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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없는 '캡틴 아메리카', 그의 마지막이 찡했던 이유

<어벤져스 : 엔드게임>, 자신의 신념 지킨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헌사

19.05.07 14:28최종업데이트19.05.0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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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새로운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 어벤져스 : 엔드 게임 >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주의! 이 글은 <어벤져스 : 엔드게임> 등 여러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재 <어벤져스 : 엔드게임>만큼 뜨거운 대중문화 아이콘은 없다. 개봉 일주일 만에 12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돌파하더니, <타이타닉>을 제치고 역대 세계 흥행 2위에 올랐다.

'마블 공화국'인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개봉 후 국내에서 단 11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이는 <명량>, <신과 함께 : 인과 연> 등을 추월한 역대 최단 기록이다. 이른 바 'N차 관람'을 하는 관객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흥행 추이는 쉽게 꺾이지 않을 예정이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지난 11년 동안 차곡차곡 쌓여 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서사를 집대성하고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타노스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던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이후, 히어로들이 '일생일대의 과제'에 도전하는 과정이 절박하게 다가온다.

지금까지의 마블 영화를 지탱해 온 이들과, 앞으로를 책임질 캐릭터들의 세대 교체 역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는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도록'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MCU의 어떤 영화 이상으로 관객의 감성에 호소한다. 

'하루 종일도 싸울 수 있어'
 

이 글은 수많은 히어로 가운데에서도 어벤져스의 '사령관'을 맡았던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에 대한 사심 섞인 헌정에 가깝다. 사실 캡틴 아메리카에게는 한계가 많다. 첨단의 수트도 없고, 캡틴 마블처럼 우주적인 존재도 아니다. 혈청을 맞고 '슈퍼 솔져'가 되어 신체의 모든 잠재력을 끌어낸 상황이지만, 마블의 세계관에서는 평범한 수준이다. 그래서 그의 싸움은 그 누구보다 처절해지며, 또 그만큼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슈퍼 솔져가 되기 전, 그는 브루클린의 불량배에게 얻어 맞으면서도 'I can do this all day'(하루종일도 싸울 수 있어)라며 용기를 냈다. 수십 년 후, 타노스 같은 강대한 존재 앞에서도 그는 겁없이 방패를 붙들어맨다. 보잘 것 없는 스티브 로저스, 그리고 어벤져스의 리더 '캡틴 아메리카'의 겉모습은 몹시 다르다. 그러나 그 기저에 깔린 태도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14년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가 개봉한 이후 캡틴 아메리카의 위상은 크게 격상되었다. '꼰대' 같았던 캡틴 아메리카는 비로소 아이언맨 못지않은 MCU 서사의 축으로 올라섰다. '왜 약하면서 어벤져스 리더냐'라고 말하는 팬들에게 좋은 대답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루소 형제는 액션과 서사를 모두 잡는 데에 성공했다. 영웅으로서의 신념은 물론, 친구 버키(세바스찬 스탠)에 대한 감정, 운명의 연인 페기 카터(헤일리 햇웰)에 대한 마음 등을 훌륭하게 묘사했다.

이 성취를 인정받은 루소 형제는 2년 뒤 개봉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그리고 MCU 최고의 이벤트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모두 지휘하게 되었다. 케빈 파이기가 루소 형제를 신임한 것은 최고의 결정으로 보인다. '21세기의 이방인'에게 선명한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한계를 드러낸 조스 웨던의 완벽한 대체자를 구한 것이다.

자유주의적 영웅, 스티브 로저스
 
캡틴 아메리카에게는 의심없이 나치를 때려잡으면 되는 '활극의 시대'가 있었다. 캡틴 아메리카는 그 시대적 부름에 충실히 봉사했던 인물이다. 앤트맨(폴 러드)을 비롯, 이 세계관 속의 많은 사람은 그를 위인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가 얼음 속에 잠들어 있던 시간은 몹시 길었다. 명예, 헌신, 애국, 전우애... 쭉 숭상해온 가치가 점점 낡은 것으로 전락하는 현실 속에서 캡틴은 번민한다. 이 고뇌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특히 잘 그려졌다.
 
"타협한 적도 있었죠.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어요.
이건 자유가 아니라, 공포죠." -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중
 
 

캡틴 아메리카는 국가와 개인의 역할 사이에서 고뇌하는 캐릭터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예비적 위험 인사들을 감시하고 제거하고자 하는 쉴드의 계획 '프로젝트 인사이트'를 접한 캡틴은 위와 같이 말한다. 혼란 속에서도 그는 영혼없는 국가주의자가 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극 중 선택을 통해 그는 스스로 '자유주의적 영웅'이라는 것을 확실히 한다. 그에게 있어 국가란 개인들의 집합체일 뿐이다. '개인을 전체의 도구로 여기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은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거대한 규모의 불화를 야기하며,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도 변함없이 드러난다(물론 한 저명한 번역가가 '우린 친구를 버리지 않아'라는 대사를 창조하긴 했지만 말이다).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이 배역을 맡게 된 후, '캡틴 아메리카는 선하고 도덕적인 영웅이며, 단순히 미국 패권주의를 내세우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그의 말처럼 캡틴 아메리카는 성조기의 색깔을 온 몸에 두르고 있으나, 국가에 맹목적 충성을 보내지 않았다. 국가가 잘못된 길을 간다면 범죄자가 되는 일도 불사한다는 것이 이 캐릭터의 철학이다. 그래서 캡틴 아메리카는 성조기를 두르고도, 국가주의의 심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아이언맨> 1편에서 '성인잡지 표지 모델과의 하룻밤'을 과시하던 무기상 토니 스타크가 전인류적 희생으로 서사를 마무리했다면, 희생과 헌신을 제일의 미덕으로 삼았던 '21세기의 이방인' 스티브 로저스는 마지막에서야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보게 되었다. 이 절묘한 서사가 팬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물론 극 중 캡틴 아메리카인 로저스는 아무런 대안 없이 떠나지는 않았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한 '팔콘' 샘 윌슨에게 방패를 넘겼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상징적 캐릭터에 큰 변동이 이루어진 것이다. 2대 캡틴 아메리카의 행보에서도 '캡틴다운 신념'이 계승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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