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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사망 보험금 수령자를 찾아간 아내, 충격적인 진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영화 <나의 EX>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가 아니다

19.02.18 17:39최종업데이트20.10.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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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EX> 포스터. ⓒ Netflix


남편과 별거 중이었던 산리안은 남편 쑹정위안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나 죽은 남편의 사망 보험금 수익자는 자신도, 아들도 아니었다. 남편의 남자친구였던 제이가 사망 보험금의 수령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산리안은 아들과 함께 제이를 찾아간다. 하지만 제이로부터 돌아온 말은 '자신이 불륜남이 아니라 그쪽이야말로 불륜녀가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산리안의 아들은 허구한 날 친구들과 싸우고 심리 상담을 받곤 한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 그리고 제이의 관계에 대해 잘 아는 눈치다. 아빠가 엄마와 결혼해 자신을 낳았지만 결국 동성애자라는 걸 밝히고 제이한테 가서 죽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엄마가 아닌 제이의 집에서 기거하려 한다. 

제이는 진심으로 사랑해 마지않던 연인의 죽음을 함께 했던 유일한 사람이다. 그로서는 알 길 없는 연인의 사망보험금 얘기로 산리안과 그의 아들이 찾아오고, 무엇보다 자신을 '불륜남'이라고 몰아세우는 게 못마땅하다.

쑹정위안과 제이의 러브스토리에는 행복한 웃음과 비참하지는 않지만 슬픈 눈물이 함께 존재했다. 하지만 쑹정위안이 아내와 아들에게 몹쓸 짓을 한 건 부인할 수 없다. 사회의 이목 때문에 사랑했는지 입증할 수 없는 상대와 결혼해 아이까지 세상에 내놓았으니 말이다. 

무거운 소재들을 완화시키는 힘
 

무거운 소재들을 완화시켜 말랑말랑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힘이 있는 영화. 영화 <나의 EX>의 한 장면. ⓒ Netflix

 
<나의 EX>는 대만 영화로서는 1년 만에 대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B급 정서가 다분한 로맨틱 코미디로 점철됐던 최신 대만영화 조류에 반(反)하는 수작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무거운 소재들로 점철되어 있다. 성소수자와 불륜, 사망보험금까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면서도 분위기가 다소 어두워질 수도 있는 소재들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등장하는 귀여운 애니메이션은 물론, 귀에 쏙쏙 박히는 OST 그리고 통통 튀는 세 주인공 캐릭터들이 전혀 무겁지 않게 분위기를 완화시킨다.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이 이만큼 유기적으로 어울리면서도 각자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영화가 있었나. 각본과 연기의 힘이 절대적이지 않았나 싶다.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주요 캐릭터들
 

영화를 구성하는 주요 캐릭터 세 명은 마치 솥밭을 지탱하는 세 개의 다리처럼 견고하다. 영화 <나의 EX>의 한 장면. ⓒ Netflix

 
대만 영화제를 휩쓴 산리안의 압도적 연기와 얼핏얼핏 장국영을 연상시키는 제이의 연기, 그리고 둘 사이에서 돌발적이고 발랄하기까지 한 애니메이션과 내레이션으로 은근한 중심을 잡는 아들 쑹청시까지.  

영화는 벌집을 들쑤신 듯 요란하게 시작해 일면 코믹한 듯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그러나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면, 인물을 이해하게 되고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세 명의 주요 캐릭터들이 처음엔 서로가 서로를 싫어한다. 이는 떠나버린 뒤 돌아오지 못하는 쑹정위안의 존재 때문이다. 아무도 그를 떠나보내지 못했기에, 각자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자신을 돌아보지도 돌보지도 못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일면 비정한 말을 하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데 죽은 사람을 제대로 떠나 보내기 위해선, 자신을 돌아보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영화는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산 사람 또한 제대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사랑' 그 자체
 

중요한 건, 영화의 원제처럼 '누가 먼저 그를 좋아했는가'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다는 그 자체라고 말한다. '영화 <나의 EX>의 한 장면. ⓒ Netflix

 
<나의 EX>의 중국어 원제는 '누가 먼저 그를 좋아했는가'다. 산리안과 제이, 두 사람은 서로를 불륜녀와 불륜남으로 부른다. 둘 중에 누가 먼저 쑹정위안을 사랑했을까?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쑹정위안과 사랑에 빠진 명확한 시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누가 먼저'가 중요하긴 한 걸까? 원제가 말하는 건 사랑의 역설에 대한 항거다. 사랑을 경쟁하고 있는 산리안과 제이의 모습이 쑹정위안의 아들 쑹청시의 입장에선 한없이 한심해보인다. 이 영화의 진정한 방점은 '누가'도, '먼저'도 아닌 '사랑'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닐까. 사랑했다는 사실 그 자체 말이다. 

말로는 쉬울지 모르지만, '사랑' 그 자체에 방점을 찍어 의미를 두고 만족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죽은 남편에게 자신은 몰랐던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내와 연인이 죽은 뒤 갑자기 '불륜남'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 남자에게는 더더욱 그래 보인다. 이 영화는 그럼에도 신파적이지 않게,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능력을 선보였다. 

그저 그런 평범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지만 점점 집중하게 됐다. 그리고 결국에는 오랜 시간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치열한 갈등과 강렬한 슬픔을 동반한 '힐링'을 받고 싶은 분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언제든 다시 보고 싶어질 것 같다. 이런 영화, 돈과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 영화 감독과 배우들에게 고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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