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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로 존재감 높인 강기영 "키스 신은 상상도 못했는데"

[인터뷰]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진정한 '만찢남' 강기영 "버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18.08.10 11:58최종업데이트18.08.1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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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배우 강기영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배우 강기영이 3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동명의 웹소설,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 드라마의 진정한 '만찢(만화를 찢고 나온)' 캐릭터는 박서준의 이영준도, 박민영의 김미소도 아니었다.

곱슬거리는 머리에 커다란 안경. 진지함과 장난기를 넘나드는 표정까지. 친구 하나 없을 것 같은 이영준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고민을 상담하는 친구. 배우 강기영은 박 박사, 박 사장, 혹은 박경솔로 불리던 원작 속 박유식 그 자체였다.

지난 3일,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만찢남'으로 거듭난 배우 강기영을 만났다. 2014년 tvN <고교처세왕>으로 데뷔한 이래 <오! 나의 귀신님> <더블유> <역도요정 김복주> <로봇이 아니야> 등에서 자신만의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가능하면 (만화처럼) 머리도 노란색으로 하려고 했는데, 실사판이라 과할 것 같아서 참았어요. 특징이 확실한 캐릭터라 원작에서 얻어올 것도 많았죠. 한약을 자주 먹는다든가, 영준이에게 겁을 먹는다든가... 창조보단 모방이 많았는데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너무 기분 좋고,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김비서>의 진정한 '만찢남' 강기영

강기영은 원작과 99%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그 어렵다는 원작 팬들의 열렬한 호응은 물론, 드라마로 박유식 캐릭터를 처음 접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 이정민


원작과 99% 싱크로율을 자랑하던 박유식은 그 어렵다는 원작 팬들의 열렬한 호응은 물론, 드라마로 박유식 캐릭터를 처음 접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원작 웹툰과 소설을 보면서 "원작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너무 만화스럽지 않은" 톤 조절에 집중했다. 초반엔 밸런스를 잡지 못해 "너무 작위적으로 표현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만화라서 가능한 표현들이 있잖아요. 눈의 크기라든가, 표정이라든가. 사람이 만화 캐릭터를 그대로 따라 하면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적당히 과장돼야 하는데, 1~2회는 그 감을 잡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3회 지나면서 조금씩 편해지더라고요. 감독님도 점점 물이 오르는 것 같다 해주시고요. 감을 빨리 잡은 것 같아 다행이었죠." 


드라마는 원작의 메인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갔지만, 주변 스토리는 조금씩 변주가 됐다. 특히 부속실 직원들의 이야기가 대폭 강화됐는데, 원작에서 주변부 캐릭터에 머물던 김지아 비서(표예진 분)와 고귀남 대리(황찬성 분)의 러브라인이 추가되면서 비중이 늘었고, 원작에 없던 황보라(봉세라 역)-강홍석(양철 역)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원작에 비해 줄어든 비중... 불만은 없다


원작에 비해 비중은 줄었지만, 존재감만큼은 빛났다. 강기영 역시 "가성비가 좋은 캐릭터였다"며 웃었다. ⓒ 이정민


새로운 스토리 라인은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볼거리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덕에 박유식의 비중이 줄어들고 말았다. 원작에서는 전처 서진(서효림 분)과 박유식의 만남, 재회 등의 이야기가 더 풍부했다. 촬영 전 원작을 꼼꼼히 살피며 캐릭터를 구축한 강기영이니만큼, 박유식의 서사 생략이 서운하진 않았는지 궁금했다.

"한 회에 한 신, 많아야 다섯 신 정도 등장했거든요? 보신 분들은 이렇게 조금 나오는지 모르시더라고요. 워낙 매력적이고 임팩트가 강한 캐릭터라서 비중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어요. 다들 촬영하느라 고생하는데, 전 제 분량 다 찍었는데 오전인 경우도 있었고... 쾌적하게 일하고, 반응도 좋았으니 너무 좋은 일이죠. 가성비가 좋았던 것 같아요. 하하하."

강기영은 서진과의 재회 에피소드에 대해 "재결합까지 나오는 게 목표였는데, 나와서 다행"이라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생애 첫 키스신 연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키스신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던 그는 "너무 떨리고 긴장됐다"고 했다.

