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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보단 '설렘' 택한 이동휘, 그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

[인터뷰] 영화 <어린 의뢰인>으로 진짜 영웅 고민... "작은 이웃에서부터 출발"

19.05.14 11:37최종업데이트19.05.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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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린 의뢰인>에서 늦깎이 변호사 정엽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 화이브라더스코리아

  
2013년 칠곡계모살인사건은 국내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법제도 마련에 영향을 준 일이었다. 이를 극화한 영화 <어린 의뢰인>이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당시 실제 사건을 담당했던 이명숙 변호사는 극중 정엽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배우 이동휘는 이 캐릭터를 두고 '어른의 죄책감'을 품었다. 

그가 맡은 정엽 역시 늦깎이 취업준비생으로 고시엔 합격했지만 변변한 일을 맡지 못한 인물이다. 한 아동복지취업센터에서 만난 아이들로 인해 점점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되고 각성하게 된다는 게 영화의 한 줄기다. 

이동휘 역시 실제 사건을 보도로 접했다고 한다. "많이 놀랐고 참담했는데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며 그는 "이 영화를 하게 되면서 저 자신에 대한 반성도 있었고, 참담한 마음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영화에선 아이와 했던 사소한 약속이 지켜지지 못해서 사건이 발생하지 않나. 그에 대한 정엽의 죄책감에 공감이 많이 됐다. 어떤 큰일을 마주했을 때 마음보다 사소한 걸 지켜내지 못해서 큰일이 됐을 때 안타까움이 더 크지 않을까. 어른으로서의 약속이 쉽게 지나가고 지켜지지 못한 것에 공감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진정성이었다.

최근 <어벤져스>를 봐서인지 히어로에 대해 최근 생각하게 됐다. 큰 목표를 정해놓고 그걸 이루려 하기 보다는 작은 것들부터 실천하는 게 영웅이 아닐지. 제 입장에선 좋은 이웃이 되는 것부터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 말에 더 귀 기울이는 어른, 좋은 이웃으로서 영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어린 의뢰인>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사명감과 배려, 그리고 초심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만큼 현장에선 가해 대상인 아이 배우들과 가해자 역인 배우 유선이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유선은 지난 4월 29일 언론시사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답한 바 있다. 

이동휘는 "유선 선배의 선택을 존경한다"며 "선배께서 큰 용기를 내주시고 사명감으로 맡아주셨기에 이 작품이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동휘에게 <어린 의뢰인>은 그가 왜 연기하는지를 돌아보게끔 한 작품이기도 했다.

"실제로 선배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홍보대사도 하고 계시고, 한 아이의 어머니로 살고 계신 분이다. 저 같은 경우는 정엽을 표현하면서 우리와 멀리 있지 않은 사람을 표현하려 했다. 동네 이웃일 수도 있고 그런 느낌 말이다. 연기하면서 스스로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봤다. 가해 장면을 마주할 땐 역시 마음이 어렵더라. 그런데 이보다 더한 현실이 있다는 게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로 사회를 투영하고 관객 분들이 거울 삼아서 둘러볼 수 있게끔 하자는 걸 목표로 삼았다.

<부라더>라는 작품을 끝내고 자연스럽게 휴식을 가지면서 저만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초심이 무엇이었는지 묻고 있었다.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는데 이후 <어린 의뢰인> <국도극장> 등을 찍으면서 아이들 모습에 저 역시 연기하는 재미를 생각하게 됐다. 아이들이 연기하다가도 촬영이 끝나면 우리와 넌센스 퀴즈를 풀며 놀았거든. 그 모습을 보며 카메라 앞에 설 때 설렘과 두근거림을 생각했다. 내가 가지고 가야 할 호기심이 바로 이게 아닐까 싶었다."


"외롭지 않은 배우가 된다는 건 너무 큰 행운인 것 같다"
 

"연기하면서 스스로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봤다. 가해 장면을 마주할 땐 역시 마음이 어렵더라. 그런데 이보다 더한 현실이 있다는 게 마음이 안 좋았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최근 <극한직업>으로 천만 관객 영화라는 타이틀도 쥐게 됐지만 적어도 지금의 이동휘에겐 연기의 본령을 묻는 게 더욱 우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극한직업> 이후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고, 그저 절 찾아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컸다"며 그는 "외롭지 않은 배우가 된다는 건 너무 큰 행운인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최근 저예산 독립영화 <국도극장>과 MBC 다큐멘터리 <백년만의 귀향, 집으로> 등을 찍어 온 이유 역시 인지도와 인기보단 스스로 연기의 설렘을 간직하기 위함이지 않을까.

"맞다. 그렇게 고민하던 시기에 던진 질문 중 하나가 좋은 배우가 되려면 어찌해야 할까였다. 플랫폼, 작품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해야만 하는 이야기에 도전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국도극장>도 제가 감독님께 부탁드려서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하게 된 것이다. 역할이 작았는데 그 일원이 될 수 있어서 기뻤다. 제가 그때 행복감을 느끼더라.

왜 연기를 하느냐고? 식상한 답일 수 있지만 여전히 전 극장에 갈 때마다 두근거린다. 만사를 제치고 극장에 가게 하는 배우들이 있다. 최근엔 <바이스>의 크리스찬 베일이 그랬고, <더 페이버릿>의 엠마 스톤이 그랬다. 내가 이들과 함께 연기자라는 일을 하고 있다니! 물론 제가 부족하기에 종종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는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에 설렘을 간직할 수 있는 것 같다. 스스로 냉정해야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의뢰인>에 등장하는 여러 어른 캐릭터 중 정엽은 유일하게 아이들에게 직접 사과하는 인물이다. 이동휘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 어른, 그리고 아이들 말에 잘 귀 기울이는 어른이고 싶다"며 "프로필 돌리러 다녔던 절실했던 날 떠올리며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성찰하는 배우, 이동휘는 이미 좋은 배우이자 사람의 자질을 품고 있었다.
 

"왜 연기를 하느냐고? 식상한 답일 수 있지만 여전히 전 극장에 갈 때마다 두근거린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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