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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시런에 열광한, 2만5천 관객 화나게 한 순간

공연은 '명불허전'이었지만... 관객 입장 늦어지는 등 운영 미숙으로 '혼란'

19.04.23 14:03최종업데이트19.04.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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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이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때는 두세 명의 관객 앞에서 노래했지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자신을 세상에 알린 노래 'The A Team'을 부르기 전, 에드 시런은 이렇게 운을 뗐다. 누구도 에드 시런을 눈여겨 보지 않던 시절이 있었지만, 에드 시런의 오늘은 그 누구보다 화려하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를 맡을 수 있는 뮤지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을 매진시키고 MBE 훈장을 받을 수 있는 뮤지션은 세계를 통틀어도 몇 되지 않는다. 지난 21일 역시 에드 시런의 공연을 보기 위해 2만 5천명 이상의 관객이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 모였다.
 
한 명이면 충분하다
 

에드 시런의 두번째 내한 공연ⓒ 프라이빗커브

  
에드 시런은 'Castle On The Hill'을 부르며 무대 위로 등장했다. 밴드나 코러스는 없었다. 기타와 루프 스테이션이 있을 뿐이었다. 다른 팝스타들과 비교했을 때 단출한 편성이었지만 소리는 다채로웠고, 공연은 지루하지 않았다. 에드 시런이 개인 기량으로 다른 악기의 고백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에드 시런의 목소리 위에 에드 시런의 목소리를 다시 쌓아 올려서 코러스를 대신하고, 기타의 몸통을 두드리는 '바디 태핑'으로 드럼을 대신했다. 특히 사랑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Photograph', 그리고 컨트리송 'Nancy Mulligan'에서 루프 스테이션의 역할이 특히 빛났다.
 
평소의 에드 시런은 슈퍼스타라기보다 수더분한 동네 청년처럼 보인다. 기타를 잡는 순간 그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One', 'Perfect'처럼 부드러운 사랑 노래부터 민요풍의 'Galway Girl' 등 스타일을 가리지 않았다. 에드 시런은 노래를 잘 하는 것뿐 아니라 공연을 어떻게 잘 이끌어가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특히 그가 음악을 통해 관객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인상깊었다.

'Bloodstream'에서는 관객들이 동시에 손을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했다. 메들리의 일환으로 'Give Me Love'을 부를 때에는 오른 쪽 관객들에게 낮은 음을, 왼쪽 관객들에게 높은 음을 부르도록 주문하면서 자연스러운 화음을 만들어냈다.  시런의 목소리와 관객들의 목소리가 봄바람과 맞아 떨어지는 장관이었다. 에드 시런은 여러 곡에서 화려한 랩솜씨를 들려주기도 했는데, 랩을 할 때마다 무대의 이곳 저곳을 자유로이 활보했다. 
 
가수가 이렇게 지극정성이니, 관객들의 반응 역시 열광적이었다. 'The A Team'에서 떼창이 실패한(?) 듯한 모습도 연출됐지만, 여러 노래들을 큰 목소리로 따라 부르며 화답했다. 'Thinking Out Loud'를 부를 때에는 'Thinking Out Ed'라고 적힌 슬로건을 나란히 흔들었다.

얼마 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던 'Perfect'를 부를 때는 휴대전화의 불빛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Sing'을 부르던 에드 시런이 무대 뒤로 사라지자, 팬들이 'Sing'의 메인 멜로디를 함께 부르며 에드 시런을 무대 위로 다시 소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다시 무대 위에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히트곡 'Shape Of You', 그리고 쉼없이 랩을 쏟아내는 'You Need Me, I Don't Need You'로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거대한 떼창이 공원을 뒤엎었다. 에드 시런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두시간 남짓의 공연을 장악했다. 어쩌면 현 시점, 가장 '보편적인' 팝송을 부를 수 있는 뮤지션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인천 벌판에서 웃으며 기타를 치던 더벅머리의 모습이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을 듯하다.
 
최고의 공연, 그러나 이런 운영 곤란하다

에드 시런, 그리고 오프닝 게스트 원오크락(One Ok Rock)이 보여준 공연은 가히 '명불허전'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운영은 결코 일류급이 아니었다. 공연 전후, 관객들의 불만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공연 시작 전부터 문제였다. 관객 입장이 늦어지면서, 상당수의 관객들이 오프닝 게스트 원 오크 락의 무대 일부를 즐기지 못했다. 스탠딩 나 구역의 관객들이 다 입장하고 나서야, 가 구역의 입장이 시작되었는데, 이들은 원오크락의 공연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만 했다. 정당하게 티켓을 구매하고, 대기한 사람들이 공연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었다.

심지어 많은 관객의 대기를 통제할만한 인원도 충분하지 않았다. 뒤쪽 구역에서는 번호에 상관없이 들어가라는 주문마저 등장했다. 최소한의 메뉴얼이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편의 시설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 공연장에는 음식물의 반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공연장 내에 '푸드존'이 설치되어 있다는 공지를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그러나 공연장에 들어와보니, 네다섯개의 푸드 트럭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2만 5천명의 관객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푸드 트럭 당 수십 미터의 대기줄이 형성되었다. 물을 파는 곳도 마땅치 않았다. 단독 공연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같은 공간에서 진행되었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그리웠다. 

이번 공연은 대중교통이 발달한 서울이 아닌, 인천 송도에서 열렸다. 그 어느때보다 셔틀버스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송 역할을 맡은 업체 측의 혼선, 도로에서 발생한 병목현상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제때 집으로 돌아가지 못 했다. 오후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구매한 사람들은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통제는 사실상 부재했다. 수도권행 버스 대기줄은 뒤죽박죽 섞여 있었고, 자신이 어디에서 대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관객들도 많았다.

물론 현장 상황에 따라 예상 밖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발이 묶여 있는 관객들에게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다른 층위의 문제다. 나 역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납득할 수 있도록 현재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업체 측 직원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일단 기다려달라'는 대답만이 계속 돌아올 뿐이었다(나는 오후 8시 25분에 출발하는 수도권행 버스를 예약했다.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도록 버스에 탑승하지 못 했다. 결국 집에 돌아와보니 새벽이 다 되었다).

에드 시런과 원오크락의 우수한 라이브만큼이나, 관객들이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일 역시 중요하다.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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