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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극찬... 최희서는 왜 죽은 이를 대신했나

[넘버링 무비 111]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아워바디>

18.10.12 17:09최종업데이트18.10.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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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말]
 

▲ 영화 <아워바디> 스틸컷영화 <아워바디>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이번 국제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작품들 가운데 영화 <아워바디>는 최희서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제가 열리기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동주> <박열> 등의 작품을 통해 그녀가 보여줬던 뛰어난 연기력은 관객들을 매료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5일 첫 상영 이후에는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이 퍼졌다.

이 작품은 여성의 몸과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작품 전반에 걸쳐 진행되지만, 단순히 여성의 삶에 대해서만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무너져 있던 한 인간의 삶이 의도치 않았던 계기로 인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지금 이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지적하고 개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제시한다.

02.

8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행정고시를 준비하며 지쳐버린 자영(최희서 역)의 삶에 어느 날 우연히 현주(안지혜 역)가 들어온다. 자신과는 달리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현주가 달리는 모습에 자영 또한 그런 모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함께 달리게 된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난 자영에게 주변 사람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지만, 달리는 행위를 통해 그녀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자신의 우상과도 같은 현주와 가까워진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현주는 자신의 삶을 놓아버리고 만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현주가 죽고 나자 다시 한번 자영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이번에는 홀로 자신의 삶을 주도해 나가고자 한다.

타이틀 <아워바디>에서만 보더라도 이 영화가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은 몸이다. 우리가 익히 경험하고 알고 있듯이, 몸은 하나의 대상이 가장 먼저 판단되는 도구로 여겨지기도 하고 개인의 삶의 태도가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반영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외부에서 획득하지 못하는 인정에 대한 욕구나 자존감과 같은 무형적 감정들을 스스로 획득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은 자신이 가장 우울한 시기를 보냈을 때의 경험, 작지만 유일하게 얻을 수 있었던 성취감을 운동을 통해 얻었던 기억에서부터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이 직접적으로는 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삶이라는 측면까지 확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까닭이다.
 

▲ 영화 <아워바디> 스틸컷영화 <아워바디>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03.

영화는 현주의 죽음을 기점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기점은 현주가 되지만, 전반부와 후반부 모두 중심에 위치한 인물은 자영이다. 그렇다고 현주가 자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도구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인상적인 부분이다. 현주는 현주 나름대로 자신만의 삶을 갖고 있으며, 감독은 작품 속에서 그 삶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근거들을 작품 속에 배치해 놓는다.

전반부가 자영의 1차적 변화, 외적 변화를 통해 방치되어 있던 자신의 삶을 바로잡아 나가는 부분의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2차적 변화, 내면의 변화를 통해 흔들리는 삶에 곧은 심지를 세워나가는 부분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양쪽 모두에 '몸'의 요소가 활용되고 있다. 날씬하다, 뚱뚱하다와 같은 형용사로 표현되는 육체적 의미의 변화가 전반부에서 몸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이 부분은 8년 만에 꺼낸 더 이상 맞지 않는 수 많은 청바지들을 거울 앞에서 입어보며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게 되는 장면 등을 통해 표현된다. 건강한 현주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대비되어 표현되는 것 역시 유사한 의미다. 반면, 후반부에서는 자신의 몸에 대한 '주체성'에 대한 문제로 몸의 요소를 활용해 나간다.

04.

죽은 현주의 성적 판타지, 나이 많은 남자와 관계를 갖는 것을 자영이 대신 경험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후반부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장면을 연출하게 된 것에 대해 감독은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의 표현이지만 회사 상사가 성적 주도권을 갖는 것이 아닌, 자영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능동적으로 행위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의 말처럼 이 장면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자영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 주체성을 인지하고 있고 능동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전반부의 육체적 의미로서의 '몸'과도 이어진다. 육체적인 몸이 주는 자신감을 느낄 수 없었던 과거의 자영은 한번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편, 죽은 현주의 성적 판타지를 자영이 의도적으로 경험하고자 하는 것에는 자신이 우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현주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두 사람이 달리기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되고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주가 자신의 깊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인물은 아니었기에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건강함, 활기를 얻기 위해 달리기를 따라 뛰었던 것처럼, 그녀의 심리적인 부분과 마음을 더 이해하기 위해 따라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 영화 <아워바디> 스틸컷영화 <아워바디>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05.

자영은 언제나 미래를 위해 현실을 담보로 하는 삶을 살아왔던 인물이다. 판타지를 이야기하는 것 또한 지금 당장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언젠가에 이루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므로 이 또한 미래를 위해 현실을 담보하는 것과 유사하다. 행복의 시점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도, 영화의 마지막에서 자영이 호텔로 들어가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홀로 현재 자신의 몸에 대해 느끼는 장면은 중요하다. 그녀의 삶이 더 이상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임을 암시한다. – 이 부분에서는 그녀의 몸이 달리기로 인해 매력적으로 가꾸어졌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몸의 형태가 어떠한지와 무관하게 개인의 몸은 소중해야만 하는 것이니 말이다. 몸이 가꾸어졌기 때문에 현재를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그녀는 분명, 현주의 판타지를 대신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판타지를 경험한 뒤에 일그러지는 삶의 모습에 대해 느낀 바가 있었을 테니 말이다.

06.

한 여성의 삶을 통해 개인은 물론 사회적 문제에까지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가는 한가람 감독의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어느 한 부분 소홀하지 않고 개인에서 타인으로, 타인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다시 개인으로 순환되는 고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힘 있으면서도 매끄럽다. 물론, 그런 연출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배우 최희서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이 주연으로서 한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아워바디>는 자존감을 잃고 자신의 삶을 방치하고 있는 이들은 물론, 몸과 삶에 대한 주체성을 잃은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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