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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그 옷 한번만..." '단벌 신사'로 꿈을 이룬 배우

[인터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루시 맡은 떠오르는 신인 배우 해나

19.02.12 16:33최종업데이트19.02.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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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해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정준


지난 1월 24일 오후, 학동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배우 해나를 만났다. 걸그룹 '마틸다' 소속의 아이돌 가수로 KBS 2TV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에서 같은 그룹 '세미'와 함께 시청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선보였던 그는 지난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새로운 루시로 깜짝 발탁돼 주목받았다.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등 최고의 스타들이 거쳐간 '지킬' 만큼은 아니어도 '엠마'와 '루시' 역시 조정은, 김선영 등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들이 출연했던 역할이다. 여기에 소극장뮤지컬 단 한 작품(<위대한 캣츠비>)만을 출연했던 해나가 출연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쏟아졌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공연이 1/3 이상 진행된 상황. 초기와 달리 해나는 빠르게 작품에 적응하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긴 휴식기를 말끔히 털어내고 활동에 한창인 해나는 지금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뮤지컬 배우 해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정준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루시' 역을 맡은 해나입니다."

 - 무척 평범한 소개네요. 역할 외에 '자기'소개는 뭐가 있을까요.
"신인배우 해나입니다. 그 외엔 아직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뭐라고 말하긴 좀 조심스러워요. 많이 배우고 해나가는 시기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루시가 좋아요(웃음)."

 - 그럼 어디 루시가 좋다는 신인배우 해나의 근황 한 번 들어볼까요.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와 예능 <더 유닛> 이후 오랜만이에요.
"지난 11월에 <지킬앤하이드>가 올라감과 동시에 '마틸다'의 발라드 싱글이 나왔어요. 그래서 최근까지 활동을 병행하고, KBS 2TV <불후의 명곡>,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에 나왔죠. 지금은 활동을 마쳤어요. 이제는 <지킬앤하이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해나가 속해있는 그룹 마틸다 멤버들과는 어떤가요. 사실 저는 처음에 '마틸다' 이야기를 빼놓고 자기소개를 하길래 의아했어요.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도 다른 멤버들을 만났잖아요.
"사실 그 자기소개를 통째로 외웠거든요(웃음). 저희는 활동을 안 할 때도 한 번도 안 만난 적 없어요(웃음). 지금은 숙소를 따로 사는데요. 사실 창문에서 부르면 대답할 정도로 가깝게 살아요. 멀어지려고 해도 멀어질 수 없는 사이죠. 저희끼린 이제 서로 '네 자매'라고 부를 정도에요."
 

뮤지컬 배우 해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정준

 
 - 공연이 벌써 두 달 정도 지났어요. 소감 한 번 들어볼게요.
"아쉬워요. 너무 재밌는 여정인데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못해서 다시 잘하고 싶다기보단 그저 이 순간이 안 끝났으면 좋겠어요. 회차가 줄어들수록 난 계속 '루시'고 싶은데 마음이 조급하고 아깝습니다.

 - 굉장한 애정이네요(웃음). 몇 회 남았는지 세어봤어요?
"세고 싶지도 않아요. 나이 세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에요(웃음)."

 - 그렇다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루시의 어떤 면에 애정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저는 'a new life'를 좋아해요. 학생시절 '뮤알못'(뮤지컬을 알지 못하는 사람의 줄임말)일 때도 좋아하던 곡이었어요. 단지 그 땐 가사만 봐서 이렇게 죽임을 당하고 불쌍한 캐릭터인지도 몰랐죠.

연습해보니 루시가 '친구'라는 단어에 반응을 많이 해요. 지킬에게 명함을 받을 때도, 따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그렇죠. 작품 배경이 된 시대 속에서 거리의 여자는 거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사람이라서 그런 기회나 친구를 얻을 일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상류층의 남자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따스하게 대해주면서 나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여자구나. 그런 면을 공감하게 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꿔나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제게는 <지킬앤하이드>라는 뮤지컬 자체가 그랬어요. 절망뿐인 휴식기 속에서 <지킬앤하이드> 오디션 공고를 보고 이후 합격까지의 과정이 제겐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는 시간이었거든요. 그런 오디션 보는 두 달 동안의 기간이 많이 공감돼서 루시에게 더 애정이 갔어요. '루시가 나구나'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죠."
 

