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집값 떨어질까봐 살려달라는 말 외면... 이 아파트의 비극

[미리보는 영화] 영화 <목격자>에 담긴 현실감... 스릴러 공식에 충실

18.08.08 16:12최종업데이트18.08.08 16:16
원고료주기

영화 <목격자> 관련 사진.ⓒ NEW


시작은 조용했고, 쉽게 끝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우연히 아파트 단지 내에서 벌어진 살인 현장을 목격한 상훈(이성민)이 침묵하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새벽녘 만취한 채 집에서 바라본 살인자의 얼굴, 그리고 상훈을 똑바로 직시하며 암묵적으로 침묵을 강요한 범인(곽시양)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영화 <목격자>의 초반부는 이렇게 이미 벌어진 사건과 앞으로 또 벌어질 수도 있는 사건들이 맞물리며 진행된다.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단지로 뛰어 들어온 피해자는 "살려주세요!"라며 두 시간에 걸쳐 도움을 호소하지만 그 호소를 못 들었는지, 아니면 들었지만 외면한 건지 모를 사람들 틈에서 결국 죽고 만다.

이야기의 동력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목격자>는 바로 이 침묵의 무서움을 관객들에게 설파한다. 어느 순간부터 단지 내를 돌아다니는 연쇄살인마의 살인 동기는 가린 채 아파트 값이 내려갈까 사건에 쉬쉬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을 제시하며 영화는 막연한 불안감을 쌓아간다.

영화의 초중반부터 관객은 이 영화가 범인을 쫓고 주인공이 각종 위기에 빠지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님을 눈치 채게 된다. 범인은 자신을 목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력한 사람들을 하나 둘 제거하고 그럴수록 상훈은 더욱 굳게 입을 다문다. 범인과 목격자 사이 모종의 합의가 생긴 것.

영화 <목격자> 관련 사진.ⓒ NEW


피 말리는 이 균형을 깨고 들어오는 이가 바로 강력반 형사 재엽(김상호)이다. 현장 주변 CCTV와 탐문 수사를 통해 범인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재엽은 유력한 증인인 상훈에게 끊임없이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렇게 영화는 범인과 상훈, 그리고 재엽 사이에 존재하는 삼각의 긴장감을 유지시켜 나간다.

여타 스릴러와 <목격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건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 일반 시민이라는 설정 자체다. 그간 <살인의 추억>(2003) 이후 일종의 전형화가 돼버린 공권력의 무능함이 이 작품에서도 등장하지만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건 해결에 힘쓰는 재엽의 모습은 여타 형사 캐릭터와는 다소 달라 보인다.

대체 왜 신고를 안 했을까. 범인이 상훈과 상훈의 가족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리고 사건 해결에 의지가 없어 보이는 경찰과 설령 잡는다 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사법부 등 공권력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목격자>는 바로 이 불신을 동력 삼아 차곡차곡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장점과 약점의 공존

부동산이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무형의 재물이 사람의 목숨과 윤리성보다 우선하는 세태를 <목격자>는 스릴러 장르로 녹였다. 중반 이후까지 상훈이 불안에 떨면서 경찰들에게 윽박지르는 모습이 그래서 서글프게 다가온다.

제법 영리한 구성이다. 살인마에 의해 여성이 죽은 건 살려달라는 외침을 못 들어서가 아닌 듣고도 침묵해서였음이 분명하게 드러나며 영화는 유일한 목격자가 되어 버린 상훈의 마지막 선택으로 초점을 옮겨간다.

영화 <목격자> 관련 사진.ⓒ NEW


설정의 신선함과 구성의 치밀함에도 불구하고 <목격자>의 후반부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앞부분에서 차갑고 건조하게 톤을 유지해왔고 그걸 그대로 밀고 가는 게 좋았을 법 했지만 범인과 상훈의 격투 장면과 홍수 장면 등의 자연 재해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관객에 따라서는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릴 여지가 크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신고 의지를 보이고 행동에 옮기는 인물들은 모두 여성이다. 상훈의 아래층에 살면서 다소 불안 증세를 보이는 여성은 애써 침묵하는 상훈에게 "혼자서는 무서우니 함께 신고하자"고 제안한다. 상훈의 사연을 알게 된 뒤 범인에게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상훈의 아내(진경) 또한 인상적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신선한 소재였지만 '스릴러 장르엔 마땅히 액션 내지는 육체적 대결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강박이 느껴진다. 일관되게 유지되던 영화의 톤이 후반부 들어 급격하게 뜨거워진다는 게 <목격자>의 가장 큰 단점이 된다. 그럼에도 결말 처리 부분에선 점수를 주고 싶다. 각종 아이디어들이 나왔고, 소재 또한 고갈된 것처럼 보인 한국형 스릴러물에서 <목격자>가 시도한 것들은 나름 인정받아 마땅하다.

침묵과 외면의 세상, 방관자들이 결국 더 큰 비극을 만드는 우리 사회에서 경종이 될 만하다.

한 줄 평 : 약점과 강점이 분명한 한국형 스릴러
평점 : ★★★(3.5/5)

영화 <목격자> 관련 정보

감독 : 조규장
출연 : 이성민, 김상호, 곽시양, 진경 등
제공 및 배급 : NEW
제작 : AD406
크랭크인 : 2017년 9월 23일
크랭크업 : 2017년 12월 20일
러닝타임 : 111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8년 8월 15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AD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