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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냐 유덕화냐... 정치인들에게 끊임없이 질문 던지다

[오래된 리뷰 138] 남북통일의 시대에 다시 본 영화 <묵공>(2006)

18.10.17 11:47최종업데이트18.10.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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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묵공>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중국 전국시대 한복판 BC 370년, 전국 칠웅 중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조는 천하제패의 한 걸음으로 역시 전국 칠웅 중 하나인 연을 치기 위해 십만 대군을 파견한다. 조에서 연으로 가는 길목에 있던 소국 양은 항전이냐 항복이냐의 위기에 빠진다. 양은 묵가에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조의 선봉대가 코앞까지 진군했건만 묵가의 지원군은 오지 않고, 양은 혼란에 빠진다. 

왕세자는 결사항전을 외치고, 대신들은 절대항복을 외치며, 장군들은 왕의 지시만 기다릴 뿐이다. 왕은 십만대군 앞에 모든 이를 합쳐도 고작 사천뿐인 성의 상황 앞에 일찌감치 항복하기로 한다. 그때 모습을 드러내는 묵가의 혁리(유덕화 분), 그는 활 한 발로 조의 선봉대를 물리친다. 그러곤 왕과의 독대 및 단판으로 양의 병권을 받는다. 

혁리는 완벽한 전략전술은 물론 성 전체를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는 일치단결의 신념과 기치로 조의 선봉대를 물리치고 본대이자 십만대군 총사령관 함엄중(안성기 분) 장군까지 불러들인다. 양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조의 대군 앞에 모든 걸 건 결사항전을 불사한 양의 운명은 어찌 흘러갈 것인가?

지키고자 하는 자와 뚫고자 하는 자
 

영화 <묵공>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묵공>은 뚫고자 하는 자와 지키고자 하는 자의 전쟁을 다룬다. 천하제패를 향한 걸음, 이 모든 걸 끝내고 평화를 이룩하고자 하는 걸음을 가고자 하는 조나라. 약자의 편에 서서 기어코 지지 않는 싸움, 지키는 싸움을 이룩해내어 이긴 자로 하여금 무차별적인 학살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묵가. 그리고 당사자이지만 나라와 백성이 아닌 자기 한 몸과 한 세력의 안위에만 급급하는 양나라 왕족과 고위관료들. 

중심에는 단연 묵가에서 파견한 묵공 혁리가 있다. 묵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한 다양한 학자와 학파를 일컬는 '제자백가'의 유력 학파 중 하나로, 당대 최고의 학파였던 유가와 대립했다. 유가의 차등적 사랑에 모든 이를 사랑하는 겸애를 주장했고 유가의 인문학적 경향에 실용주의적 관점을 주장했으며 유가의 덕치에 권위를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묵가는 침략전쟁을 반대했다. 침략은 주로 강이 이루고 약이 당하는 것, 자연스레 약자의 편에 서서 지키는 데만 몰두한다. 그 최후의 목적에는 혼란의 평정이 있을 테고, 그 수단으로 모든 이를 사랑하는 겸애가 있을 테며, 그 구체적인 행동으로 침략전쟁을 반대하며 지키는 싸움만을 행하는 것이 있을 테다. 

영화 내외적, 그리고 중심에 있는 것들
 

영화 <묵공>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영화 외적으로 한중일 동양 대표 삼국 합작을 내세웠다. 한국에서는 제작 참여 및 대배우 안성기와 슈퍼주니어 시원을 내세웠고, 중국에서는 영화 배경과 감독을 내세웠으며, 일본에서는 영화 원작 및 세계적인 프로듀서를 참여시켰다고 한다. 묵가의 사상이 영화 외적으로까지 퍼진 느낌이랄까. 

영화 내적으로는 끝없이 계속되는 대규모 공성전 및 소규모 전투, 치열한 전략전술의 맞부딪힘이 주를 이룬다. 중국적 대륙 스케일의 장대함을 바탕으로, 일본만의 전쟁 스타일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한국으로선 배우들이 이질적이지 않게 섞여 들어간 것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 하겠다. 

영화는 혁리를 중심으로, 조나라 대장군 함엄중과의 치열한 전투 외에도 '전쟁'의 의미론을 화두로 던지며, 나라와 백성 그리고 나라를 이끄는 이들의 안위를 두고 치열하게 생각들을 주고받는다.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에는 현실적인 묵가의 사상과 묵가의 사상을 둘러싼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이 있다. 어떤 결정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무엇이 누구를 위한 행동인가. 이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인가. 

혼란 평정, 그 뒤의 세상은?
 

영화 <묵공>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장이모우 감독의 명작 <영웅: 천하의 시작>은 <묵공>처럼 중국 전국시대 이야기를 다룬다. 중심에는 전국 칠웅 중 최강자의 위치에 오른 진나라 영정(훗날 시황제)이, 그리고 그에게 접근한 '무명'이 있다. 무명은 영정의 목숨을 노리는 최강의 세 자객 은모장천, 파검, 비설을 물리치고 그 자리에 왔다. 

그의 목적은 이 혼란한 전국시대의 진정한 끝, 즉 천하통일이다. 영정의 목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만, 그는 원한다. 천하통일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천하통일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그건 모든 것을 아우르고 포용하는 진정한 평화. 전제적 지배에 의한, 질서 있는 법체제에 의한 일방향 평화를 지향하는 법가의 이 기치는, 묵가가 목표로 하는 혼란의 평정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묵가의 혼란 평정은 절대적으로 침략 없는 만민 평등에 기초한 것이고, 법가의 혼란 평정은 절대적으로 침략으로만 가능한 일군 독재에 기초한 것이다. 그 수단이 완벽하게 반대에 위치해 있기에, 유가를 반대한다는 점과 평화 구축에만 궤를 같이 할 뿐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하겠다. 

혼란 평정, 평화 구축은 겉으로든 속으로든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절대적으로 찬성하는 개념일 테다. 하지만 그 수단에 있어서 묵가 또는 법가의 것이 양립할 순 없다. 한쪽을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영화 <묵공>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통일을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영화 <묵공>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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