"<역도요정 김복주> 때 뽀뽀신은 있었지만, 키스신은 처음이었어요. 효림씨와 처음 만난 날 인사하고, 두 번째 만나서 말 놓고, 세 번째 촬영에서 키스신을 찍었어요.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떨리고... 리드를 하자니 키스신이 처음이고, 리드를 바라자니 효림씨는 <김비서> 촬영장이 어색할 테고... 서로 낯설어하면서 찍었어요. 다행히 키스 도중에 박서준씨가 들어오는 장면이라 처음부터 웃음이 터졌어요. 다행히 분위기가 부드러워졌죠. (첫 키스신 결과물이 만족스러운지 묻자) 재밌게 나온 것 같아요. 쫑파티날 스태프들과 함께 봤는데 반응이 열광적이더라고요. (웃음)" 

다시 부르고 싶은 배우


유독 한 번 인연을 맺은 작가-감독에게 다시 러브콜을 받는 일이 많았다. 강기영은 "나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드는 분들도 계시다"며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 이정민


강기영과 한 번 인연을 맺은 PD나 작가들에게 다시 러브콜을 받는 일이 많았다. 데뷔작 <고교처세왕>으로 처음 만난 양희승 작가와는 <오! 나의 귀신님> <역도요정 김복주>에서도 인연을 이어갔고, <더블유>의 정대윤 PD는 다음 작품인 <로봇이 아니야>에 그를 캐스팅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박준화 PD 역시, <싸우자 귀신아>에서 만난 바 있다.

"처음부터 저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든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아무래도 한 번 호흡을 맞췄던 작가님이나 PD님의 경우에는 대화도 더 쉽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재미없거나 제가 잘 못 하면 직설적으로 이야기도 해주시고. (웃음)"

한 번 인연을 맺은 제작진의 경우, 이전 작품들을 통해 강기영의 장/단점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 그에게 기대하는 미션도 명확한 편이다. 분명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그가 보여주었던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이 자주 주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오! 나의 귀신님>의 '수쉡' 허민수, <역도요정 김복주>의 김대호, <더블유>의 강석범과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유식 사이에 연상되는 하나의 이미지처럼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보여주었던 살인마 역할이나 <로봇이 아니야>의 친절해 보이지만 내면의 열등감과 질투심으로 변화하는 황유철 역할도 멋지게 해낸 바 있다. 다양한 역할이 더 많이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초조함이나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없는지 궁금했다.

"비슷한 역할이 연달아 주어지면서 고민했던 부분이 없진 않았죠. 식상해질까 두렵기도 했지만, 제 의지로 바꿀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니까... 믿고 다시 불러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더 커서 내려놓은 부분이 많았어요.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라도 전보다 더 잘 살리고 싶었고요. 그러다 이번에 만난 유식이를 통해 '점프업' 할 기회도 얻게 됐잖아요. 강기영이라는 배우를 알릴 기회도 됐고요." 

수월하지만은 않았던 배우의 길... 조금씩 내려놓으며 편해졌다


배우의 꿈을 지키는 일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희망을 놓을 때쯤 적절하게 주어진 당근 덕분에 꿈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 이정민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시작한 배우. 오늘까지 오는 길이 마냥 수월하지 않았고, 그 꿈은 조금씩 깎여나갔다. 강기영은 "내가 편해지기 위해 조금씩 내려놨다"고 했다.

"사람 심리가 그렇잖아요. 높은 이상을 따라갈수록 현실이 늘 불만족스러웠어요. 하지만 조금씩 내려놓으니 잘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코믹한 이미지에 갇힌다는 것에 대해서도요. 환경도 점점 나아지고, 개런티도 조금씩 높아지고... 엄청 풍족하진 않더라도, 이렇게 더운 날 전기요금 걱정 없이 에어컨 틀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돈 만 원을 인출하려다 타행 수수료 1200원이 부족해 하염없이 은행을 찾아 돌아다니던 날도 있었다. 한숨을 너무 많이 쉬어서 과호흡이 생기기도 했고, 이유 없는 체증과 답답함에 병원을 찾은 적도 있었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꿈을 포기할라치면, 그때마다 가뭄에 단비처럼 광고 제안이 들어왔다.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며 배우의 꿈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광고 모델 수입이 없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면서, "버틸 수 있어서,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연기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오늘이 너무 풍족하고, 행복하고, 즐겁다고도 했다.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야 당연히 있죠. 어려운 배역도 해보고 싶고요. 처음엔 못 한다고 욕먹겠지만, 그러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그게 다 내공이 되고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초조해하지는 않으려고요. 지난 시간 동안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해 알게 됐거든요. 유명한 배우들 보면 부럽지만, 저는 또 그 분들이 즐길 수 없는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있잖아요? 한정적인 감초 역할을 주로 맡고 있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비슷한 역할이라도 조금씩 발전시킬 수 있도록,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려고요. 그래서 함께 일했던 분들에게 '또 함께 하고 싶은 배우', '다시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음...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잘 해오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 잘해야죠. (웃음)" 


연기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오늘이 너무 풍족하고, 행복하고, 즐겁다는 배우 강기영. ⓒ 이정민



김비서가 왜 그럴까 강기영 박유식 박경솔 박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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