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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이 맑다고? 아동 학대에 분노한 미쓰백을 품다

[인터뷰] 영화 <미쓰백> 백상아에 외로움 느껴... "아동 문제는 사회의 책임"

18.10.03 14:12최종업데이트18.11.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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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쓰백>에서 백상아 역할을 맡은 한지민.ⓒ BH엔터테인먼트

 
"이전까지는 내게 작품이 주어지니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했다면 <미쓰백>은 색다른 걸 어떻게 채워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작업이었다. 영화에 여성 캐릭터가 다양하지 않다 보니 그간 분량이 적더라도 혹은 크게 새롭지 않더라도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면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골랐다. <미쓰백>을 하고 나서 타이틀롤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다. 15년동안 연기를 해왔는데 타이틀롤 하나 맡기 쉽지 않다. 나는 그만큼의 그릇이었을까 생각하면 부족함이 많다. <미쓰백>은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한지민은 더없이 차분한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인근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 한지민은 <미쓰백>이 한지민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를 물어보는 말에 "용기를 북돋아 줄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vN <아는 와이프>에 이어 <미쓰백>에서도 한지민은 기존에 대중들이 생각하는 한지민의 이미지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미쓰백>에서 한지민은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으면서 욕을 하고 난투극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센' 역할이 아니다. 한지민이 맡은 '미쓰 백' 백상아는 아동이 학대당하는 현장을 그저 보고 넘기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떻게 봤을 때는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연기가 수반되는 배역이다.

한지민은 "어느 순간 그저 역할이 주어졌으니 감사하게 받아서 하는 시기가 아닌 시기가 오긴 하더라"라며 "두려움을 많이 내려놓고 연기적으로 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 <미쓰백>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상상하지 못했던 긴장감

- 타이틀롤을 처음 맡은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나 보다.
"제작보고회 전날 생각하지 못한 무게감과 긴장이 몰려왔다. 자야 하는데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그때 그렇게 하는 게 맞았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 20분 정도 잤는데 계속 꿈을 꿨다. 막 로봇 같은 애들이 나를 공격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개꿈인데 (웃음) 내가 긴장을 많이 했구나 싶더라."

- 현장에서도 그랬나.
"시나리오가 좋아서 선택했고 새로운 연기를 하면서 갈증을 풀었다. 그때는 이 작업이 즐겁고 행복했다면 개봉을 앞두니 현장 스태프들 생각이 나면서 이 많은 사람이 한 작품을 위해 노력했구나 그러니 좋은 말로 평가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다른 배우들에게 기대기도 하고 숨을 곳도 많았는데 맨 앞에 있다 보니 손익분기점은 넘어야 하지 않나 현실적인 부담이 오긴 하더라. 그런데 손익분기점을 다들 말 안 해준다. 내가 부담 가질까 봐 그런가?" (웃음)

- 관객 반응에 대해 걱정하는 게 있나.
"한지민이 '미쓰백'을 연기했을 때 갖는 이질감이 있지 않을까. 그게 불편하다면 자칫 내가 영화 전체에 폐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백상아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거기서 나오는 행동도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 연구를 했다.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이질감은 줄이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 사실 남자분들이 좋아하는 이미지는 아닌 것 같아 걱정이 든다. 타이틀롤로서 보여드린 작품이 없다 보니 긴장도 된다. 과연 보러오고 싶을까 그런 느낌도 든다."

- 제작보고회나 언론 시사에서 아동 학대 근절에 관한 메시지를 여러 차례 던지기도 했다. <미쓰백> 촬영 전부터 아동 학대에 관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아이를 막연하게 좋아한다. 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키워주셔서 당연히 노인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원래 아동학과에 가려다가 포괄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전공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회복지로 바꿨다. 가끔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면서 분노를 하기도 한다. 아직 한국이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아이에 대한 보호가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동 관련 죄를 저지르는 사람에 대한 형량도 너무 적다. 우리가 결국 나이가 들어 못된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극악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 때는 마냥 순수했을 텐데 어떤 사회가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늘 궁금했다. 들여다보면 저 사람도 성장 과정에 있어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한지민이 '미쓰백'을 연기했을 때 갖는 이질감이 있지 않을까. 그게 불편하다면 자칫 내가 영화 전체에 폐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다."ⓒ BH엔터테인먼트

 
-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연기했던 <아는 와이프>에서는 '엄마'로도 나왔다.
"매니저분들이 엄마 역할 잘 할 수 있겠냐고 놀랐는데 난 처음부터 너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웃음)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간접적으로도 많이 봤고 육아에 관심이 많아서 언니가 애를 키우는 모습을 나도 다 체험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아는 와이프> 속에 부부들의 생활이 현실적으로 담겨있기도 했다. 이제 38살이니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두려움을 많이 내려놓고 연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회사에서는 <아는 와이프>에서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그러셨다. 이해할 수 없는데 (웃음) 웃는 것이나 소리지르거나 애드리브 하는 모습들이 나 같다면서. <미쓰백>은 내가 백상아를 닮진 않았지만 평소에 사회 문제 등에 강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있기에 회사에서도 그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 아동 학대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미쓰백>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직접적으로 신을 들여다본다는 게 불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 어떤 아이는 저런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저렇게 힘들까.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물론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아이에게 생기는 문제는 어른이나 사회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뉴스를 보면서 모두가 분노하지만 잠시일 뿐이다. 사회적인 문제를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관객 입장에서 들여다보기 힘든 면이 있긴 하지만 깊이 문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많다는 반응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많이 (이런 드라마나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벽에 결정하다

