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계급 상승의 방법, 그 씁쓸함을 담은 영화 '기생충'

[리뷰] 자본가와 노동자에 대한 현실적인 은유, 영화 <기생충>

19.06.05 14:22최종업데이트19.06.05 14:22
원고료주기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내용 일부와 해석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 장면ⓒ CJ 엔터테인먼트

  
아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고개를 높이 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보다는 높은 곳을 바라보며 하고자 하는 목표나 지향점을 만들어 나간다. 낮은 곳을 바라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떤 방식으로든 위로 올라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공부를 하거나 기술을 배워서 현재의 상황을 딛고 올라서려 노력한다. 취업이라는 큰 문은 성인이 된 이후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올가미처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그것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취업이라는 큰 문을 뚫고 들어간다는 것은 자본가와 일하고 그 대가를 받아 개인의 삶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가는 노동자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사업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래서 취업한 대부분의 사람들과 자본가들은 도움을 주고 받으며 공생하는 삶을 살면서 각자의 미래를 계획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고도화 되면서 어두운 구석이 생기기 시작한다. 몇몇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공생의 대상이 아닌, 그저 기생하는 대상으로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많은 자본가와 노동자들이 서로 협력하에 공생하고 있지만 그 긍정적인 측면은 어두운 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으로는 서로의 공생을 주장하고 실현하자고 목소리를 내지만, 사실 공생으로의 길이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에게 찾아온 작은 희망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 집에 사는 기택(송강호)의 가족 이야기를 보여준다. 같이 거주하고 있는 장남 기우(최우식), 딸 기정(박소담), 아내 충숙(장혜진)은 모두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백수다. 그들이 어두컴컴한 반지하 방에 둘러앉아 식사를 할 때, 고개를 들어야 겨우 보이는 바깥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밝은 빛은커녕 취객이 지나가다 오줌 누는 장면을 보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 집에서 삶을 연명해 가는 가족들을 보는 기택에게는 그 상황을 타개할 아무 계획이 없어 보인다. 반면 그의 아들인 기우는 친구에게 고액과외를 소개받고는 여러 가지 계획을 품기 시작한다. 그건 그와 그의 가족이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는 작은 희망이다.
 

영화 <기생충> 장면ⓒ CJ 엔터테인먼트

  
희망은 앞으로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실제로 반지하에서 산다는 것은 어쩌면 꿉꿉한 냄새 속에서 사는 것일지 모른다. 환기가 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살던 사람들은 그 냄새를 인지하지 못하지만, 그 환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은연중에 인지한다. 아무 의욕 없이 살던 사람들은 한줄기 빛을 봤을 때,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그 빛을 따라가게 된다. 기우의 과외로 얻어진 기회는 그와 그의 가족을 무노동 층에서 노동자 층으로 편입시킨다. 그들은 높은 곳을 향해 한 걸음 내딛지만 그건 거짓된 증명서 하나로 시작된 기회다. 그렇게 시작된 고액과외는 기우와 그의 가족에게 점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겉으로 보기에 자본가들은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주변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의도로든 나쁜 의도로든 그들의 돈을 보고 달려드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을 통해서 사람을 구하고 해결책을 찾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소개 받은 사람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본인이 본 것에 따라서만 내린다. 눈앞에 보이는 사실만을 중심으로 판단해서인지 오히려 검증이 약할 때도 있다. 영화 속 두 아이의 엄마인 연교가 딱 그런 타입이다. 감언이설에 속아 쉽게 주변 사람을 버린다. 남편인 박사장 역시 단편적인 정보만을 보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린다. 그들은 언뜻 굉장히 선해 보이고 인심을 베푸는 사람들로 보이지만 주변에 고용된 모든 사람에 대해선 적당한 선까지만 믿는다. 그만큼 불안한 징조가 보이면 쉽게 사람을 자르고 교체해 버린다.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의 관계를 파고드는 영화

