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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성악가들이 부른 오페라, 원작 음악가는 독립운동가?

[공연 리뷰] 정율성의 오페라 '망부운', 비상을 위한 날개를 펴다

18.12.10 20:08최종업데이트18.12.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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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율성의 오페라 '망부운' 콘체르탄테 '콘체르탄테(Concertante)'란?오페라의?무대?장치와?의상,?분장을?제외한?성악에 집중하게 하는 음악회?형식의?오페라이다. ⓒ 신남영

 
한국인이면서도 중국의 3대 혁명음악가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정율성(정뤼청)의 대표적인 오페라 '망부운(望夫雲)'이 이제 그 전모를 보여줄 비상을 하고 있다. 광주시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갑균)이 지난 7~8일 2회에 걸쳐 '정율성 오페라 콘체르탄테 망부운'을 올린 것이 그 날개라 할 수 있겠다.

'콘체르탄테(Concertante)'란 오페라의 무대 장치와 의상, 분장을 제외한 음악회 형식의 오페라인데 유럽에서도 전막 오페라를 선보이기 전에 먼저 무대에 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 2015년 11월에는 아시안발레단(대표 김유미)이 창단공연으로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오페라 발레 '망부운(望夫雲)'을 올렸고 광주시립오페라단도 2017년 8월 오페라 '망부운' 시연회를 가진 바 있다.

'망부운'은 작사자인 중국 서가서(徐嘉瑞)가 정리한 운남성 대리 지역 백족(白族)의 구전 설화를 기본으로 정율성이 문화대혁명기 중국 소수민족의 민요를 채집하는 과정에서 창작한 오페라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백족 공주 '아형'과 사냥꾼 '아백'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를 통해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는 자유의 보편적인 이상을 노래한 가극(歌劇)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인 운남성(雲南省) 대리(大理)는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길게 뻗은 창산(蒼山)을 등지고, 앞으로는 '이해(珥海)'라는 호수를 안고 있는 지역으로, 유달리 흰색을 좋아하는 백족의 자치 지역이다. 이곳 창산의 봉우리 중 하나인 옥국봉에는 여인의 형상을 닮은 기묘한 구름이 피어오르고 이 구름은 폭풍을 일으켜 호수 깊은 곳에 잠겨 있던 노새 모양의 바위가 드러난다. 이 구름과 바위에 서려 있는 전설이 바로 '지아비(夫)를 기다리다(望) 죽어 구름(雲)'이 되어버린 공주의 이야기, '망부운'인 것이다.

한국-중국 성악가들이 다른 언어로 함께 펼친 이색적인 공연
 

▲ '망부운' 초연(1962) 당시의 모습 '망부운'은?중국 소수민족인?백족(白族)의?공주 '아형'과 사냥꾼 '아백'의 전설을?바탕으로 만든 어떤 억압에도?굴하지?않는?자유의?보편적인?이상을?노래한?가극이다.?? ⓒ 광주시립오페라단

 
'망부운'은 1962년 북경 초연을 끝으로 공연이 중단됐다. '망부운'의 복원은 창단추진위원회부터 광주시립오페라단이 브랜드 공연으로 기획해 오던 것이다. 제작진은 이 무대를 위해 56년 이상 깊이 묻혀있던 악보와 자료들을 찾아내 복원하고 각색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물론 원작의 기본틀은 그대로 유지했겠지만 현대적 감각을 지닌 이탈리아식 정통 오페라로 개작 편곡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내년 봄에 정식으로 올릴 오페라 공연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인터미션 포함 러닝타임 2시간으로 축약된 '망부운 콘체르탄테'는 베일을 성큼 벗고 오페라 '망부운'의 핵심을 보여주는 무대로서 이제 평단의 음악적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지난 8일 공연에서는 중국의 현지 공연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겠지만 공주 역의 얜동쿠이(Yan Dongkui), 아백 역의 마궈이(Ma Guoyi), 두안니나, 리우쉐난, 짱하오 등 중국의 실력 있는 성악가들이 열창했다. 언어는 다르지만 이색적이면서도 친근감을 더해주었다. 다만 국내 성악가들과 함께 악보를 보면서 노래하는 출연자들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것은 연습이 완성되면 개선될 부분이라 여긴다.

흔히 오페라는 문학, 음악, 연극, 무용, 미술 등이 어우러지는 공연 예술의 꽃이라 불린다. 그만큼 개별적인 완성도와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시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공연은 서사적인 줄거리와 음악적인 뼈대의 기초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상상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서로 긴밀하게 협력한 광주시립교향악단, 광주시립합창단,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조화가 빚어낸 결과라 보여진다.       

'망부운'이 자유롭게 순항할 수 있을까
 

▲ 정율성 국제음악제(2009) 광주시는 정율성의 삶과 음악성을 재조명하고 음악산업 발전 및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콘텐츠개발을 위해 매년 이 음악제를 개최하고 있다. ⓒ 정율성국제음악제조직위원회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대 연설에서 "광주시에는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정율성로'가 있다"면서 '정율성'을 중국과의 연결고리로 삼으려 했다. 이는 2014년 7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서울대에서 한중교류사의 위대한 인물들로 정율성이란 이름을 언급한 것에 대한 답례적 차원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정부적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정율성 관련 공연은 기획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그는 공식적으로 금기시되던 인물이었다. 항일운동을 한 조선의 독립군이었지만 북조선으로 귀국했고 후에 중국 국적을 가진 공산당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 정율성의 오페라 '망부운'은 광주시립오페라단에 의해 대장정의 닻을 올린 셈이다. 지휘와 편곡을 맡은 박지운씨의 말처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오페라가 되려면 오랜 탁마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정율성은 1914년 광주(光州)에서 태어났지만 문화혁명기 시련을 겪다가 1976년 베이징에서 사망하였고 1988년, 덩샤오핑의 명령으로 그가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이 '중국 인민해방군가'로 정식 지정되면서 복권됐다. 정치적 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는 한중관계와 상관 없이 순수한 문화교류 차원에서 그의 '망부운'이 자유롭게 순항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성사되는 오페라 공연이 말해줄 것이다.
 

▲ '망부운' 공연정보 '망부운 콘체르탄테'는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공연되었다. ⓒ 광주시립오페라단

  
공연 정보
예술감독 : 정갑균
대본 : 서가서, 정율성
각색 : 정소제, 박수길, 정갑균
지휘, 편곡 : 박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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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아티스트. 리뷰어. 2013년 계간 <문학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물 위의 현>(2015), 캘리그래피에세이 <캘리그래피 노자와 장자>, <사랑으로 왔으니 사랑으로 흘러가라>(2016), <캘리그래피 논어>(2018)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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