뮤지컬 배우 해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정준

 
 - 맞아요. 한동안 휴식기가 좀 길었네요.
"2013년 데뷔하고 가장 오랫동안 쉰 기간이었어요. 사실 저는 일을 안 하면 못버티는 성격인데 다시 저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고 <지킬앤하이드>를 만나게 해준 시간이라 지금와서 생각하면 있었어야 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 배우 본인으로서도 특히 루시에게 공감가는 장면이 있었다면 어딜까요.
"어린 나이에 레드렛에서 주목받는 쇼걸이 될 때까지 여정이 쉽지 않았을 거에요. 그 속에서 다른 쇼걸들의 질투와 시기를 견디며 살았을지, 혹은 진정한 친구가 있었을지. 그런 루시에게 의외의 사람이 친구라고 먼저 손을 내밀었잖아요. 사람이 처음 자극적인 걸 볼 때 반응이 세잖아요. 롤러코스터도 처음 탈 때에 비해 탈면 탈수록 느낌이 반감되는데, 루시에게 친구는 처음이었으니까.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거죠. '친구'가요."

 - 이야기해보니 <지킬앤하이드>의 분위기가 궁금해지네요. 시대적인 배경이라거나 레드렛에 대한 이야기를 보니 배우 개인적으로도 흔히 말하는 '디테일'이나 캐릭터 분석을 따로 하는 건가요. 이미 라이선스라서 딱 정해진 틀이 있을 텐데요.
"연출님이 딱딱 이렇게 저렇게 하시면서 배우들에게 맞춰주는 건데, 어떻게 보면 연출님과 제 생각이 많이 공감된 것 같아요. 연출님도 친구의 의미를 생각해보라고 하셨고 저도 그래서 루시가 혼자서 살아남은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거죠."
 

뮤지컬 배우 해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정준

 
 - 그렇다면 배우들마다 특별히 다른 분위기나 설정이 있다거나 하진 않군요.
"각자의 개성은 캐릭터 위에 토핑을 올린 것 같아요. 애초에 똑같이 한다고 똑같이 되진 않고요. 빵 위에 저희가 연구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토핑되면 보시는 분들도 저마다 다르게 보시지 않을까요?"

 - 토핑을 위해 특별히 공부한 게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때의 신분차이나 어떤 것에 대해서 검색을 많이 해봤었어요(웃음). 여자들의 상당수가 몸을 팔면서 살아야하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배경이더라고요. 그래서 루시라는 캐릭터를 대할 때도 지금 시대에서 가지는 생각보다는 그 시대 사람이라면 어떨까를 생각했었죠."

 - <위대한 캣츠비> 이후 바로 대극장으로 넘어왔어요. 대극장은 아무래도 연기의 톤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실제로 겪어보니 어땠나요?
"사실 소극장을 한 번 해보고 바로 대극장으로 갔잖아요. 또 현대물, 일상연기에서 시대물로 넘어갔기 때문에 제가 처음에는 표현을 해도, 표현이 안 됐었어요. 제가 가수를 해왔잖아요. 가수들은 짧은 무대를 보여야 하니까 목소리나 만들어진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게 있어요. 또 아이돌은 늘 상큼해야하고요. 그러다보니 내가 슬펐을 때, 놀랐을 때, 이럴때 제스춰가 어땠는지 그런 걸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나를 약간 객관화하면서 보게 되고. 그게 큰 숙제였어요. 또 뒤에 계신 관객들에게도 놓치지 않고 보여줘야 하는 게 있으니까요."
 

뮤지컬 배우 해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정준

 
 - 실제로 인터뷰 분위기도 이전과 달리 차분하고 침착해요. 루시에게 빠진 느낌이에요.
"루시는 저한테 절대 장난스러울 수 없는 캐릭터거든요. <위대한 캣츠비>의 선은 좀 밝은 아이였다면 루시는 상반된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것 같아요."

