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누구나 안다는 프랑켄슈타인, 이렇게 보니 확실히 다르다

[리뷰] 인간의 외로움 파고든 작품,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18.08.10 20:42최종업데이트18.08.10 20:42
원고료주기

▲ 앙리 뒤프레 역의 한지상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8월 26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배우 한지상이 무대를 꾸미고 있다.ⓒ 뉴컨텐츠컴퍼니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 3시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객석에선 훌쩍이는 소리와 킥킥 대는 소리가 번갈아가며 들렸다. 신과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뮤지컬은 묵직함을 기본으로 하지만 중간 중간 웃음 포인트를 더해 균형을 맞춘다.

지난 5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을 찾았다. 이 타임의 <프랑켄슈타인> 캐스팅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 민우혁, 앙리 뒤프레 역의 한지상, 엘렌 역의 박혜나, 줄리아 역의 이지혜, 룽게 역의 김대종 등이었다. 지난 2014년 초연 이후 4년이 지난 2018년 지금 삼연을 선보이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은 초연부터 함께 한 한지상, 김대종의 노련함과 이번에 합류한 민우혁, 박혜나, 이지혜의 신선함이 더해져 조화를 이뤘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하여 재창조했다.

원작 이야기가 만들어진 지 200년이 지났지만 등장인물의 슬픔과 고뇌는 현대 한국 사회를 사는 관객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일으킨다. 특히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는 점은 작품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측면에서 마지막에 그려진 앙리의 선택은 소름 돋는 공감을 자아낸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괴로움은 자신의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 바로 외로움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인 관객이라면 이 결말은 오래도록 가슴 아픈 신으로 남을 것이다.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8월 26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뉴컨텐츠컴퍼니


이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중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그러던 중 신체 접합술에 능통한 의사 앙리 뒤프레를 만난다. 앙리는 빅터의 꿈과 신념에 크게 감명 받아 빅터의 실험에 동참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빅터는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앙리는 빅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한다. 빅터가 연구를 계속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감옥에 간 앙리는 빅터를 대신해 사형 선고를 받아 죽고, 그후 빅터는 완성된 피조물에 앙리의 얼굴을 붙인다.

빅터의 평생을 바친 연구로 탄생한 이 피조물(앙리)은 그러나 빅터의 예상과 달리 거칠고 경계심 많은 '괴물'에 가까웠다. 피조물은 생명을 얻은 직후 빅터의 연구실을 탈출했고 인간 세상에서 3년 동안 방황하며 인간이 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인간들의 세상은 그에게 잔혹하기만 했다. 특히 격투장에 끌려가 비열한 격투장 여주인 에바에게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이용당하면서 피조물은 인간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에 가득 차게 된다. 3년 후 완전히 괴물이 된 피조물은 연인 줄리아와 결혼을 앞둔 빅터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자신을 탄생시켜 고독한 괴물로 살아갈 수밖에 없게끔 만든 창조주인 빅터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등장인물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과학뿐 아니라 철학과 의학에 두루 능통한 천재다. 어린 시절 전염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생명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급기야 창조주 같은 존재가 되어 생명을 창조하려는 꿈을 품는다. 하지만 자신이 탄생시킨 괴물이 자신의 삶을 파괴하자 깊은 회의에 빠지며 괴물과 애증의 관계에 놓이는 인물이다. 배우 민우혁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을 맡아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민우혁은 TV와 무대를 오가며 탁월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주목받았고, <안나 카레니나> <벤허> <아이다> <위키드> <레미제라블> 등에 출연한 바 있다.

앙리 뒤프레는 정이 많고 순박한 성품의 인물로, 친구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신뢰하고 빅터의 생명 창조의 꿈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꿈과 야망보다는 주변의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앙리를 연기한 배우 한지상은 초연 때부터 삼연인 지금까지 이 역을 맡아오고 있다. 그만큼 앙리 캐릭터 분석력에 있어 이해도가 높고 흡입력 있는 연기와 가창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지상은 <모래시계> <나폴레옹> <데스노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더 데빌> <두 도시 이야기> <서편제> 등에도 출연했다.

