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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스팅의 폴리스, 두 팀의 '연결고리'

폴리스의 'Synchronicity'에서 방탄의 'Map Of The Soul:Persona'까지

19.04.23 16:03최종업데이트19.04.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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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여러분 화이팅!방탄소년단(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이 17일 오전 서울 DDP에서 열린 미니앨범 < MAP OF THE SOUL : PERSONA > 발매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MAP OF THE SOUL : PERSONA >는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연작인 MAP OF THE SOUL의 포문을 여는 첫 앨범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게 해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솔직한 이야기와 내면을 비롯한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민


방탄소년단이 내놓는 음반들은 문학, 인문학, 철학 등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  < Wings >에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 LOVE YOURSELF 轉 'Tear' >는 제임스 도티의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가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최근 발매된 신작 < Map of The Soul : Persona >에선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과 연결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융의 이론을 자신들의 음반에 접목시킨 음악인이 있었다.  팝 음악계의 '거장' 스팅이 몸 담았던 3인조 록밴드 폴리스(The Police)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83년 발매된 폴리스의 정규 5집이자 마지막 음반이 되어버린 < Synchronicity >는 제목부터 융의 이론인 '공시성'(혹은 동시성)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그런데 공시성은 대체 뭐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종종 사람들은 이런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다. 우연히 잊고 지내던 과거 지인을 문득 떠올렸는데 때 마침 그 사람의 소식을 전해듣거나 전화 연락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일에 대해 융은 "의미있는 우연의 일치"로 설명을 했다. 즉 우연히 여러 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난다면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그 사건들을 이어주는 비인과적인 원칙이 있다고 융은 주장한다. 이것을 가르켜 그는 '공시성'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융의 이론에서 제목을 딴 < Synchronicity >
 

록그룹 폴리스(The Police)의 1983년 음반 Synchronicity 표지. 당시 여러 종류의 디자인으로 출시된 바 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그렇다면 스팅은 융의 '공시성' 이론을 어떻게 자신의 음반에 활용한 것일까?  음반 < Synchronicity >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융의 이론(동명의 노래 파트1,2) 뿐만 아니라 아서 쾨슬러의 저서 'The Roots of Coincidence', 폴 바웰의 'The Sheltering Sky'(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사랑'의 원작소설), 시인 윌리엄 예이츠의 작품 등 다양한 서적들로 부터 받은 영감을 주요 곡의 가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당시 스팅은 부인과의 이혼 문제로 인해 정신적인 압박감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팀 동료 스튜워트 코플랜드(드럼), 앤디 서머스(기타)와의 관계도 좋지 않은 최악의 상황에 몰려있었다.  당시 심리 치료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의 추천으로 이런 책들을 읽게 된 스팅은 여기서 받은 영감을 자신의 곡에 쏟아부었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 Map Of The Soul >과도 유사하다.

​지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더 RM은 회사 측으로 부터 심리학자 머리 스타인이 칼 구스타프 융의 이론을 지도에 빗대어 설명한 '융의 영혼의 지도'를 추천받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비록 모든 내용을 다 읽진 못했지만 여러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 참고하면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설명한다. 시상식 수상 소감을 통해 피력한 것처럼 지난해 정신적인 압박감이 심했던 방탄의 멤버들 역시 융의 사상을 신곡 창작의 돌파구로서 활용한다.  

자기 파괴적인 수단으로 음반을 만든 1983년 스팅
 

그룹 폴리스를 거쳐 세계적인 음악인으로 자리매김한 스팅 (공식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eofficialsting)ⓒ Sting


 
폴리스의 < Synchronicity >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상업적, 음악적인 대성공을 거둔다. 빌보드 Hot 100 차트 1위에 빛나는 명곡 'Every Breath You Take'와 더불어 음반은 빌보드 200 앨범 순위에도 무려 17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 당시 마이클 잭슨의 초대박 작품 < Thriller >의 아성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몇 안 되는 작품이면서 지금까지 주요 음악전문지 선정 명반 중 하나로 언급되는 빛나는 업적을 이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팅의 주변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주먹다짐 직전까지 갈만큼 불화가 극심해진 멤버들과의 갈등, 파국(이혼)으로 끝난 결혼 생활 등 음악 외적인 부분은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고와 최악의 상황이 마치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셈이다. 수록곡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흔히 멋진 사랑 노래로 잘못 알려진 'Every Breath You Take'는 사실 스토킹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곡이고 또 다른 히트곡 'King Of Pain'은 노골적으로 스팅 본인의 결혼 생활을 고통에 비유한다. 음반의 동명곡에 해당되는 'Synchronicity II'는 앤디 서머스의 기타 선율을 통해 다분히 신경질적인 스팅의 심리 상태를 소리로 드러낸다. 어떤 면에서 자기 파괴적인 성향이 주요 곡의 중심에 놓여있는 작품이 바로 < Synchronicity >였다.
 

팬에 대한 사랑을 그려나간 2019년 방탄소년단  

반면 방탄소년단은 사랑, 특히 팬에 대한 사랑을 큰 줄기에 놓고 신작 < Map Of The Soul :Persona >을 그려나간다. 파국으로 끝나버린 1983년 스팅의 현실 속 사랑 이야기과는 달리, 방탄은 너(팬 혹은 대중)와 나(BTS)를 수평적 관계로 놓고 함께 사랑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반자임을 강조한다. 또한 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찾기 위한 일종의 탐험 같은 방식으로 노래들을 조합하고 팬(아미)들에게 들려준다.

그들 주위를 둘러싼 고민이 어느 정도 해소된 이후의 작업물이라는 점에서 수록곡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분방하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의 경쾌함은 앞선 'DNA', 'Fake Love'의 무거움과는 대조되는, 미국과 영국식 팝 사운드라는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렇듯 칼 구스타프 융에 대한 각기 다른 접근과 활용법을 택한 폴리스와 방탄소년단의 음반이지만 무거운 주제를 대중적인 소리로 녹여냈다는 점 만큼은 제법 닮아 있다. 국적과 장르도 다르지만 융이라는 연결고리를 거쳐 이들은 세상 사람들을 위한 멋진 음악을 만들어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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