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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피해자 홍가혜 "보복 무섭지만, 기자 고소한 이유"

[스팟인터뷰] 홍가혜씨 심경 토로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고 딸에게 말하고 싶어"

18.09.13 19:26최종업데이트18.09.1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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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 결국 이겼다는 말 한 마디로 퉁치기에는 너무나 큰 피해였고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처음에는 소송을 피하고 싶었다. 한 개인이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해서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당한 일들을 바로잡는 소송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세월호 참사 오보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인 홍가혜씨가 지난달 17일 스포츠월드 전직 기자 김OO씨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홍가혜씨가 청구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 홍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해 김OO 기자에게 천만 원, <세계일보>와 <스포츠월드> 측에 각각 5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허위 인터뷰라며 논란이 됐던 홍가혜 MBN 인터뷰 장면. 이후 MBN은 공식적으로 해당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MBN

 
홍가혜씨는 세월호 사고 이틀 뒤인 2014년 4월 18일 방송사 MBN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구조작업을 하려는 민간잠수부를 지원하는 대신 오히려 이를 막고, 대충 시간만 때우고 가라는 식으로 말했다"라는 인터뷰를 한 이후 여러 언론사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세계일보>는 "홍씨가 과거 걸그룹 티아라 멤버 화영의 사촌언니라고 주장한 글과 야구선수들의 여자친구라며 올린 사진 등이 SNS에 퍼지고 있다"(경찰, 홍가혜 인터뷰 내보낸 MBN 수사 착수 2014.04.18)거나 "홍씨는 예전에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와 프로야구 선수에 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포츠월드에 따르면 홍씨는 과거 티아라 화영의 왕따 사건 때 화영의 사촌언니 행세를 하면서 논란을 부추겼다"("선내 생존자와 대화 나눴다"... 선정적 속보경쟁 '빈축' 2014.04.18)라는 등의 보도를 수차례 이어갔다.

또 <스포츠월드>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홍가혜가 지난 2월 B1A4 세 번째 단독콘서트에서 기자라고 신분을 속이고 찍은 사진이라는 설명과 함께 B1A4 멤버들과 홍가혜가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홍가혜, 연예부 기자 사칭해 B1A4와... 2014.4.23)라는 보도를 이어갔다. 이후 홍가혜씨는 해경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돼 101일 간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김OO 기자는 기사 외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도 수차례 "저는 홍가혜 수사했던 형사에게 직접 그녀의 정체를 파악했습니다. 인터넷에 알려진 것 이상입니다. 허언증 정도가 아니죠.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여자입니다", "말나온 김에 홍가혜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려드리죠. 홍가혜는 영화배우 하고 싶다고 말했고, 실제로 캐스팅 디렉터에게 시나리오도 받았답니다 그리고 진도에 갔죠. 이게 순수한 의도입니까?"라고 적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6월 "원고가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인 화영의 사촌언니를 사칭하거나 당시 함께 사귀던 프로야구 선수 OOO와의 관계를 넘어서서 다른 프로야구선수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유포한 적은 없다. 원고는 그 후 피고들의 위와 같은 보도 및 트위터 글 등으로 인하여 누리꾼들의 입에 담기 어려운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홍가혜)는 피고들의 언론보도 또는 트위터 글에 실린 허위사실로 인하여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므로 피고들은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홍가혜씨 "경찰과 검찰 향한 불신 있었다"
 

홍가혜씨 자료사진ⓒ 추광규

 
홍가혜씨는 1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승소 소감을 털어놓았다. 홍씨는 "이 사건이 얼마나 컸는지... 아마 웬만한 국민들은 다 기억할 것이다. 홍가혜라는 사람이 허언증이라고"라며 "김OO씨가 '내가 홍가혜의 정체를 공개한 이유'라는 기사를 썼는데 이 기사가 많이 퍼졌다. 그가 '홍가혜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 일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을까' 기사에 이런 문장을 썼다.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홍씨는 "당시 경찰과 검찰이 내 인터뷰가 거짓이라며 체포하고 구속할 때 김OO 기자의 증언이 중요하게 쓰였다. 그런데 이 자를 처벌하게 하려면 경검에 사건을 맡겨야 하는데, 자기들의 조직이 잡아가둔 사람의 피해구제를 제대로 해결할까 하는 불신이 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또 홍씨는 "돌아올 보복이 무서웠다. 한국을 떠나서 살 게 아니면 소송을 안 하는 게 어쩌면 현명할 거라 생각했다"며 "내가 조금만 잘못해도 이제 어떤 일이든 기사화가 되는 건 아닐까 압박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내 딸에게 엄마가 세월호 관련해서 거짓말을 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소송에서 지더라도) 엄마가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는 것을 남겨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편, 홍가혜씨는 그간 자신과 관련해 많은 오보를 양산한 언론을 향해 "내가 많은 언론사로부터 피해를 입었지만 역설적으로 피해회복을 도와줄 수 있는 것도 결국 언론이다. 잘못된 사실이 바로 잡힌 결과가 났다면 기사로 많이 써줘야 한다"며 "사람들이 '내가 알고 있었던 게 잘못됐네' 할 때까지 10번이고 20번이고 거짓 기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 소송이 아닌 명예훼손 민사 소송을 먼저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 홍씨는 "아직까지 경찰과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 국가의 개인이 국가기관을 믿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로 잘못한 사람이 합당한 벌을 받고 피해 회복을 받고 그런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들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 형사 고소를 하는 것에 대해 불신했고 민사소송부터 진행했다"고 밝혔다.

홍씨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청구 금액이 일 억이 넘는데 판결이 난 천만 원이라는 금액은 터무니 없다. 내가 구속되는 데 "홍가혜는 거짓말쟁이였어"라는 김OO기자의 증언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라며 "내가 구속된 죄명인 해경 명예훼손과는 별개의 문제지만, 이게 정말 중요한 구속요건이라면 거짓으로 드러난 지금 경검이 오히려 김OO 기자를 고소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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