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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생일'의 특별한 위로법... 두 사람이 보인다

[리뷰] 영원한 기억을 위한 세심한 배려... 강요 없는 공감들

19.04.11 10:04최종업데이트19.04.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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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포스터ⓒ (주)NEW

 
2014년 4월 16일, 이날이 유독 많은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든 이유는 '슬픔'을 감추라고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피해자와 그의 유가족뿐만 아니라 이들을 위로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사람들에게까지 손가락질을 하는 '또다른 가해자들'이 등장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5년이 지난 지금, 영화 <생일>은 작게나마 따스한 위로를 조심스럽게 건넨다. 게다가 우리 일상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상처가 되는 말들, 또 그런 일상의 가해자들도 덤덤히 그려넣었다.
 
<생일>이 표현한 슬픔의 방식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정일(설경구)은 아내 순남(전도연)을 찾아간다. 정일의 사정으로 순남은 힘겹게 살아왔고 아들 수호는 정일을 대신해 엄마에게는 멋진 남자친구가, 동생 예솔에게는 듬직한 오빠가 되어주었다. 그런 수호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순남은 오직 슬픔과 고통 속에서만 살아간다. 그리고 돌아온 남편 정일을 거부한다.

정일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런 그에게 순남의 이웃집에 사는 우찬 엄마(김수진)와 세월호 가족대표를 맡고 있는 영준(박종환)이 다가온다. 두 사람은 수호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자 하고, 정일은 힘겹게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생일> 스틸컷ⓒ (주)NEW

 
<생일>은 정일의 가족을 통해 슬픔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순남은 혼자 슬픔을 삭인다. 그녀는 수호가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새 옷을 사오고 혼잣말로 수호와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유족들과 어울리지 않고 거부하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수호의 죽음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손가락질 받기를 싫어하는 마음, 두 번째는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뎌내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픔을 내보내지 못한다. 2년 동안 홀로 수호의 방에 틀어박혀 미친듯이 오열한다.
 
딸 예솔은 감정 표현 대신 몸에 박힌 트라우마를 통해 슬픔을 보여준다. 예솔이가 욕조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점, 정일과 함께 간 갯벌 체험학습에서 끝내 갯벌에 발을 담그지 못하는 모습, 생선을 먹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는 장면은 섬세하게 아이의 몸에 박힌 트라우마를 보여준다. 

<생일> 스틸컷ⓒ (주)NEW


한편 예솔은 수호의 죽음과 남겨진 엄마 순남과의 생활에서 두 가지 감정을 느낀다. 하나는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섣불리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수호를 부정하는 말을 하면 엄마가 자신을 싫어할 것 같아서다. 그래서 예솔은 수호가 사망한 걸 알면서도 아빠에게 오빠의 와플도 싸가고 싶다고 말한다. 
  
또 다른 감정은 오빠 수호를 추억하고 싶은 마음이다. 예솔은 수호의 생일파티 제안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수호의 사진을 보여주고 수호와의 추억을 쫑알쫑알 이야기한다. 엄마의 감정 때문에 오빠를 제대로 추억하지 못한 예솔이다. 수호 이름만 나오면 무너지는 엄마를 위해 참았지만, 예솔은 사실 온전히 오빠를 추억하고 싶어한다. 영화에서 세심하게 이를 묘사한다. 

정일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쉽게 가족에게 다가서지 못한다. 그의 조심스러움은 순남과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망설이게 만든다. 정일의 목소리는 쉬어 있다. 이 쉰 목소리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아들의 죽음에 대해 굉장히 슬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슬픔을 감정적으로 표출하지 못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정일이 귀국 후 처음 수호의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방 안을 둘러보면서 정일은 눈물을 삼킨다. 흘리지 못하고 집어 삼킨다. 가족에게 떳떳할 수 없는 가장이기에 슬픔조차 마음껏 표출하지 못한다. 이 장면은 후반부 오열 장면을 통해 극렬한 대비를 이룬다. 참고 참았던 슬픔을 분출하는 정일의 모습은 묵직한 감정을 선사한다.
 
참다운 위로법

세월호 사건 당시는 슬픔을 나눌 수 없었던 시기이다. 당시 언론은 세월호 사건으로 유가족이 받게 될 보상금 문제를 집중 보도했고 극우를 표방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네티즌들은 유가족들이 국가로부터 받게 될 엄청난 혜택에도 불구 더 많은 걸 얻고 정치적으로 혼란을 유발하기 위해 시위를 한다며 손가락질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가족들은 슬픔의 감정을 내비치지 말 것을 강요받았다. 현재까지도 세월호는 슬픔을 향한 위로의 의미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시키는 세력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지고 있는 문제다. 감독과 각본을 맡은 이종언 감독 역시 이런 점 때문에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생일> 스틸컷ⓒ (주)NEW

 
그녀는 이 슬픔의 위로법을 '생일'에서 찾는다. 생일은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의미인데 이 축하에는 '잊지 않겠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생일은 하루에 한 번 주인공이 되는 날이고 자기 자신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특별한 날이다. 수호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모여 생일을 축하하는 순간 슬픔은 나눠진다. 각자가 지닌 슬픔을 내뱉고 서로가 가진 따뜻한 마음으로 그 빈 공간을 채운다. 이 생일의 의미는 영원한 기억이다.

사람이 진심으로 죽는 순간은 다른 이의 기억에서 잊힐 때이다. 세월호의 아픔을 겪은 이들은 그 기억을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라 종용받았다. 영화는 이에 대한 반론으로 기억을 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 말한다. 수호의 생일을 통해 수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만나고 그들의 기억 한 편에 숨어있는 모습을 불러내면서 연대를 통해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진정으로 추모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일>은 수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수호를 추억하고 영원히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만을 내비친다. 이 영화가 세월호 사건에 대한 그 어떤 잡음도 내지 않기를, 오직 유가족을 위한 따스한 위로의 의미를 온전히 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드러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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