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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 좌절시킨, 손혜원·김수민 의원의 어이없는 질문

[주장] 선동열 감독, 국감 증인으로 출석... 트집 잡기 일색 분위기 불편

18.10.11 12:20최종업데이트18.10.1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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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감독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국정감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창피한 수준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알맹이가 없는 국정감사'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이런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대다수 야구 팬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회의실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과 양해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선 감독을 포함한 증인들은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문체위 소속 의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줄곧 선동열 감독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던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이 선 감독에게 질문을 했다. 

앞서 선동열 감독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자신의 의견을 밝힌 터라, 국정감사 자리에선 그것을 넘어선 질문이 나왔어야 마땅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선 감독은 질의 과정에 의원들의 공격에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야구를 잘 모르는 국회의원들의 수준 낮은 질문과 대표팀 수장의 시원치 않은 답변은 제기됐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주기 보단 야구팬들의 분노를 키웠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질문들... 국회의원들의 계속된 '헛스윙'
 

▲ 질의하는 손혜원 의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야구 대표팀 선수 선발 관련해서 논란이 컸던 만큼 국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대표팀 선발을 놓고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논란 등은 감독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다고 해서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 선동열 감독은 국정감사장에 섰고, 이미 선 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에 대한 질문들만 나왔다. 

이날 국정감사를 보는 모든 이들을 당황시킨 사람은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A선수와 B선수의 기록이 적힌 자료를 선 감독에게 보여줬다. A는 334타수 91안타 타율 0.272 91안타(8홈런) 39타점 실책 11개 삼진 105개 WAR 2.16, B는 476타수 타율 0.370 176안타(5홈런) 64타점 실책 14개 삼진 40개 WAR 4.91였다.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 속 A는 오지환(LG), B는 김선빈(KIA)이었다.

김 의원은 이것을 토대로 선 감독에게 'B선수가 더 좋은 선수'라는 답변을 유도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이없게도 이는 작년 기록이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참고 자료가 됐던 올 시즌 기록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질문을 받은 선동열 감독 또한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질의하는 김수민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그동안 선수 선발 과정에 문제가 제기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지환 선수와 김선빈 선수는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놓고 다투던 선수들도 아니었고, 김선빈 선수는 지난해 'KBO 골든글로브 유격수상'까지 수상한 선수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과 관련 없는 기간의 성적을 가지고 국정감사장에 나온 것도 문제지만, 같은 포지션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단순 비교한 것은 더더군다나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기록을 인용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다면 올 시즌 여러 선수의 기록을 제시했어야 한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 감독이 지금부터 하실 결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사과하시든지, 사퇴하시든지"라며 "소신 있게 선수를 뽑은 덕분에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고 하지 마라.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손 의원은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선수들을 관찰하러 현장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선 감독이 "오히려 TV로 5경기를 동시에 시청하는 게 더 낫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손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출근도 안 하면서 2억 원을 받느냐, 판공비는 무제한으로 지급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선동열 감독은 "판공비는 무제한이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축구 등 여타 프로스포츠 경기가 그렇듯, 같은 시각에 여러 팀이 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야구는 경기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길어질 될 경우 5시간 이상 진행되기도 한다. 가능한 많은 선수들의 타격 모습과 투구 상황을 확인해 대표팀 선수를 선발해야 하는 선 감독 입장에선 TV나 스마트폰 등으로 가능한 많은 경기를 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어찌 보면 그것이 숨어 있는 진주 같은 선수를 찾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목 축이는 한선교 의원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질의한 뒤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물론 이날 국감장에는 선동열 감독을 응원한 의원도 있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종범 MBC SPORTS+ 해설위원의 아들 이정후(넥센) 선수가 1차 대표팀 선발에서 탈락한 것을 언급하며 "선 감독이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까지 탈락시킨 걸 보면 얼마나 공정하게 선수를 선발하려고 고심했는지 알겠다"라고 말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 또한 선 감독이 직접 언급할 시간을 부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선 감독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병역 특례 제도가 문제"라면서 한선교 의원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야구 팬들의 여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칭찬이었다. 야구 팬들은 병역 특례 제도자체보다는 상무 또는 경찰청 야구단 입단을 미뤄 병역 기피 의혹을 받아온 오지환, 박해민을 대표팀에 발탁한 것에 분노했다. 이에 대한 지적 없이 병역특례 제도만 문제삼는 것 역시 팬들의 질타를 피해가기는 어려웠다.

국정감사에서 질문으로 나왔어야 할 내용들은 무엇일까

선동열 감독이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시점은 지난해 7월이었다.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를 네 달 정도 남겨둔 때였다. 2017년 3월에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이미 한국 야구는 위기임을 실감했고,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들이 10년 가까이 태극마크를 뛰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작점이 될 수 있었던 대회가 바로 APBC였다. 자격 제한이 걸린 만큼 경험이 비교적 적은 젊은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무대였다. 대회 규정에 따라 와일드카드 제도로 3명의 선수를 선발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선 감독은 출전할 자격이 있는 선수들로만 엔트리를 꾸렸다. 비록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패배하며 준우승에 그쳤으나 세대교체를 시작한 선동열호에 비난보다 격려가 더 많았다.
 

▲ 국감장에 선 선동열 감독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남소연

 
사실, 아시안게임도 APBC에 나갔던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출전했어야 할 대회다. 일본, 대만 등 다른 국가들의 대표팀 명단을 보더라도 타 대회보다 전력이 훨씬 약했고 일본은 프로 선수 없이 아시안게임에 임했다. 물론 아시안게임 대표팀도 APBC 대표팀 선수들 중 올 시즌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부진한 선수들을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로 구성했다면 지금 같은 비난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철저히 아시안게임 3연패라는 목표를 고집한 선동열 감독은 베스트 전력을 구성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하나둘씩 발생하고 말았다.

스포츠계를 향한 국정감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23일에는 KBO 정운찬 총재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10일 국정감사에서 쏟아진 질문들을 감안하면, 정 총재가 오더라도 질문 수준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정운찬 KBO 총재가 증인으로 서게 될 23일 국정감사장에선 또 어떤 어이없는 질문이 나올지, 지금부터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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