영화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기택의 가족들이 계단을 올라가거나, 박사장의 집에 올라가는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내내 기택의 가족들이 거짓말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것을 보곤 두 집안이 공생하는 관계라고 착각하게 한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 중반까지 그 모습은 긍정적으로 작동되는 공생구조로 그려진다. 많은 노동자가 그렇듯 자신이 고용주인 자본가에게 꼭 맞고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는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적정한 선에서 유지되던 공생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상황과 구조에 의해 기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해 보이는 현실로 치닫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자가 자본가가 되지 않는 이상, 그들은 자본가가 주는 자금, 월급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자본가가 제시하는 적정한 선을 지키지 못한다면 노동자의 지위를 잃게 되고 금방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다. 영화 속 박사장의 운전사나, 가정부가 쉽게 잘려나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는 모습은 현실 속의 노동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간혹 어떤 노동자들은 좋은 자본가를 만나 같이 성장하고 또다른 자본가로 상승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 노동자들은 결코 그 기회를 얻지 못한다. 현실에서 이런 상황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즉,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 장면ⓒ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그저 모든 상황을 인내하던 노동자 중 몇몇은 자본가에 대항하여 투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 투쟁은 자본가를 때때로 궁지로 몰기도 하지만, 그로인해 노동자의 상황이 나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국 그들은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 중간 어딘가에서 또 다른 형태로 기생한다. 이들은 자본가의 시선에서도, 노동자의 시선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꾸준히 세밀하게 관찰해야만 그들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기택 가족이 가지고 있는 냄새는 박사장의 가족들에게 인지되고, 냄새에 대한 박사장의 대응은 그들의 자존심을 흔든다. 영화 말미, 기택은 아들 기우에게 말한다. 

"계획을 세워도 소용이 없어. 모든 건 계획대로 안 되거든."

어쩌면 기택은 반지하를 벗어나 위로 올라가기 위해 수많은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고 더 이상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어딘가 걸려버린 노동자 계층은 걸린 발을 빼지 못하고 아래 동네에서 배회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어쩌면 취업이라는 큰 문에 들어선 순간 발이 어딘가에 걸린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목표나 지향점을 잃은 것일 수도.

노동자와 다른 노동자 간의 갈등, 노노갈등에 대한 은유

영화 속 또 다른 노동자들도 박사장 가족들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기택의 가족들과 동등한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박사장을 이상하리만큼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기택과 이들은 결국 충돌하게 되는데, 이는 노동자 계층의 분열로 볼 수 있다. 현실의 정규직과 계약직 간의 충돌과 같이 그들 간의 싸움은 매우 치열하지만 자본가에게 크게 신경 쓰이는 일은 아니다. 자본가들은 그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알지 못하며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자본가가 가진 자본을 독점하여 기생하려는 그들의 싸움은 처절하다 못해 슬퍼 보인다. 
 

영화 <기생충> 장면ⓒ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박사장 저택의 구조도 인상적이다. 수많은 계단을 통해 여러 층을 갈 수 있고, 뫼비우스 띠처럼 현관으로 나갔다가도 차고를 통해 다시 집안 내부로 들어올 수 있다. 결국 사회에서 복잡하게 얽힌 계급 간의 위치를 드러내는 한 편, 영화 속 인물들이 얽힌 관계와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기생충>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각자 보이는 점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중심에 있는 이야기는 결국 계급일 수밖에 없다. 영화는 그런 계급 구도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회의 모습을 이상한 소동극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현실 자본가들의 태도와 노동자 또는 무노동자 계층이 서로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고 살아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 특히 기택을 연기한 송강호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흔들리고, 조금씩 변해가는 상황을 수습하려는 가장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기우를 연기한 최우식, 기정을 연기한 박소담, 충숙 역의 장혜진도 극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심각하지만 유머러스한 상황들이 있고, 화나거나 가슴 아픈 장면들도 있는 영화 <기생충>은 이상한 영화라는 느낌도 있지만, 이야기 자체로 빠져들게 하는 재미가 있다.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은 아주 재미있게 관람하고 나서, 조금은 쌉싸름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서게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AD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