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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노무현이 꿈꾸던 일들... 그 10년이 만든 기적

[리뷰] 봉하마을 생태계에서 찾은 노무현 정신, 영화 <물의 기억>

19.05.15 20:23최종업데이트19.05.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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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의 기억>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다가오는 5월 23일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기억해 왔다. 영화에서도 추억의 발길이 이어졌다.

앞서 2016년 개봉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2000년 부산 총선에 출마한 바보 노무현을 되짚었다. <노무현입니다>(2017)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역전극을 펼친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 과정을 담았다. <노무현과 바보들>(2019)은 정치인 노무현을 응원한 평범한 사람들인 모임인 '노사모'의 시각에서 고인을 회고한다.

<물의 기억>은 지금까지 나온 노무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와 성격을 달리한다. 앞선 작품들이 정치인 노무현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면, <물의 기억>은 자연인 노무현에 주목한다.

자연에 대한 노무현의 생각들을 담아내다

영화의 첫 장면엔 임기를 마치고 봉하 마을로 돌아간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나온다. 그는 농사를 지으며 마을 사람들과 막걸리를 기울이고 손녀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평범한 나날을 보낸다. 자연인 노무현은 말한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어릴 때 개구리 잡고 가재 잡던 마을을 복원시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것이 제일 좋겠다."

<물의 기억> 연출을 맡은 진재운 감독은 전작 <위대한 비행>에서 뉴질랜드와 한반도를 거쳐 알래스카까지 비행하는 도요새의 여정을 빌려 자연이 우리에게 기적을 보여주며 사람은 자연과 하나임을 그린 바 있다. 그는 봉하마을의 구석 구석을 담은 <물의 기억>으로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걸까?

"이제껏 정치인으로서 정치 역정 위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을 평가했지만, 그는 정치인 이상으로 자연과 교감한 인물로 자신만의 미래 환경 청사진을 지닌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담고 싶었다." - 3일 언론시사회 당시 진재운 감독 발언 중

봉하 마을이 지닌 정치적 상징성은 널리 알려졌지만,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 자연 친화적인 곳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간 노무현 대통령은 아름다운 자연과 건강한 먹거리를 물려주고 싶은 바람으로 친환경 생태 사업을 시작한다.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대신 오리나 우렁이 같은 살아있는 생명을 활용하여 해충을 없애고 농작물을 기르는 '생명 농법'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치우며 '생태 습지 정화'에 앞장섰다.

그의 기억 속 자연의 모습을 되살리다
 

영화 <물의 기억> 공식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물의 기억>은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 마을에 뿌린 친환경 생태 사업의 씨앗이 10년이 지난 후에 어떤 모습으로 발아했는지를 본다. 지금 봉하 마을은 건강한 먹거리로 가득하고 깨끗한 하천이 흐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릴 적 기억하던 곳으로 새로이 태어났다.

영화는 되살아난 봉하 마을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그 속의 생태계를 포착한다. 제작진은 벼꽃이 피어나는 순간, 우렁이가 산란하는 찰나, 천연기념물인 야생 황새가 날아오는 장면 등 봉하 마을 생태계의 비밀스럽고 경이로운 광경을 드론, 고프로, 액션캠, 초고속카메라, ENG 망원렌즈 등 총 16대의 장비를 동원하여 잡았다. 예측 불가능한 생태계의 신비로운 한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일반 영화 4000편 분량을 촬영하였다는 후문이다.

봉하 마을의 복원된 생태계 중심에는 물이 존재한다. 물은 생명 그 자체다. 죽은 듯 메말라 있던 볍씨도 물과 만나면 기적이 일어난다. 땅속에서 잠자던 생명들도 물을 만나면서 일제히 깨어난다. 생명은 멈추지 않는다. 태어나고 사라지며, 먹고 먹히면서 흐름을 만들고 순환을 이룬다. 물이 어디서든 어떤 형태로든 흘러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자연과 생명 역시 다음으로 흘러간다.

생명인 물은 자연인 노무현을 만나며 또 다른 의미를 얻는다. 영화는 중간 중간 노무현 대통령의 기록 영상을 보여준다. 때때로 아역배우가 연기한 1950년대 중반 봉하 마을에 사는 소년 노무현을 비추기도 한다. 심지어 물을 들여다보는 소년 노무현의 뒤로 밀짚모자를 쓴 노무현 대통령이 나오는 장면도 있다.

소년 노무현과 노무현 대통령이 교차하거나 만나는 장면은 과거 생명이 숨 쉬던 봉하 마을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시절 자연환경으로 복원하고 싶다는 염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실현된 꿈이기도 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로 합쳐진 셈이다.

여기에 '물은 나이고 당신이며 우리'란 영화 속 해석을 덧붙이면 뜻은 다르게 확장된다. 물은 노무현이고 그의 정신이며 신념으로 변한다. 어릴 적 소년 노무현의 꿈은 무엇일까? 정치적 바람은 얼마나 실현되었을까? 다음 세대에게 어떤 희망을 품었을까?

"세상에는 의미 있는 도전도 있고 의미 없는 도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세상은 도전에 의해서 변화합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습니다. 전 도전을 하나 했고, 하나의 성취를 이뤄냈을 뿐이죠. 여러 사람의 여러 가지 도전이 축적되어서 우리 사회가 변화해가는 것입니다."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에서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는 자신이 그린 역사의 청사진을 담고 있기도 하다.
 

영화 <물의 기억>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진재운 감독이 처음에 붙였던 제목은 <바람소리>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굴곡이 심한 정치 여정을 '바람개비'라 일컫기도 하고, 그가 소망하던 '바람'이 담긴 영화임을 표현하고 싶어 붙였던 제목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은 달라졌다. 끊임없이 순환하며 삶과 죽음, 물질과 비물질을 이어주는 '물'의 성질에 매료되어 <물의 기억>으로 제목을 바꾸었다. 그는 봉하 마을과 생태계, 생명과 물에서 노무현의 정신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 기억에 노무현의 정신이 살아있음을 되새겨준다.

"모든 생명은 멈추지 않습니다. 물은 생명입니다. 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물은 흐름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생명은 물이기 때문입니다. 물은 약하고 부드럽지만, 강하고 모진 것을 이깁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합니다. 흐름 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탁함을 대가 없이 씻어줍니다. 끊임없는 흐름이 바로 생명입니다. 그래서 물은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물입니다." - 영화 속 내레이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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