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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부대 비웃는 사람들... 그 행동, 굉장히 위험하다

[리뷰] '왜 사람들은 음모론에 빠질까' 얘기하는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19.02.27 08:13최종업데이트19.02.2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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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의 포스터ⓒ 넷플릭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고 있다. 그 많은 정보 가운데는 완전히 검증된 사실도 있고, 팩트체크가 필요한 정보들도 있다. 그것들을 분별하여 취사선택하고, 어떤 정보를 지지할지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있다.

이런 정보 선택은 우리가 인터넷에 접속한 매 순간 발생한다. 어떤 사람들은 뉴스나 게시판에서 접하는 특정 이론을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 각각의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생각을 발전시키려 한다.

온오프라인을 떠도는 수많은 정보들 중에는 잘못된 정보들도 많다. 특히 최근에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엉터리 정보들이 인터넷과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된다. 때로는 순식간에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어떤 가짜 정보는 굉장히 흥미롭고 나름 논리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퍼져 나가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Behind the Curve)>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이론 '플랫 어스(Flat Earth)'를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큐에 등장하는 인물 중 플랫 어스 신봉자들을 이끄는 사람은 미국 워싱턴 근처에 사는 마크 서전트다. 그는 3년 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당초 목적과 달리 그는 SNS, 인터넷 검색 사이트, 책,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다가 '실제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게 되었다. 그는 플랫 어스 이론을 믿기 시작한 이후부터 스스로 과학적 정보에 반박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직접 글을 적어 자신의 이론을 사람들에게 퍼뜨리기 시작했다.

허무맹랑하게 보이지만... 진지한 '플랫 어스' 신봉자들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중 한 장면ⓒ 넷플릭스

   
다큐에서도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하며 마크의 영상을 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상을 접한 사람 중 일부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마크의 말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마크가 설명하는 내용들은 자신만의 논리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현대 과학에 조금이라도 의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부분도 있다.

그들, 즉 플랫 어스 신봉자들은 미국 나사(미 항공우주국)나 과학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들은 나사 혹은 과학자들이 미국 정부와 손을 잡고 지구가 평평하다는 사실을 숨긴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속의 플랫 어스 신봉자들은 과학적 증명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음모론 영역까지 자신들의 가설을 확산시킨다. 플랫 어스 신봉자들은 그들만의 가설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다큐 속 전문가들은 이런 확신에 관해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그 분야를 잘 안다고 생각하여 자신감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 어스 신봉자들도 역시 지구에 관한 과학자의 실험 결과물이 모두 잘못되었으며, 과학자들도 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지구는 평평하다'는 플랫 어스 가설을 증명하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는 몇몇 인물들의 진지한 표정을 하나하나 담으면서, 그들이 단순히 장난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고 진짜로 '플랫 어스' 가설을 사실이라고 믿는다는 걸 천천히 보여준다.

다큐에 따르면, 플랫 어스 신봉자들 사이에 잘못된 정보들이 순식간에 퍼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튜브라는 영상 플랫폼 덕분이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플랫 어스 관련 동영상은 수십만 개로, 한 사람이 평생 보더라도 다 볼 수 없는 분량이다. 영상이 늘어나면서 그런 가짜 정보를 접한 사람들도 그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는데, 다큐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이 정보들이 가짜라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믿겠어요?"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중 한 장면ⓒ 넷플릭스

  
'플랫 어스' 신봉자를 보고 한국 태극기 부대가 떠오르는 이유

다큐 속 플랫 어스 신봉자들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최근 한국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최근 한국에서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역설적으로 수많은 가짜뉴스가 퍼지고 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벌어진 몇몇 사건들을 보면, 가짜뉴스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인물이나 집단이 실제로 오프라인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대가 된 듯하다.