엘렌은 이기적이고 야망에 사로잡힌 듯보이는 빅터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며, 빅터의 어린시절의 상처와 그의 가문의 비밀, 아픔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엘렌을 연기한 배우 박혜나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또한 빅터의 약혼자인 줄리아는 빅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해해주는 인물이다. 줄리아 역의 배우 이지혜는 사랑에 아파하는 지고지순한 연기를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끝으로 빅터의 집사인 룽게는 충직한 성품의 인물로, 유머러스함을 겸비해 묵직한 이야기에 숨쉴 틈을 제공해준다. 룽게를 연기한 배우 김대종은 이날 관객의 웃음을 가장 많이 유발한 사람이었다.

▲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의 민우혁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배우 민우혁.ⓒ 뉴컨텐츠컴퍼니


<프랑켄슈타인>은 삼연답게 극본과 음악, 무대에서 고루 완성도를 더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왕용범은 <벤허>를 흥행시킨 바 있으며 드라마틱하고 묵직한 연출력으로 이번 <프랑켄슈타인> 삼연에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이 뮤지컬의 음악을 담당한 작곡자이자 음악감독인 이성준은 클래식을 바탕으로 하여 팝, 펑크, 레게, 록, 왈츠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해 관객에게 듣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 잔의 술에 인생을 담아', '난 괴물', '너의 꿈 속에서' 등 <프랑켄슈타인>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넘버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날 위해 울지마 이것만 약속해. 어떤 일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너와 함께 꿈꿀 수 있다면 죽는대도 괜찮아 행복해. 내가 가진 모든 걸 버리고 너의 그 꿈속에 살 수 있다면." - '너의 꿈 속에서' 중

사고로 살인을 저지른 빅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한 앙리가 사형을 선고받고 빅터에게 연구를 이어가달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이 넘버의 제목은 '너의 꿈 속에서'다. 절절한 감정이 담긴 이 넘버는 죽음을 앞둔 앙리의 처절하고도 숭고한 정신이 잘 드러난다.

"차디찬 땅에 홀로 누워 눈물이 뺨을 적시네. 이것이 외로움 혼자만의 슬픔. 이 세상에 혼자 단 하나의 존재. 철침대에서 태어난 나는 너희완 달라 인간이 아냐. 그럼 나는 뭐라 불려야 하나. 내게도 심장이 뛰는데 이 슬픔을 참을 수 있는가." - '난 괴물' 중

'난 괴물'은 괴물이 된 앙리의 한 맺힌 절규가 강렬하게 폭발하는 신에서 흐른다. 인간의 욕망으로 창조된 괴물이 자신의 창조주에게 버림받고 인간들로부터 괴롭힘 당하며 상처 받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존재에 회의적인 질문을 던지며 울부짖는 내용이다. 

<프랑켄슈타인>은 2014년에 초연됐는데 당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과시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 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과 '올해의 창작 뮤지컬' 부문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총 9개 부문의 상을 거머쥐었다. 재연에서는 98%라는 높은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고, 관객의 성원으로 공연을 3주 연장하기도 했다. 재연 당시 개막한 지 10주 만에 매출액 100억 원을 돌파해 한국 창작 뮤지컬 사상 단일 시즌, 최대 매출 기록으로 남는 영예를 안았다. 순수 한국 창작 뮤지컬인 <프랑켄슈타인>은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일본 대형 제작사 토호 프로덕션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지난 2017년 1월 일본에서 공연하며 호평 받았다. 현재 삼연 중인 <프랑켄슈타인>은 오는 26일까지 공연된다.

[관련기사]: '프랑켄슈타인'을 우리가 수출한다고? "벌써 삼연"

▲ 엘렌 역의 박혜나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배우 박혜나.ⓒ 뉴컨텐츠컴퍼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AD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