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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장인' 염정아마저 떨게 만드는 대본 속 '그것'

[인터뷰] < SKY캐슬 >에서 욕망에 사로잡힌 '한서진' 역할 연기

19.02.11 19:11최종업데이트19.02.1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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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뭘 넘어요. 어떻게 이 드라마를 넘어요."

배우 염정아는 '절레절레' 손사래를 쳤다. 한 기자가 '차기작으로 이 이상의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느냐'고 물은 뒤였다. 염정아는 "어떻게 이 드라마를 넘느냐"고 반문하면서 "뛰어넘겠다고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신 염정아는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작품은 처음"이라며 "이 작품을 통해서 더 많은 기회들이 생길 것이고 그것이 너무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쉬지 않을 생각이다. 염정아는 "작품을 한두 개 정도 더 하고 싶다"면서 "연기를 오래하고 싶다. 오래하고 싶다"고 두 번 반복해 말했다.

드라마에 같이 출연했던 다른 배우들에게 '얼굴 근육까지 연기하는 배우'라는 찬사를 들은 염정아를 지난 7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났다. 염정아는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빡빡한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지만, "즐겁다"고 말하면서 기자들을 맞았다.

염정아는 연기를 어떻게 할까
 

7일 오후 서울 학동역 인근 한 카페에서 'SKY캐슬'의 주연 배우 염정아가 매체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아티스트컴퍼니

 
염정아는 '얼굴 근육도 연기한다더라'는 설에 대해 웃으면서 말을 보탰다. 그는 "얼굴 근육은 일부러 쓰려고 해도 쓸 수도 없다. 연기에 몰입하면 미세하게 떨리는 그런 건 있겠지"라고 덧붙였다.

"'일부러 근육을 이용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면 얼마나 어색하겠나. 나도 몰랐는데 연기하다 보니 흥분해 테이블 밑에서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더라. 그런데 그걸 잡아내는 카메라도 대단하고 살려주는 연출도 대단하다.

시청자 분들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진지하게 이 드라마를 시청하시면 그런 부분까지 보실까, 고마운 일이다. 사실 그 순간에 나는 내 주름이나 모공이 더 많이 보인다. (웃음) 그런데 그렇게 집중해야 그 연기를 한다. 내가 '거짓으로 연기하면' 한서진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연기 장인' 염정아는 연기 준비를 어떻게 할까? 그는 자신이 한 연기를 꼼꼼하게 모니터를 하고 대본을 여러 번 읽는 것을 강조했다.

"내가 하는 연기를 부끄러워서 못 보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창피해 하지 않는다. 내 연기를 객관적으로 보고 잘 한 것도 못 한 것도 찾아내면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 대본을 열심히 보는 편이다. 내 분량만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을 몇 번씩 읽는다. 전체를 보면서 내가 연기할 것을 찾아낸다.

원래는 대본에 내 대사 정도를 체크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대립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지난 번에 다른 인물과 어떤 관계였는지, 무슨 신을 찍었는지를 써놔야 했다. 대본을 몇 부씩 들고 다니면서 찍을 때마다 확인했다. 그 감정을 놓치면 보는 사람들이 너무 이상할 것 아닌가. 후반부에 혹시나 놓치는 게 있을까봐 불안한 감정이 있었다. 작가 선생님께서 대본을 일찍 주셔서 공부할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현장에 가서 집중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자잘한 설정이나 감정을 준비해서 가는 게 아니라 그 신을 마음 속에 담고 '내가 오늘 보여줄 건 이거'고 '누구랑 어떤 관계'고 정도를 담고 현장에 가서 감정을 넣는다. 그래야 제일 잘 나오더라. 그렇게 준비했던 것 같다."
 
 

< SKY캐슬 > 스틸 사진ⓒ JTBC

 
그럼에도 염정아는 연기가 아직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가 좀 잡생각이 많고 산만한 편"이라며 "그럼에도 예전보다 몰입을 더 잘하는 것 같다. 연기할 때도 예전에는 잡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경험을 많이 해서 그런지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면서 웃었다.

특히 '예서' 역할의 김혜윤 배우에 대해 "눈물을 잘 흘린다"고 칭찬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알고서는 연기를 하지'라고 감탄하기도 한단다.

"감정신을 특히 잘 못 하고 감정신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었다. 감정신을 '진짜로 (연기)하는 것'밖에는 전달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나서 전달을 잘 못할까봐 걱정한다.