- 처음 출연 결정할 때 새벽녘이었다고 들었다.
"맞다. 새벽 4시에 결정했다. 감성적이고 이성이 없는 시간에 (웃음) 결정을 하게 됐다. 보통 그 시간에 편지를 써놓고 다음날 아침에 읽으면 깜짝 놀라지 않나. 당시에는 내가 미쓰 백 역할을 하면 사람들이 나를 달리 보겠지 그런 걸 생각하기보다 시나리오 자체에 대해 감정적으로 다가가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 이게 내 이미지를 대단히 많이 바꿔야 하는 작업이구나 그건 미쓰 백을 준비하면서 느끼게 됐다. 내면으로도 그렇지만 외면으로도 그랬다. 마치 머리를 맥주에 빤듯한 색깔로 염색을 했고 가죽 재킷이나 호피 무늬 옷도 '나 이런 사람이야 건들지마'라는 느낌을 주려는 표현 중 하나였다."

- 직접 아이디어를 낸 부분이 있나.
"감독님이 머리나 립스틱에 대해 제안을 하셨는데 피부를 망가뜨리라는 말씀은 못 하시는 것 같더라. 추운 겨울 배경이고 세차장에서 물로 작업을 하는데 너무 춥다. 그런 거침이 얼굴에 드러났으면 좋겠더라. 피부 표현이나 잡티, 다크써클 등 여러 가지 작업을 해서 보여드렸다. 피부가 얇다 보니 주름이 잘 생긴다. 그런데 그 피부가 백상아 역할을 할 때는 도움이 되더라. (일동 웃음) 로션을 안 발라도 건조해지고 주름이 생겼다. 촬영 끝나고 감독님께서 '빨리 피부과 가서 치료받으라'고 그랬다. 피부과 치료를 받으면서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조금씩 복구를 하고 있는데 그래도 나이가 있어서 100% 복구가 되는 것 같진 않다(웃음)." 

- 이지원 감독은 어떻게 한지민 안에서 백상아의 모습을 끌어낸 걸까.
"처음에는 제안을 안 주셨다. 한지민이 섭외 리스트에 있을 때 딱 네 글자로 말씀하셨단다. '됐다 그래!' (일동 웃음) 영화 <밀정> 뒤풀이 자리에서 뵌 감독님 말에 의하면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그간 알던 한지민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날 내가 클러치백을 갖고 갔는데 그게 마치 일수 가방처럼 보였다고 그랬다. 아니 내가 그 뒤풀이 장소에 가지 않거나 그날 핸드백을 메고 갔으면 어쩔 뻔했나(웃음).  
감독님이 생각했던 한지민의 이미지는 맑은 느낌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들어갔다가 나갈 때까지 홀린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고 했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그 뒤에 바로 <미쓰백>의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읽자마자 회사 대표님에게 '이거 너무 좋아요. 그런데 저라는 배우를 (백상아 역할로) 생각하실까요'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이렇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연기적으로 푸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에 대한 갈증보다 연기적인 갈증이 더 컸던 것 같다."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많다는 반응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많이 (이런 드라마나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BH엔터테인먼트

 
- 한지민 배우 스스로도 틀에 박힌 '맑은' 이미지에 답답함을 느끼실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한 초반은 좀 바보스럽게 맑았던 시절이 있었다. 20대 초반에 연기를 시작하면서 느꼈던 건 내가 남들보다 훨씬 느린 아이라는 점이었다. 현장에 덩그러니 혼자 있지도 못하는 아이 말이다. 맑다기보다는 순진하기만 한 아이였다면 <청연>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아 연기를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싶었다. 그전에는 수백 번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청연>을 하면서부터 욕심이 생겼다. 

그 다음부터 작품이 내게 들어오는 게 신기했다. 어떻게 나에게 작품이 들어오지 싶었다. 그리고 점점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나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이미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것에 감사한 느낌이 있지만 다른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당연히 있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선 '나는 이렇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연기적으로 푸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에 대한 갈증보다 연기적인 갈증이 더 컸던 것 같다."

- 아동 학대를 다루고 감정적으로 힘든 촬영이다 보니 지은 역할의 시아 같은 경우에는 상담 치료를 받았다는데 한지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나.
"시아 같은 경우에는 어린 친구이니 (영화 속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친다. 시아의 감정 상태를 가장 조심했다. 늘 상담하고 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웠다. '컷' 소리 나면 무조건 지은이라고 불러선 안 되고 시아로서 대해야 했다. 그런 것들을 충분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나 같은 경우는 어른이다 보니 안 붙여주더라. (웃음) 중반 이후 상아를 표현하면서 많이 외로웠다. 끝나고 나서도 다른 작품과 다르게 잔상이 남더라. 시원섭섭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과연 둘은 잘살고 있을까? 온전하지 않은 백상아가 지은이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미쓰백>을 볼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추석 기간 대작들이 많이 나왔는데 한국 영화의 열풍을 이어서 (웃음)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가 나왔다. 결론적으로 <미쓰백>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누군가의 부모 혹은 부모가 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또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

 

ⓒ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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