그 예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집단은 태극기 집회가 아닐까. 관련 보도를 보면,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은 정치적 상황이나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공통점 삼아 모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소수였던 태극기 부대들이 점점 시간이 지나며 집단을 형성하고 모여드는 추세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추모 조형물을 부쉈다가 지난 1월 실형을 선고받았는가 하면, 일부는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면서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나 정당 행사 참석 등을 통해 점점 더 자신들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내기 시작했다. 정치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광장에 모여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집단이 길지 않은 시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 영상의 내용을 본 뒤 그 정보를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하고, 특정 정보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셜 미디어로 쉽게 교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위 태극기 부대가 집단화되고 공식적인 행사를 할 정도의 세력이 되는 과정은,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속 플랫 어스 신봉자들이 모여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영화는 초반부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는 개인에 집중하다가 후반부 다수가 모이는 '플랫 어스' 공식행사를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개인의 일로 끝나지 않고 같은 가설을 믿는 다수의 결집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영화는 최대한 플랫 어스 신봉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평가하지 않은 채 온전히 전달한다. 농담 같은 정보를 진짜라고 믿는 그들의 실생활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을 뿐, 다른 면에서는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을까. 다큐 속 장면들을 보면,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비웃는다. 비웃은 이후 같은 주장이 계속되면 짜증을 내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평평하다'는 주장이 계속되면 결국에는 귀를 닫아버리고 관심을 끊어버린다.

실제로 '플랫 어스' 가설을 믿고 열심히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너무 믿은 나머지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가 완전히 끊겨버렸다고 고백한다. 결국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이들은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고 다시 교류할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플랫 어스 신봉자들은 원래의 관계 대신 동일한 가설을 믿는 사람들끼리 만나 커뮤니티를 만들고 관계를 맺게 된다.

마침내 그들은 원래의 관계들에서 받지 못하는 존중감과 관심을 서로에게 주며 안도감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더욱 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사실이라고 증명하려 애쓴다. 일종의 악순환이지만, 이들이 집단화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시는 해결책이 아니다

다큐에서 이들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가설을 증명하려고 여러 실험을 하게 되는데, 그때 그 실험들은 대부분 지구가 둥글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실험의 조건이 잘못되었다고 하거나, 주변 상황을 탓하며 다시 다른 실험을 시작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와도 증거의 허점을 만들어내며 끝내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확증편향'이다. 어떤 것이 확실히 증명이 되어도 결국 다른 이론을 만들어내어 그 증명을 부정하는 심리다. 이로 인해 끝나지 않는 소모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잘못된 정보를 믿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그저 당사자들을 더 화나게 하고 결집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과 소통을 끊어버리는 순간, 결코 바로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잘못된 정보는 점점 확산된다고도 지적한다.

영화는 결국 잘못된 정보를 믿는 이들과 함께 토론하고, 같이 연구하면서 소통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제작진은 많은 사람이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언젠가는 잘못된 정보를 믿고 주장하는 이들이 스스로 깨닫게 되는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이 영화가 제시한 해결책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적용 가능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은 태극기 부대의 언행 중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극우적 면모를 비판한다. 일부는 태극기 부대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욕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태극기 부대의 발언을 보면,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가짜뉴스도 진짜라고 믿는 듯하다. 그리고 보수 진영의 주장이 담긴 가짜뉴스가 SNS나 카톡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경향에서는 '빨리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야 된다'는 일종의 사명감도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과 태극기 부대 참여자들 간에 엄청난 거리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들과의 관계를 끊지 않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아예 관계를 끊어버린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그들만의 그룹에서 가짜뉴스 생산은 점점 더 늘어나고, 이는 다시 가짜뉴스의 주장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가 늘어날수록 내부에는 그들만의 강력한 결속 논리가 생기고, 확증편향은 더욱 견고해진다.

따라서 태극기 부대든 '평평한 지구'를 믿는 사람이든 사회는 결코 그들을 포기해선 안 된다. 오히려 반대로 계속 그들의 정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끈기 있게 알리고 소통하려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유튜브에는 가짜 뉴스를 반박하고 진실이 담긴 정보를 전달하려는 채널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 정보 소스들을 적극 활용하면서 우리가 스스로 가짜 뉴스를 믿는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영화 속 과학자의 한마디를 우리 모두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실 문제라고 생각되는 건 음모론자 측이 아니에요. 문제는 우리죠. 그들을 무시하지 않기가 힘들거든요. 다들 '미쳤다'는 이야기 한 번씩은 들어보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그들을 무시해 왔어요. 그들을 만나며 교류하며 멘토가 되어 주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긍정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겁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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