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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카톡 하나 받았는데..." 충격적 유튜브 영상의 실체

[기획] 극단적 의견 양극화의 온상이 된 유튜브 ②

18.10.02 14:01최종업데이트18.11.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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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장 막강한 매체로 부상한 유튜브가 '양질의 정보' 대신 '많이 보게' 만드는 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한국에서 1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앱은 유튜브다.ⓒ pixabay

  
이상한 일이다. 내 유튜브 계정에 계속 '먹방'이 올라온다. '불닭면'으로 일그러진 외국인 얼굴이 뜨는가 싶더니, 곧 남자들이 떼로 달려들어 짜장면 수십 그릇을 거덜내는 비디오가 '추천영상'으로 올라온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먹방 규제' 논란이 뜨겁던 7월 이후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하기에 정부가 나서서 규제안을 꺼내드는지 궁금해졌다. 곧바로 유튜브에 접속해 '먹방'을 검색한 뒤 동영상 두어 개를 찾아봤다. 이게 발단이었다. 

이제 유튜브에 들어가기만 하면 누군가 뭘 맛있게 먹거나, 고통스럽게 먹거나, 놀랄만큼 덤덤하게 대량의 음식을 그릇(혹은 철판)에서 위 속으로 옮겨 넣는 비디오가 쏟아져 들어왔다. 오해 마시라. 내가 고상한 사람이어서 먹방 따위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고급 취향과 거리가 먼 사람으로, 유치한 애니메이션에서 잔혹한 폭력물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는다. 다만 남이 뭘 쩝쩝 먹어대는 방송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남이 짜장면 10그릇을 먹어치우는 것을 보느니 나가서 한 그릇 사먹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식이든 예술이든, 자기 취향이 아닌 것을 자꾸 권하면 즐겁지 않다. 내 계정이 먹방이 아니라 쇤베르크 피아노 조곡으로 뒤덮여도 짜증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삭제해도 삭제해도 다시 부활하는

물론 내 유튜브 페이지가 쇤베르크로 뒤덮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잘 찾아보지 않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이 사이트의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방식 때문이다. 

유튜브는 사람들의 시선을 오래 붙잡을 영상물을 추천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광고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아방가르드 예술보다 음식물을 퍼넣는 비디오가 더 쉽고 강렬하게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먹방을 볼만큼 본 나는 브라우저의 검색 기록과 쿠키를 모두 삭제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제 문제의 비디오를 일일이 선택해 '관심없음(Not interested)' 버튼을 눌렀다. 이러기를 몇 차례, 서서히 먹방이 모습을 감추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날 유명한 먹방 유튜버가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렇게 부활한 먹방을 잠시 내버려 두자 곧 두 개, 세 개로 늘어났다. 얼마 후에는 찾아본 적도 없는 일본 폭식 영상이 뜨기 시작한다. 

그래, 어디까지 가나 보자. 며칠 뒤에는 숫제 '요리(cookery)'가 '추천 주제'로 뜨더니, 전 세계 먹방들이 떼를 지어 찾아왔다. 

유튜브, 음모론의 온상
 

유튜브는 온갖 음모론이 판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멀리는 유태인학살 허구론에서 가까이는 미국 총기사고 조작설까지 수많은 음모론 비디오가 시청자들을 눈과 귀를 유혹한다. 사진은 이에 관해 보도한 미국 인터넷 신문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사 갈무리.ⓒ 비즈니스 인사이더


나는 유튜브에 불만이 많다. 꼭 먹방 때문만이 아니다. 이 사이트에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활개치는 것은 물론, '확인된 거짓말'까지도 호객행위를 하면서 멀쩡한 사람들을 현혹한다. 

