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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은 못 건드리면서... 팬들 분노 부른 'YG전자'의 성희롱

재미도 감동도 없는 블랙코미디 < YG전자 >... 팬들 "승리 위해 보지 않겠다"

18.10.11 15:58최종업데이트18.10.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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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YG전자 > 포스터. ⓒ Netflix


YG엔터테인먼트와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가 합작해 만든 8부작 리얼 시트콤 <  YG전자 >가 지난 5일 공개됐다. 포스터에 찍힌 '위대한 승츠비의 투머치 야망 폭발', '음악의 신 제작진의 대환장 리얼 시트콤'이라는 문구는 이 프로그램의 방점이 '웃음'에 있음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공개 직후 YG 소속 연예인들의 일부 팬과 시청자들은 불쾌함을 표현하며 불매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웃으라고 만들었는데 불쾌하다는 시청자. 이유가 뭘까?  

< YG전자 >는 빅뱅 승리가 양현석 회장에게 찍혀 YG엔터테인먼트 내 기피 부서 'YG 전략자료본부'의 고문으로 발령나면서 시작된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 다시 양현석 회장의 신임을 얻으려는 승리의 고군분투를 B급 정서로 담아낸 스토리 속에는 YG와 연관된 여러 논란과 스캔들이 빼곡하게 채워졌고, 제작진은 웃음 코드로 '셀프 디스'와 '성(性)'을 택했다. 

밑도 끝도 없는 조롱과 성희롱
 

넷플릭스 < YG전자 > 스틸컷 중 일부. ⓒ Neflix

 
우선 팬들은 이 시트콤에 동원된 연예인들에 대한 조롱과 성희롱이 도를 넘었다고 말한다. 블랙핑크 앞에서 웃옷을 벗고 사인을 요청하는 남자,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한 '은지원 XXX'라는 낙서, 승리가 후배 아이돌 위너에게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팬티를 선물하는 장면까지는, 눈살이 찌푸려지긴 하지만 'B급' 개그를 표방한 프로그램이니 그럴 수도 있다 싶다. 하지만 YG전자는 성폭력까지 희화화며 선을 넘는다.  
 
아이콘의 숙소를 방문한 에피소드에서, YG전자 여성 직원이 소파에 잠들어있는 남성을 아이콘 멤버로 착각하고 특정 부위를 촬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직원은 승리가 자신을 제지하자 "건강해 보여서 찍었다. YG의 미래가 아주 건강하지 않냐"고 말하며 해당 사진을 카메라를 향해 들어 보인다.  

후반부에는 술에 취한 외국 투자자가 YG 소속 신인 모델에게 "몸캠(알몸으로 온라인 대화를 나누는 것) 하자"고 요구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모델이 이를 거부하자, YG전자 고문인 승리는 "배가 불렀다. 높으신 분이다"라며 몸캠을 강요한다. YG전자 직원들은 도망치려는 모델을 붙들고 강제로 옷을 벗기기까지 한다. 

< YG전자 >는 가해를 저지르는 쪽은 여성, 피해자는 남성으로 뒤집은 뒤, 이러한 범죄 행위가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그린다. 성범죄는 그저 웃음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데, 이런 그림에서 우스워지는 것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다. 제작진은 성희롱의 대상을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바꾼 것만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웃음거리로 삼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피해자 웃음 거리 만드는 게 'B급 감성'?

이는 실제 사건이 언급되면서도 마찬가지다. < YG전자 >에는 여러 차례 빅뱅 승리의 과거 스캔들 사진이 등장한다. 승리와 하룻밤을 보냈다고 주장하는 일본인 여성이 잠든 승리의 사진을 몰래 찍어 일본 주간지에 제보한 것인데, 승리 이미지에 큰 손상을 주긴 했지만, 이 사안에서 승리는 엄연히 몰래카메라의 피해자다.

