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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은 조미료, 법으로 싸우는 조장풍의 시원한 한 방

[TV 리뷰]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19.04.24 09:36최종업데이트19.04.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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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 MBC


'사이다' 백만 개를 주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어줬던 <열혈 사제>가 떠났다. 시청자들이 아쉬워 할 것이라는 걸 예상이라도 한 듯,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아래 <조장풍>)의 주인공 조진갑의 활약이 회를 거듭할수록 눈부시다.
 
<열혈 사제> 속 전직 국정원 대테러 전담반 요원이었던 김해일 신부가 끓어오르는 악에 대한 분노를 지렛대 삼아 화끈한 액션으로 구담구 적폐 카르텔을 소탕했다면, <조장풍>의 조진갑은 '근로감독관'이란 직업답게, 노동자들을 울리는 이들을 '법'의 이름으로 심판하며 공무원도 얼마든지 '히어로'가 될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해 보이고 있다(물론, 조진갑은 유도선수 출신 교사였던 터라, 김해일 신부처럼 한 액션 하는 인물이다).
 
사제님의 '열일'로 구원 받은 구담시처럼, <조장풍> 속 구원시도 조진갑의 열일로 구원 받을 수 있을까?

88만원 세대의 슬픔, 그 기원은?
 
22일~23일 방송된 9~12회에 등장한 장은미는 휴먼테크의 파견직 사원이다. 오랫동안 취직을 못 해 어려움을 겪던 그녀는 언니에게 잘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회사의 막내 사원인 그녀의 회사 생활은 '지옥'이었다. 2년 동안 제 시간에 퇴근을 한 적이 손으로 꼽을 정도, 며칠 동안 집에 가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녀가 근무하는 책상 한 귀퉁이에 놓인 약병들은 그녀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에 비례하여 늘어만 갔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오력'에 대한 대가는 가혹했다.
 
그녀는 사무실 내 온갖 잡일부터 기획안 작성, 그리고 견디지 못하고 나간 경력직 사원 4명 몫까지 해야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일만 많은 게 아니었다. 사장을 비롯한 다른 사원들은 클라이언트의 변심이 그녀가 일을 못해서라며, 그녀를 동네북처럼 두들겨 댔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그녀는 오랫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이 그런 것처럼 "지금은 경력이 얼마 안 되어서 옮기지도 못한다, 3년만 채우면 옮길 수 있다"며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고, 야근은 끊이질 않았다. 결국 참기 어려웠던 장은미는 언니에게 '야근만 안 했으면 좋겠다'며 소심한 바람을 내보였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MBC


언니는 동생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고용노동부를 찾았지만, 그가 한 근로감독관(황두식)에게 들은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노동 계약서'가 없어서 노동자로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견디지 못한, 아니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다못해 접대 자리까지 불려나간 동생은 다음날 쓰러진 채 발견됐다.
 
구원시 노동지청장인 하지만의 요청으로 노동 계약서가 없는 계약직 사원 장은미씨 사건을 맡게 된 특별한 근로감독관 조진갑은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변명 반, "그런 적이 없다" 배짱 반으로 나오는 사장의 뻔뻔한 저항에 부딪친다.
 
이에 조진갑은 알바 노동자 소년들의 체불 임금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노동자들의 도움을 얻어 휴먼 테크의 장시간 노동을 적발한다. 더불어 휴먼 테크를 넘어 원청과 하청의 관계로 휴먼 테크에 또 다른 갑인 '티에스'라는 악의 축을 저격한다. 그리고 또 한편에서 파견직이라는 이름으로 장은미와 같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노동 계약서도 없이 다단계 식으로 이 기업 저 기업에 파견하는 파견직 보도방의 비리도 파헤친다.
 
즉, 드라마는 오늘날 우리 사회 젊은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파견직, 혹은 비정규직 문제를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고 강조한다. 특히 대기업에서 시작되는 하청에 재하청의 부작용이 최하단에 있는 파견직 혹은 비정규직의 업무 과부하와 혹사, 임금체불로 이어지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액션은 조미료... 근로감독관의 이름으로
 
조진갑은 하청과 재하청, 그리고 부당 고용을 밝히기 위해 원청인 티에스를 조사하겠다고 밝히지만, 상관인 구원지청장 하지만(이원종 분)은 이를 반대한다. 법대로 하고자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어 법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조진갑.
 
그때 지난 상도운수 사건의 계기가 되었던 한때 제자 김선우(김선규 분)가 동아줄을 드리워준다. 김선우가 고등학교마저 못 마치도록 만들었던 왕따 사건의 주동자였던 양태수(이상이 분)가 그를 자신의 운전사로 고용하여 다시 한 번 사사건건 갖은 괴롭힘과 모멸감을 주는 상황이었다. 김선우는 이제 더는 상도운수 때처럼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양태수에 복수를 하고자 한다. 즉 신원을 보호해준 내부고발자가 티에스와 고용 계약서도 쓰지 않은 장은미와 여러 차례에 걸쳐 업무 상황을 나누었다는 증거 서류를 제시했다는 방법을 쓰기로 한 것.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 MBC

 
이에 '내부자 고발'이란 카드를 뽑아든 조진갑은 '내부자'가 빼낸 서류를 확보하기 위해 무단으로 티에스에 잠입한다. 하지만 매달 바뀌는 금고 비밀번호로 인해 고전하던 중 경찰이기도 한 전처 주미란(이세영 분)에게 들키고 만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무실을 방문한 우도하(류덕환 분) 덕분에 조진갑은 위급한 상황을 잘 모면한다.
 
티에스와 명성병원의 전산 시스템 구축 협약식이 있던 날, 사경을 헤매는 동생에게 병문안은커녕 문자로 해고 통지서를 보낸 휴먼 테크 사장을 그 현장에서 본 장은미의 언니는 분노하고, 그 시각 병원을 찾은 조진갑은 그녀를 진정시킨다. 그리고 하지만 구원지청장을 설득해 얻어낸 '체불 임금으로 인한 티에스 특별 근로 감독' 개시를 선언한다. 결국 파견직 장은미의 눈물을 근로감독관 조진갑의 방식으로 닦아준 것이다.
 
10년 전 양태수의 도발로 인해 폭력교사로 낙인찍혀 직장은 물론 가족까지 잃은 조진갑. 티에스와 명성병원의 전산 시스템 구축 협약식 현장에서도 양태수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조진갑을 도발하려 하지만, 근로감독관이 된 그는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싸움에 나선다.
 
주먹을 쥐었지만 그걸 날리는 대신 근로감독관으로서, 법을 지키며 조금은 에둘러가는 길을 택한 조진갑. 한 방의 주먹보다 법이란 효율적인 승부처를 택한 그 싸움의 방식이 주는 '사이다'는 주먹 한 방과는 또 다른 현실적인 카타르시스를 준다.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 MBC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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