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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무슨 독립운동?" '항거' 8호실 배우들의 기막힌 사연

[기획] 100만 돌파 <항거>, 단 몇 초 출연에도 최선을 다한 이들

19.03.16 13:43최종업데이트19.03.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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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항거: 유관순 이야기> 8호실 감방에는 유관순과 수원 기생 김향화,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다방 종업원 이옥이, 산모 임명애 외에 모두 19명의 수인이 나온다. 단역으로 비중이 크지 않고 역사 속에서는 크게 조명 받지 못지만 모두 실존인물로 각 지역의 유관순으로 불릴 만한 여성들이었다.
 
3.1 만세 혁명은 촛불 혁명처럼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개개인의 힘이 모아져 큰 추동력을 발휘한 것이라는 점에서 100년 전 거리와 감옥에서 만세를 외쳤던 이들의 존재감은 가볍지가 않다.
 
8호실 수인들은 17세에서 43세까지의 여성들로 서울(당시 경성)을 비롯해 황해도 재령, 강원도 통천, 경기도 개성, 경북 김천, 부산, 광주 출신이었다. 하나같이 당시 조선을 강압적으로 지배했던 일본의 만행에 치를 떨며 만세 운동에 참여한 점이 공통점이다. 차별받던 여성의 입장에서 침묵하지 않고 저항하다 감옥에 갇힌 그 시대의 양심수들이었다.
 
이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연극 극단과 배우 친목단체 소속이다. 주목받는 주조연은 아니지만 <항거: 유관순 이야기> 출연에 나름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수인들 개개인이 처했던 환경은 영화를 준비하며 창작됐지만 실존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당시 이름 없이 참여한 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존인물 연기에 책임감
 
배우 최미라가 연기한 박양순은 1890년 4월 경기도 포천에서 출생했다. 1919년 당시 30세. 영화 속에서 설정된 배경은 그릇 장사를 하는 평민 부모 아래서 외동딸로 자란 인물이다. 일본군이 순시를 돌며 가게를 들를 때마다 치근덕대던 순사는 말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얼굴이나 몸까지 손을 대며 성희롱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 그 순사가 가슴 쪽에 손을 대자 박양순은 이를 참지 못하고 일본군에게 손찌검을 하며 그릇으로 머리를 내려쳤다. 다음날, 순사는 다른 일본군들을 동원해 가게의 그릇을 모두 부수고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에 분개한 박양순은 나라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자신과 가족을 폭행하고 괴롭힌 일본군에게 울분을 토하겠다 다짐하며, 조선청년연합회에 가입하고 만세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박양순을 연기한 최미라 배우는 "유관순 열사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왔지만 여성 수인 분들 이야기에 사실 매료됐다"며 "여옥사 8호실에 갇혔던 여성 수인 분들도 현재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또래의 여성들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참 대단한 용기와 기개를 가진 분들이라는 것이 새삼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장민영 배우가 연기한 김효순은 1895년 황해 재령군 출생이다. 3.1 만세운동 당시 25세. 화목한 집안에서 자랐고 어렸을 적부터 몸이 아픈 동생을 돌보다가 간호사의 길을 택했다. 개성에서 간호 업무를 하다가 일본군에게 맞거나 고문을 당해서 오는 사람들과 일본군의 총이나 칼에 의해 죽은 사람들을 보며 분개하다가, 동생마저 일본군의 폭행에 의해 죽게 되자 동생을 대신해 청년연합에 가입하여 만세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장민영 배우는 "유관순이나 동료 수인들이 아프면 간호사답게 제일 먼저 부축하고 챙기는 강한 여성을 표현하려 노력했다"며 "저희에게 주어진 전사들과 부가적인 삶의 스토리들은 만들어진 것이긴 하나 김효순 열사님은 실존인물이고 그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매우 조심스럽고 책임감을 느끼며 임했다고 말했다.
 
"눈은 멀었어도 마음은 멀지 않았다"
 

<항거 : 유관순 이야기>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윤진 배우가 연기한 심명철은 실제로는 1896년생으로 당시 23살이었으나 영화 속에는 1887년생 32세로 설정됐다. 독립만세운동 때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많은 여성 지도자들이 있었지만 특히 심명철 열사같은 경우는 시각장애인 전도사였다는 기록은 있었으나 자세한 기록은 찾기가 어려운 상황. 여기에 신관빈 열사 기록을 조합했다. 임윤진이 연기한 캐릭터는 두 열사의 모습이 담겨 있는 셈. 