하지만 < YG전자 >는 이런 승리의 사진을 여러 차례 보여주며 "자는 모습이 아기 천사 같다"며 조롱한다. 애초에 스토리상 승리가 'YG전자'로 좌천되는 이유도, 매니저가 술 취해 잠든 승리를 몰래 찍으려 했고, 과거 스캔들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는 승리가 찍지 말라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SNS에 공개되면서다. 승리 본인이 동의했다고 해도,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음을 위해 사용될 만한 소재는 아니다. 

영상이 공개된 직후 팬들은 SNS에 #YG전자_불매 해시 태그를 공유하며 "승리가 색안경 끼고 보지 말라 했지만 이건 아니다. 성희롱 작작 해라", "팬들에게 상처 주는 방송은 필요 없다", "악플러들 고소한다더니 회사가 앞장서서 악플러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팬은 "(승리 팬이지만) 저 프로를 안 보기로 한 건 (승리) 네가 소중해서야"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승리가 주인공인 시트콤이지만, 승리 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 YG전자 > 불매 운동에 나선 이유인 셈이다. 

조롱의 칼날은 약자에게만... 핵심 빠진 풍자
 

넷플릭스 < YG전자 > 스틸컷 중 일부. ⓒ Netflix

 
팬이 아닌 시청자들에게는 반성 없는 '셀프 디스'가 비판의 대상이다. < YG전자 >는 YG엔터테인먼트와 그 소속 가수들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언급한다. 깨끗한 YG를 만들기 위해 소속 연예인들의 소변 검사와 항문 검사를 실시하고, 소지품 검사를 통해 처방전 없는 약물은 모두 압수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마약 논란을 이야기하고, 위너를 탈퇴한 남태현이나 YG를 나간 박봄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그저 아무렇지 않게 등장해 논란을 상기시킬 뿐, 잘못에 대한 반성은커녕 통쾌한 풍자도, 웃음도 없다.  

'B급 유머'라는 것이 사실 그렇게 고상하진 않다. 때론 유치하고, 때론 저질이다. 지금 < YG전자 >를 보며 불쾌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은 'B급 감성'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왜 이렇게 유치해', '왜 이렇게 저질이냐'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 YG전자 >의 조롱과 풍자에는 핵심이 빠졌다. 양현석 회장은 YG를 둘러싼 모든 논란의 책임자이지만, 양 회장은 < YG전자 >에서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아니다. 논란을 일으킨 소속 아티스트를 꾸짖고, YG의 대소사를 감시하고 판단한다. 연예인이든, 일반 직원이든, 그들에게 양 회장은 '어떻게든 잘 보여야 할' 대상이자, 언제나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대단한 사람'이다. 

< YG전자 >가 YG 관련 논란을 언급하는 방식은, 그 책임도 잘못도 모두 아티스트 개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 위기관리에 실패한 회사의 책임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믹스나인> 논란과 같은, 양현석 회장 본인이 직접 연관된 논란은 풍자의 대상도 되지 않았다. YG 내 최고 권력자에 대한 풍자도, YG 시스템에 대한 '셀프 디스'도 없는 블랙코미디에서, 아티스트들만이 우스워졌다. 조롱의 칼날은 그저 상대적 약자들을 향할 뿐이다. 

< YG전자 > 박준수 PD의 전작 <음악의 신>은 잘나가던 스타 이상민이 거액의 빚을 지고 바닥을 쳤다는 실제 스토리를 기반으로, B급 감성과 자학 개그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박준수 PD는 이 구도를 그대로 가져다 < YG전자 >를 만들었다. 하지만 YG도, 승리도, 여전히 잘 나간다. 무엇보다 시청자가 보고 싶었던 YG의 셀프 디스는 이런 방식이 아니었다. 웃으라고 만든 < YG전자 >. 하지만 웃음은커녕 불쾌함을 느끼는 시청자. 대중이 어떤 시각으로 YG를 바라보고 있는지, 어떤 풍자를 바라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이런 간극이 생기고 말았다. 
YG전자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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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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