인데 충무로의 현실은 예전만 못하다.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이다. 몇몇 인기 있는 배우나 감독, 제작자들만이 국내 메이저사들과 해피투게더의 시절을 보내고 있겠지만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고 나머지 영화인들은 작품할 기회가 없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평균수명은 갑자기 늘어나는데 어찌된 일인지 영화계에선 50대 중반 이후면 벌써 퇴물 취급하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노인을 위한 영화는 없다>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현재의 독과점 방지를 위한 영화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많은 영화인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 1970~1980년대의 충무로 모습에서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대부분 영화인들은 가난했지만 정이 넘쳤다. 돈이 없어도 충무로의 웬만한 술집에만 가면 반겨주는 동료들이 있었고 술은 물론이고 운 좋으면 집에 갈 교통비까지 얻어갈 수 있었다. 한 푼이라도 더 버는 사람이 술사는 건 당연시 하였던 시절이었다. 지금 충무로에 어쩌다 나가면 왜 그리 쓸쓸한지 모르겠다. 대부분 영화사들이 강남 등지로 옮겨가고 영화인들이 안 보이는 탓도 있겠지만 어쩌다 황혼녘에 충무로에 서 있으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평생을 영화계에서 활동하였는데 지금의 소회는 어떤가.
"보다 좋은 시나리오들을 써내지 못한 자괴감과 부끄럼도 크지만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쓸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 내가 한창 일하던 시절에는 많은 규제와 제약도 있었지만 그 가난했던 시절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일이 아니겠나."
 
- 연합회 금년 사업계획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가난한 무주택영화인들을 위한 주거복지사업이 일순위이다. 작년 하반기에 시작된 이 사업은 일단 4채를 나눠 주었고 한국토지공사와 NGO단체인 주거복지연대의 협조를 얻어 올해는 최소 10채 이상 20채까지 배정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무주택자로 신청한 인원이 60여 명인데 정말 절박한 영화인들이 많다. 또한 정부지원이 끊긴 대종상 활성화이다. 현재엔 기업인이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기업인과 영화인들의 마인드가 다르다보니 때론 잡음을 피할 수가 없었다. 다음으로 10월 27일 영화의 날에 개최하는 한국영화 100년 기념 페스티벌 지원, 서울시 교육청과 협력하여 영화인 강사 파견, 충무로 영화의 거리 조성, 올해로 두 번째 맞이하는 홍성국제단편영화제 개최이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한국과 공동으로 영화제 개최 요청이 쇄도하여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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