임 배우는 "일제 경찰에게 연행되어 경성지방법원 검사국에 끌려가 신문을 받는 도중 시각장애인이었던 심명철 열사에게 장애인이 무슨 독립만세냐라고 물었을 때 '내 눈이 멀었다고 내 마음도 먼 줄 아느냐'라고 외쳤다는 기록을 봤다"며 "배우로서 그분의 외적인 것을 따라하려 하기보다는 촬영을 마치기 전까지 그분의 마음과 열정을 조금이라도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 사람으로서 독립만세를 불렀을 때 일렁였던 그 마음, 누워 잘 곳도, 마땅히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이 작디 작은 공간에서도 한마음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믿었던 다르지만 비슷한 그때의 그 뜨거운 마음에 집중을 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배우가 맡은 이신애는 1880년 부산 출생으로 1919년 당시 40세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 기록에는 1891년 평안북도 구성 출생으로 나와 있다. 배역에 설정된 전사는 일본군 수탈에 생계가 어려워졌고, 일본군에 반항하던 남편이 심한 폭행을 당해 죽게 되면서 증오심을 품고 만세운동을 하는 역할이다. 아들과 딸과 함께 참여했고, 자식이 도망칠 수 있도록 막다가 덜미가 잡혀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 것으로 그려진다.
 
박지원 배우는 "딸 또래의 관순을 보면서 딸도 어디에 잡혀서 고초를 겪지 않을까 자식들이 무사히 피했을까 하는 걱정으로 심신이 쇠약해져 있음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서대문형무소 수형표 사진 보며 눈빛 읽어
 

<항거 : 유관순 이야기>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신현진 배우가 연기한 김의순은 경성 출생으로 당시 24살이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를 도와 주막집에서 일을 돕던 중 단골손님과 말동무가 되어 얘기를 하다가 마음이 생기게 되고 단골손님이 청년연합회 간부임을 알고 본인도 함께 독립의지를 키워가며 만세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신현진 배우는 "인물의 전사를 받았을 때, 모든 배우님들이 그렇듯이 자신의 특징이나 습관 그리고 만세운동에 참여하게 된 타당한 이유를 찾으려 했다"며 "그 시대에 24살과 지금 시대의 24살의 차이도 고민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실존 인물이다 보니 조심스럽고 감히 그 시대의 인물의 감정을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도 없어 표현하고 촬영하는데 많이 어렵고 힘들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 배우는 "그 시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는 것 자체가 값진 시간인 것 같다"면서 "관객들이 영화 <항거>를 많이 마음에 품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신영 배우가 연기한 성혜자는 1902년 경성 출생으로 1919년 당시 17세였다. 영화에서는 서울에서 태어나 14세까지 쭉 자라왔으나 가난한 탓에 늘 배고픔에 굶주리고 부모님의 사랑 또한 넉넉히 받지 못하다가 가출해 15세의 어린 나이로 기생을 하게 된 것으로 설정됐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준 손님이 청년연합회의 일원임을 알게 된 후 본인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함께하고 싶다며 가입한 후 만세운동을 펼치게 되지만 남자는 일본군 총에 의해 그 자리에서 죽고 성혜자는 체포되어 여옥사에 투옥된 것으로 나온다. 실존인물인 성혜자는 당시 보안법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8호실 수인 역으로 출연한 배우들은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 대해 "영화에 참여 하면서 독립운동가분들에 대한 깊은 감사함을 느꼈고(김경화 역 배향 배우)", "서대문 형무소 수형표의 사진을 매번 촬영 때마다 보며 눈빛을 읽으려고 노력했다(소은숙 역 조아라 배우)"며 "마음이 많이 아프기도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러한 감정과 경험을 몸소 느낄 수 있어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영광이었다(이남규 역 임영혜 배우)"고 말했다.
   

<항거 : 유관순 이야기>에 8호실 수인으로 출연한 배우들 ⓒ 배우 최미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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