최근 영국과 미국의 언론에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을 맹렬히 비판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영국의 진보언론 <가디언>이었다. "허구가 현실을 짓누르다 : 유튜브 알고리즘은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나"라는 기사가 전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실제로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여기에는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허구'라고 주장하는 내용에서부터, 올해 17명 학생의 목숨을 빼앗아간 미국 플로리다 고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을 '조작극'으로 치부하는 영상물까지 올라와 있다. 과거에는 술자리에서도 크게 말하지 못할 허무맹랑한 주장이 전 세계 시청자의 눈과 귀로 배달되고 있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현재 유튜브에는 '세월호 참사는 북한 지령을 받은 좌파 교사들의 조작극'이라는 영상이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올해 올라온 이 우익 음모론 비디오는 무려 50만 이상의 조회수를 자랑한다. 

'세월호 조작사건설'에 따르면, 이 참사는 박 대통령을 내쫓을 목적으로 '공산당'에 의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이 공작을 위해 선생님뿐 아니라 해양경찰까지 동원됐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 충격적인 정보의 출처는 고작 '카톡으로 받았다'는 '펌글'이다. 
 

'세월호 참사는 교사와 해경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비디오 영상. 올해 올라온 이 비디오는 이미 수십만 명이 본 상태다. 이 계정에는 대통령과 방북한 삼성 이재용이 '포로로 끌려간 것'이라고 주장하는 영상물도 떠 있다. '세월호 참사 음모론'과 마찬가지로 '펌글'이 터무니 없는 주장의 유일한 근거다. 사진은 A Shin Ctr 유튜브 채널에서 갈무리.ⓒ 유튜브 갈무리


어떤 바보가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믿느냐고? 영상물 아래를 보면 "천인공노할 늠들"의 "거짖말"(원문 그대로 표기)에 치가 떨린다는, 분노에 찬 댓글 천 여 개 달려있다.

보수 개신교의 신무기 

'가짜뉴스'에 관해서는 보수 개신교도 뒤지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에 맹렬히 반대한 신도들을 동원한 수단도 허위 내용이 담긴 비디오였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미국 목사'이야기와 '수간 합법화' 이야기다. 

목사 이야기는 이렇다. 아이다호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었고, 이후 목사 부부가 동성 커플의 결혼 주례를 거절한 뒤에 고소당했다는 것이다. 이 가엾은 부부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매일 '1000불의 벌금'과 180일 형을 선고 받았다고 한다. 
 

수많은 개신교도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차벌금지법에 반대하게 만든 허위 영상물.ⓒ 유튜브 갈무리


모두 거짓이다. 2014년 당시 아이다호 주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도 않은 상태였고, 그 누군가 목사 부부를 고소한 일도 없다. 목사가 법정에 선 일이 없으니 유죄판결을 받을 리도 없고, 당연히 벌금이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없다. 

사실은 목사가 소송을 당한 것이 아니라 소송을 걸었다. 당사자인 도널드 냅과 그의 아내는 '히칭포스트 결혼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독특한 이름이 말해주듯, 이것은 일반 교회가 아니라 결혼사업으로 돈을 버는 업체고, 그들이 거주하는 코덜레인 시에도 종교기관이 아닌 상업시설로 등록되어 있다. 

시의 법규에 따르면 영리 사업자들은 종교, 인종, 성별 등의 이유로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를 거부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불교도 미용사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머리를 안 잘라주거나, 택시기사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하거나,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빵집 출입을 막을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불만을 품은 목사 부부가 항의했고, 시는 의견을 수용해 이들 업소에 관련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부부는 법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차별할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한국 개신교도 다수가 가짜뉴스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채 집단행동에 돌입했으며, 지금까지도 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사실로 믿고 있다.  
 

'성평등'이 수간, 근친상간, 소아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비디오.ⓒ 유튜브 갈무리


'유럽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후 수간과 근친상간이 합법화됐다'는 주장도 몰상식하기는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라. 동성결혼 합법화가 수간, 근친상간, 소아성애와 무슨 논리적 관계가 있는가? 

덴마크에서는 2012년 동성결혼이 허용되었고, 3년 뒤인 2015년에 동물과의 모든 성행위가 법으로 금지됐다. 동물은 성행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인권'의 시각을 동물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의 영상이 사실을 거꾸로 말한 셈이다. 

그냥 '잘 쓰면' 될까? 

