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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취업난, 청춘들의 분노... 이 방송이 몰고 온 파장

[리뷰] SBS 창사특집 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1부 - 분노한 자들의 도시>

18.11.12 11:54최종업데이트18.11.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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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에 고실업, 생존의 조건마저 강퍅해지는 사회, 각종 채용비리 등 일자리를 둘러싼 특권과 반칙은 분노에 기름을 얹기에 충분했다. 분노가 수렴하는 지점은 '불공정'이었다. 그런데 불공정의 개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도 확대됐다.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두고 기존 정규직과 취업준비생은 불공정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이들이 '시험이라도 봐야지'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방영한 SBS 창사특집 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1부 – 분노한 자들의 도시>는 불공정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짚었다.
 

2018년 11월 11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 '공정성 전쟁' 1편 중 한 장면ⓒ SBS

  

2018년 11월 11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 '공정성 전쟁' 1편 중 한 장면ⓒ SBS

 
방송에 출연한 서울지하철공사의 한 정규직 직원은 사측의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방침에 "면접만 보고 전환하는 게 억울하다"고 했다. 이 직원은 공사에 합격하고자 신림동 고시촌에서 2년간 꼬박 시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자신은 이처럼 합격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고생을 했는데, 정규직 전환이 된 대상은 시험도 치르지 않았으니 역차별을 호소한 셈이었다. 

실질적 기회의 평등을 봉쇄할 수 있는 시험

불공정 화두가 던져진 것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 믿었던 기존의 체계들에 균열이 가면서다. 다른 정규직 직원이 노력의 인정 여부를 시험과 연결 짓는 대목은 노력은 공부이며 보상은 정규직이라는 인식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범위를 넘어서는 걸 불공정으로 볼 것이냐는 다른 문제일 것이다. 공정성의 잣대, 직무의 척도를 시험으로 일원화하는 게 맞느냐는 물음이다.
 

2018년 11월 11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 '공정성 전쟁' 1편 중 한 장면ⓒ SBS


외주 용역 업체에서 일하다 서울지하철공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은 저임금에 고용 불이익을 바로 잡는 게 공정함이라 보기도 한다고 했다. 이 직원은 지하철 스크린도어 안전관리를 맡고 있다. 시간에 쫓겨 먹지 못한 컵라면을 가방에 둔 채 구의역에서 목숨을 잃은 20살 김군의 죽음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비롯됐다. 비슷한 환경에 처한 이들의 고용 안정성과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불공정이라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시험은, 합격을 위해 2년씩이나 고시촌에 있었다는 정규직 직원의 말처럼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중위 소득 이하 청년이라면 커다란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아버지의 지원으로 버틴다는 한 노량진 고시생이 "방값만 40~50만 원"이라며 비용 압박을 호소한 점은 시험 준비가 경제력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2018년 11월 11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 '공정성 전쟁' 1편 중 한 장면ⓒ SBS

  

2018년 11월 11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 '공정성 전쟁' 1편 중 한 장면ⓒ SBS

 
시험을 공정성의 척도, 능력의 정도로 삼을 수 있나

결국 공정성에 대한 관념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한데 시험으로 입사하는 체계가 뿌리내린 상황에선 쉽지는 않은 일이다. 더구나 저성장이 고착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적은 일자리를 두고 아귀다툼하는 일이 빈번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까지 불공정의 개념이 확대된 것은 큰 틀에서 노동시장의 분절과 파편화에 따른 임금 격차와도 닿아 있다. 불거진 공정성 논란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 11월 11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 '공정성 전쟁' 1편 중 한 장면ⓒ SBS


방송에서 지적한,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는 현실도 열약한 노동 환경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학력이나 성별과 무관하게 평가를 하는 시험이 공정할 것이라는 믿음도 깔려있다. 시험은 연줄을 통해 부당하게 일자리를 얻는 것을 막아줄 거란 기대감도 있다. 시험만은 그래도 공정하다는 생각이 시험과 공정성의 등식을 마련했으며 공정성의 관념을 협애하게 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험이 평가기준으로서 불공정이 양립할 수 있다는 맹점은 가려지기 일쑤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상위권을 다투는 핀란드 대학생이 한국의 국가직무능력표준 NCS 문제를 풀어보고 "그냥 괴롭히게 만든 문제 같다"고 한 대목은 시험의 효용성을 되묻는다. 다수의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시험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뿐더러 그것을 공정성의 척도나 능력의 정도로 삼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 따르는 것이다.

공정성을 가지고 질문을 거듭 해야 하는 이유

방송은 시험 이외에 공정한 평가 방식으로 미국의 사례를 거론한다. 미국은 공채 형식이 아닌 작은 회사부터 이력을 차곡차곡 쌓아 큰 회사로 이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미국도 경쟁이 한국에 못지않으나 채용 과정의 공평성을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미국의 사례가 한국에 정착되려면 채용 과정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굳이 시험이 아니더라도 그간의 직무 능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심사를 받는다는 믿음이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채용 과정에 국한해서 풀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자리 부족과 노동 시장의 분절은 물론, 사회 각계의 저신뢰도 들여다 봐야 한다. 채용뿐 아니라 교육에서도 정시냐 수시냐를 놓고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마당이다. 분명한 것은 내신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정시 비중을 올릴 경우 특목고 쏠림이 두드러질 수 있는 것처럼 공정성은 한 잣대만을 가지고 판단을 좌우할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때문에 공정성에 대한 인식 차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질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시험을 능력의 선상에 놓고, 공정성의 우선 기준으로 삼는 사회이기에 그렇다. 시험이라는 기회가 결코 평등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정규직화로 불공정을 거론하는 취업준비생의 사회 환경 또한 살펴야 하며, 업무에 대한 적합성과 숙련도를 시험으로 판가름하려는 체계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공정성이 효율성을 위해 소모되는 일이 계속될 것이다.
 

2018년 11월 11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 '공정성 전쟁' 1편 중 한 장면ⓒ SBS

2018년 11월 11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 '공정성 전쟁' 1편 중 한 장면ⓒ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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