지문에 '눈물을 흘린다'라고 쓰여 있으면 일단 부담스럽다. 이 사람이 왜 울어야 하는지 그 이유가 차곡차곡 쌓여야 자연스럽게 된다. 지문을 보면서 옛날에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생각해 보고 마음이 아팠을 때를 생각해 봐도 눈물이 안 나온다.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염정아가 아닌 (극 속에) 다른 인물인데, 염정아가 옛날에 겪은 일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흘리려 하니 이도저도 안 된다. 나는 시행 착오를 너무 많이 겪었다. 예서를 보면 얼마나 잘 우는지 모른다. '툭' 하면 운다. 집중을 그만큼 잘 한다는 것이다. 내가 저 나이대 저 정도로 연기했다면!(웃음)"


하루에 옷을 17벌씩 갈아입으면서 쉬지 않고 신을 찍은 날도 있었다. 감기를 비롯한 병은 인터뷰 당일까지 낫지 않았다. 드라마 후반부에 염정아는 꿈 속에서도 대본을 외우기도 하고 잠꼬대로 예서를 찾기도 했단다. 염정아는 "연기를 못 할까봐 불안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감정신을 끝낸 뒤의 기쁨을 말했다. 그는 "감정신을 다 해냈을 때의 기쁨, 그런 것 때문에 연기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 작품이 내게 온 건 행운이다. 조현탁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이런 제안을 해 주셨으니까. 마지막 촬영을 하고 다음날에 쫑파티를 하러 나갔는데 내가 뭔가 잊어버리고 안 가져온 것 같더라. 대본이었다. 한 반 년을 손에서 대본을 놓아본 적이 없다. 안 보더라도 대본을 들고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잘 때도 머리맡에 있어야 했다.

대본 없이 밖에 나왔는데 너무 이상했다. 순간 깨달았다. 내가 알게 모르게 빠져 살고 있었구나, 끝났구나. 사실 서운하고 아쉬운 감정보다 '이제는 잠꼬대 안 하고 잠을 잘 수 있겠구나' 싶었다.(웃음)"


"욕심났다"
 

7일 오후 서울 학동역 인근 한 카페에서 'SKY캐슬'의 주연 배우 염정아가 매체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아티스트컴퍼니

   
조현탁 감독과 배우 염정아는 JTBC 드라마 <마녀보감>으로 이미 인연이 있었다. 비록 시청률이 잘 나온 작품은 아니지만 염정아는 그 당시 좋은 기억이 많았다면서 조현탁 감독을 신뢰했다고 말했다.

조현탁 감독 역시 지난 1월 31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염정아를 두고 "예술적 동반자"라고 표현할 정도로 깊은 신뢰를 보여 주었다.

염정아는 "조현탁 감독이 주는 작품이라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시나리오도 재밌고 연기할 거리가 많은 역할이라 생각해서 욕심도 났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는 걸 염정아도 예상하지 못했다. 염정아는 < SKY캐슬 >이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 "사실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나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수치"라며 "지금도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내 이야기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이 < SKY캐슬 >은 여성 다섯 명이 주연을 맡아 이끌어가는 흔치 않은 드라마다. 염정아는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너무 신이 나서 캐슬 엄마들이랑 주영 선생님까지 모여서 '진짜 잘하자. 우리가 잘해야 이런 드라마 또 만드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한서진이라는 역할이 여러 가지로 이해가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한 가지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모성애였다. 염정아는 "삐뚤어진 모성. 그게 한서진을 지탱하고 있는 힘"이라고 했다.
 
그는 '예서야, 엄마 네 인생 포기 못해. 엄마는 돌팔매를 맞아도 조리돌림을 당해도 상관없어. 너는 엄마가 다 해 줄 테니까 공부만 해'라는 대사와 '우리 딸, 잘 먹고 잘 자고 마음 편한 게 제일이야. 감당할 수 있겠어? 우리 딸 괜찮겠어?'라는 대사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고 말했다.

"그 신이 그렇게 많이 마음에 남았다. 울컥하더라. 비록 한서진은 삐뚤어졌지만 내 자식 위주로 생각하는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으니까."

염정아는 실제로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두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학종이나 코디를 처음 알게 됐다면서 "몰랐던 걸 너무 많이 알게 됐다. 초등학생이라 입시에 관심 없었지만 나도 남편도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구나. 사실은 우리가 되게 심각한 상황 속에서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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