거짓정보는 유튜브의 문제가 아니라 영상물을 올린 사람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는 공간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이 사이트는 특정 비디오를 임의로 선택해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권할 뿐 아니라 자동으로 틀기까지 한다. 이렇게해서 유튜브는 2017년 한해만도 35억 달러, 한화로 4조 원에 달하는 돈을 벌어 들였다. 

물론 유튜브에 무가치한 영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유익하고 희귀한 자료들도 많다. 예컨대 나는 얼마 전 논문 자료를 찾다가 유튜브에서 1980년대의 금성 '테크노피아'와 삼성의 '휴먼테크' 광고를 찾을 수 있었다. 

유튜브가 아니었다면 이 옛날 텔레비전 광고들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강의 시간에도 유튜브는 언론법에 관해 더 없이 소중한 자료를 제공해 준다. 그렇다면 '잘 골라 보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용자들이 정보의 진위와 가치를 투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세상에 걱정할 게 뭐가 있을까? 언론의 오보나 조직적 왜곡도 문제가 될 까닭이 없고, 이익을 위해 사람을 교묘하게 속이는 사기꾼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은 당사자가 '잘 판단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유튜브 비디오를 요긴하게 쓰고 있고, 그것을 올려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이런 자료들은 대개 돈이 되지 않는다. 유튜브의 주인인 구글에 수익이 되지 않으며, 그것을 올린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앞의 '휴먼테크' 광고는 4년이 지났는데도 조회수가 7천 대에 머문다. '테크노피아'는 올라온 지 1년이 채 안 된 탓에 백여 건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강의자료로 애용해온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New York Times v. Sullivan)' 명예훼손 관련 비디오는 성적이 더 초라하다.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이 영상은 장장 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데도 조회수가 6천 대 수준이다. 게다가 수업준비와 강의를 위해 60~70번은 족히 시청했는데도, 유튜브는  지난 몇 년 간 이 주제와 관련해 단 하나의 영상도 추천하지 않았다. 이런 유튜브가 먹방, 음모론,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가치' 대신 '자극'을 보상하도록 설계된 유튜브는 앞으로 어떤 영상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소비될 것인지 뚜렷한 그림을 보여준다.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의 그림자

나는 앞의 '목사'와 '수간합법화'에 대한 진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간단하다. 10여 분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출처가 분명하고 신뢰할 만한 방송보도와 재판기록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렇게 쉽게 진위가 판별되는 정보가 수 년간 사람들을 속여온 것이다. 

이 사실은 오늘날 정보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과거에는 '누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는가'가 중요한 문제였다. 정보 자체가 희소했기에 정보의 양이 곧 권력의 차이를 의미했다. 하지만 누구나 정보를 만들어 전세계로 유포할 수 있게 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문제는 가장 막강한 매체로 부상한 유튜브가 '양질의 정보' 대신 '많이 보게' 만드는 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한국에서 1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앱은 유튜브다. 이 비디오 사이트가 네이버뿐 아니라 카카오톡과 페이스북까지 넘서섰다는 사실은, 유튜브가 정보검색뿐 아니라 소통의 기능까지 흡수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유튜브는 가장 막강한 온라인 매체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오프라인 매체인 텔레비전의 영향력까지 넘어서기 시작했다. 미국의 10대는 가장 많이 쓰는 오락매체로 유튜브(34%)를 꼽는다. 넷플릭스는 27%였고, 텔레비전을 꼽은 이들은 유튜브의 절반인 17%에 지나지 않았다. 비슷한 양상이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문제는 있으나 '조심해서 쓰는 것'으로 충분할까, 아니면 영향력에 걸맞은 규제가 필요할까? 유튜브에서 일하다 해직된 한 프로그래머를 통해 유튜브의 문제를 좀 더 깊이 살펴보고, 가능한 해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3편으로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기획①] 충격적인 유튜브 '엄마 몰카', 그보다 더한 것들

 

유튜브는 공간만 제공하는 중립적 서비스가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볼만한 자극적인 영상을 적극 권하고 자동으로 트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사진은 유투버로 돈을 버는 방법을 교육하는 영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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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와 <미디어기호학>을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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