 - 그럼 조금 더 루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두 선배들과 공연하고 있죠. 선배들과 어떤 다른 느낌이나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두 분을 보며 제가 배우고 있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다르게 한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그런 다르다는 느낌보단 감회가 새롭죠. 언니들이 뭔가 하실 때마다 너무 신기하고 궁금해서 '언니 이건 어떻게 하셨어요?' 하고 다 물어봐요. 그럼 또 다 알려주세요. 너무 감사하죠. 공연장 갈때마다 팀을 정말 잘 만나서 다행이다. 축복받은 일이다 이렇게 생각해요. <위대한 캣츠비> 때도 트리플 캐스팅이었는데 같은 배역을 맡았다고 해서 경쟁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저는 우선 열심히 배워서 더 많은 작품을 하며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져야 하니까요. 그렇게 치면 제가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웃음)."

 - 고전적인 질문 한 번 해볼게요. 배우 해나의 성격은 루시와 엠마 중 어느 쪽일까요.
"생각하는 이상은 엠마일 수도 있어요. 뭔가 고고하고, 품위있고 외유내강. 그런 느낌도 꿈꾸지만, 사실 저는 루시에요. 그냥 털털하고 당당하고, 루시에 훨씬 가까운 것 같아요. 오디션도 'a new life'를 부르고 싶어서 처음부터 루시만 응모했어요."

 - <지킬앤하이드>라는 큰 작품을 공연하면서 어렵고 힘든 부분들은 뭐가 있을까요.
"컨디션 관리죠. 이건 정말 노하우고 경험인 것 같아요. 갑자기 이런 좋은 작품을 하다보니 욕심이 생기잖아요. 그러다보니 컨디션 관리에 너무 집착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게 더 스트레스가 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힘을 무리하게 쓰게 돼요. 선배님들께서 그런 부분도 '노하우'라고 해서 열심히 찾아가보는 중이에요. 6개월이란 긴 시간이 좋지만 부담도 되는 셈이죠. 그래도 너무 즐거워요."
 

뮤지컬 배우 해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정준

 
 - <지킬앤하이드>는 여배우들에게 해보고 싶은 작품 중 하나에요. 어떻게 보면 꽤 큰 목표를 이미 이룬 셈이기도 한데 해나의 '넥스트'가 있을까요?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거 아닐까요?(웃음) 너무 영광스런 작품을 빠른 시일에 만났잖아요. 그런데 이 배우가 다음 작품을 못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를 더 빨리 훈련시키고 열심히 해서 '역시'가 되게 하고 싶어요. 이런 역할은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 같아요. 모든 배우들의 꿈이기도 한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빨리 받는 바람에 책임감과 부담감도 크거든요. 앞으로의 행보가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넥스트는 앞으로 제가 더 잘해서 인정받는 것 같아요."

 - 여러모로 오래 남을 작품이 되겠어요. 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하나 있을까요.
"제가 오디션 내내 한 벌로 봤어요. 구멍이 큰 망사스타킹에 루시같은 느낌으로 옷을 맞춰서 4차까지 봤거든요. 덕분에 '쟤는 옷이 저거 밖에 없나' 하고 소문이 난 거에요. 그런데 연습 막바지에 사람들이 제게 '소문의 그 옷을 한번만 입어달라'고 하셨어요(웃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트레이닝복 입고 있는데 저만 그 옷을 입고 돌았던 기억이 있네요."

 - 긴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무리 인사 부탁합니다.
"서울 공연은 이제 3개월 남았지만, '로딩'이라고들 하잖아요. 저만이 아니라 모두 점점 더 좋아지고 있으니 앞으로도 언제든지 찾아오셔서 관람해주신다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지킬앤하이드>를 저 때문에 처음 본 분들이 말씀하시길 '지금까지 본 뮤지컬중 최고의 작품이다' 그렇게 말씀하실만큼 웅장하고 재미를 주는 작품이거든요. 꼭 와주시고 그중에서도 '해나루시' 꼭 많이 찾아주세요(웃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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