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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 빅맨' 배혜윤, 삼성생명의 숨은 살림꾼

[여자프로농구] 득점11위-어시스트4위-스틸2위-블록슛 7위 등 공수에서 고른 활약

19.02.13 09:33최종업데이트19.02.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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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 여자프로농구의 가장 큰 화두는 13연승을 내달리고 있는 KB스타즈의 약진이다. KB는 8경기를 남겨둔 현재 2위 우리은행 위비에 2경기 차이로 앞서 있어 2006년 여름리그 이후 13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반면에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은 남은 8경기에서 2경기 차이를 뒤집지 못하면 통합 7연패가 좌절된다(물론 역대 최초의 7연속 챔프전 우승에 도전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KB와 우리은행이 시즌 막판까지 긴장을 풀 수 없는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위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시즌 후반기를 보내고 있다. 2위 우리은행에게 4경기 차이로 뒤져 있지만 4위 KEB하나은행에게는 무려 6.5경기 차이로 앞서 있기 때문이다. 승률 .357의 4위 하나은행이 잔여 7경기에서 6.5경기 차이를 극복하고 승률 .593를 기록 중인 3위 삼성생명과의 순위를 뒤집을 확률은 매우 낮다.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를 아이샤 서덜랜드에서 카리스마 펜, 티아나 하킨스로 교체하는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박하나, 김한별, 김보미, 윤예빈, 이주연, 양인영 등 국내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이번 시즌 여유 있게 3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삼성생명이 2010-2011 시즌 이후 8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비결은 외국인 선수와 함께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지능형 빅맨' 배혜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고비마다 주전 문턱에서 좌절돼 트레이드된 비운의 유망주
 

배혜윤은 세 번의 트레이드를 거쳐 2013년 8월부터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생명 블루밍스

 
삼성생명은 전신인 동방생명 시절부터 전통적으로 강한 센터를 보유해 왔다. 삼천포여종고(현 삼천포여고) 3학년 시절 LA올림픽에서 박찬숙, 김화숙과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성정아는 1985년 동방생명에 입단해 1992년 은퇴할 때까지 삼성생명의 농구대잔치 5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성정아의 전성기가 저물어 가던 1990년 또 한 명의 대형 센터 정은순이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농구대잔치 시절 두 차례 MVP에 선정된 정은순은 프로 출범 후에도 세 번이나 리그 MVP에 오르며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센터로 군림했다. 정은순은 1990년 베이징 올림픽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로 활약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대표팀의 맏언니로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삼성생명은 정은순 이후에도 이종애, 김계령 같은 국가대표 빅맨들이 거쳐 가며 '센터 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2010-2011 시즌을 끝으로 '블로킹 여왕' 이종애가 현역 생활을 마감하면서 빅맨 포지션은 삼성생명의 약점이 됐다. 2011년 삼성생명에서 재영입한 김계령은 전성기 시절의 위력을 잃어 버렸고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출신 이선화는 다양한 득점루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빅맨 치고는 골밑에서의 위압감이 떨어졌다. 결국 삼성생명은 2013년8월 우리은행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배혜윤을 영입했다. 

배혜윤은 강아정(KB)과 김단비(신한은행 에스버드)를 배출한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신한은행에 지명됐다가 곧바로 신세계 쿨캣(현 하나은행)으로 트레이드 됐다. 배혜윤은 입단 첫 시즌 5.04득점 3.7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선정됐고 2008년과 2009년 퓨처스리그에서는 2년 연속 BEST5에 뽑혔다. 배혜윤은 전형적인 유망주의 성장 코스를 밟으며 신세계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로 순조롭게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신세계에서 세 시즌을 보낸 배혜윤은 2010년4월 신세계와 우리은행의 트레이드에 포함되며 양지희, 그리고 1라운드 지명권과 함께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우리은행은 신세계로부터 받은 지명권으로 청주여고의 센터 유망주 이정현을 지명했다). 배혜윤은 이적 후 두 시즌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우리은행에 무난히 적응하는 듯했지만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2012-2013 시즌 '이적동기' 양지희에게 주전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지난 시즌 부진 극복하고 공수에 걸쳐 맹활약 
 

배혜윤은 뛰어난 농구지능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피지컬의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

 
배혜윤은 2013년 8월 이선화와의 1:1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삼성생명으로 팀을 옮겼다. 프로 시작부터 지명권 트레이드를 통해 자신을 지명한 신한은행이 아닌 신세계에 입단했던 배혜윤은 두 번의 트레이드 끝에 우리은행을 거쳐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새로운 팀에 적응할 때 즈음 주전 경쟁에서 번번이 뒤로 밀리며 트레이드 카드로 쓰여졌으니 배혜윤이 느꼈을 박탈감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적 후 은퇴가 임박한 김계령 대신 주전 빅맨으로 나선 배혜윤은 삼성생명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력 선수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사실 배혜윤 역시 신장(183cm)과 운동능력은 센터로서 썩 대단하지 않고 과거 리바운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정자와 같은 투쟁심도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배혜윤은 뛰어난 농구지능과 포지션 대비 최상급의 패스실력, 그리고 어지간한 가드를 능가하는 스틸 능력으로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았다.

2016-2017 시즌 10.14득점 4.89리바운드 3.14어시스트 1.06스틸을 기록했던 배혜윤은 지난 시즌 6.87득점 3.37리바운드 1.63어시스트 0.93스틸로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물론 코뼈와 허리 부상에 시달리며 시즌 내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배혜윤의 부진이 삼성생명의 플레이오프 탈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했다.

김계령, 이미선, 허윤자 등이 차례로 은퇴하고 고아라(외환은행), 박태은이 팀을 떠나며 어느덧 고참 선수가 된 배혜윤은 이번 시즌 반등에 성공하며 '지능형 빅맨'의 위용을 되찾았다. 배혜윤은 이번 시즌 12.41득점 5.93리바운드 4.04어시스트(4위) 1.89스틸0(2위) .74블록슛(7위)으로 공수 전반에 걸쳐 데뷔 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김한별이 국내 선수 2위에 해당하는 9개의 리바운드를 잡아주면서 배혜윤의 활동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배혜윤은 올해로 프로 13년 차의 베테랑이지만 아직 플레이오프 경험은 통산 11경기에 불과하다. 입단동기 강아정과 김단비가 각각 34경기, 35경기의 봄 농구를 소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커리어 초반을 신세계와 (위성우 감독 부임 전의) 우리은행 같은 약체팀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커리어 12번째 봄 농구 경기를 소화할 확률이 매우 높은 배혜윤은 내심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이라는 더 높은 고지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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