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한국전쟁 파병 터키 군인이 한국 어린 소녀에게 한 일들

[리뷰] 터키에 대한 새로운 발견, 전쟁 속에 피어난 위대한 인간애... 영화 <아일라>

18.07.12 15:20최종업데이트18.07.12 15:20
원고료주기

<아일라> 포스터. 영화 속엔 없는 장면이다.ⓒ ㈜영화사 빅


사실 영화 <아일라>를 보기 전까진 터키 영화를 딱히 본 적이 없었다. 터키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 한데 영화 <아일라>를 보고 나니 터키도 영화 제작 수준이 꽤 높은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할리우드 영화나 한국 영화와는 다른 또 다른 개성이 있어서 2시간 동안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터키는 6.25 전쟁 당시 한국에 1만 4936명을 파병했다. 미국과 영연방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중 741명이 전사했다. <아일라>에도 소개돼 있지만 맥아더 장군이 세계 각 나라에 파병을 요청했을 때 가장 먼저 응답한 나라라고도 한다. 전쟁이 끝날 무렵엔 전쟁고아들이 지내며 공부할 수 있도록 경기도 수원에 '앙카라' 학원도 지어 기부했다. <아일라>는 이런 고마운 나라 터키의 군인이 한국 소녀와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군대 내 자동차나 기계 등을 고치는 슐레이만(이스마일 하지오글루) 하사는 한국 파병군에 선발돼 사랑하는 약혼녀와 가족을 두고 떠나게 된다. 저격수인 친구 알리(알리 아타이)는 친구만 전쟁터로 보낼 수 없다며 자원해 함께 한국행 배에 오른다. 약혼녀와 가족들은 시시각각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전쟁 소식에 귀 기울이며 불안해하지만 슐레이만은 편지를 보내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애쓴다.

터키군 부대는 인민해방군의 급습을 받는다.ⓒ ㈜영화사 빅


하지만 터키군은 방심하는 사이에 인민해방군에게 기습공격을 당한다. 슐레이만은 미군이 주둔해 있는 평안남도 개천 군우리로 가는 도중 인민군에게 공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다. 이때 슐레이만은 가족을 잃고 어둠속에서 홀로 떨고 있는 어린아이(김설)를 만나게 된다. 아이는 충격을 받은 탓인지 말도 하지 못한다. 슐레이만은 소녀가 달을 닮았다며 '아일라'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아일라는 터키어로 '달'이라는 뜻이다. 그는 소녀를 부대로 데려와 정성껏 돌본다. 아일라는 실어증을 극복하고 어느새 터키어를 배워 아빠 슐레이만과 삼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단선적일 수 있고, 뻔한 감동 공식을 차용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영화가 '실화'임을 내세웠지만 감상하다 보면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듯한 부분도 자주 보인다. 하지만 자칫 단순할 수 있는 메인 줄거리에 풍부한 서브플롯(sub plot)을 더해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아일라는 슐레이만 하사를 아빠처럼 따른다.ⓒ ㈜영화사 빅


친부녀처럼 다정한 사이로 변해가는 슐레이만과 아일라의 이야기 외에도 슐레이만과 약혼녀의 사연, 동료들과의 갈등과 우정, 긴박감 넘치는 전투,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또 아일라와 슐레이만 사이의 교감, 서로를 위하는 마음, 아일라가 슐레이만에게 의지하고 영향 받는 모습 등도 억지스럽지 않게 잘 표현된 것으로 느껴졌다.

영화는 터키와 한반도를 오가며 전개되는데, 이러한 교차편집이 매우 능숙하고 자연스럽다. 또 터키 장면은 알록달록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화면을 보여주는 반면, 한반도 장면은 전쟁 상황답게 단순한 색감에 낮은 채도, 어두운 화면으로 구성해 극적인 대비를 이뤄냈다. 하지만 배경이 되는 촬영지가 한국 같지 않은 곳이 드문드문 보여서 몰입감을 종종 깨뜨리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슐레이만은 전쟁이라는 극한상황 속에서도 우리를 계속 견디게 만드는 것이 '선과 사랑'이라고 약혼녀에게 쓴다. 영화 초반에 그의 온화하고 이타적인 성품을 알려주는 일화도 하나 등장한다. 선한 인상의 배우를 섭외하기도 했지만, 슐레이만 역의 이스마일 하지오글루는 얼굴 근육을 능숙하게 잘 써서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로도 내면을 잘 표현해내는 배우였다. 슐레이만이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이슬람교의 선지자이자 성인의 이름이라고 한다.

아일라는 삼촌들과 있어야 한다는 슐레이만의 말을 무시하고 몰래 아빠를 따라간다.ⓒ ㈜영화사 빅


이렇게 영화는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를 거두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 준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일이 두드러진 선행이 아니라 우리 중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통의 일 혹은 당연한 의무라면 이런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은 누구나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권리가 있고, 어른들이 든든한 울타리가 돼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래서 남북한의 수많은 전쟁고아들은 이후 어떤 삶을 살았을지 그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려 보고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전쟁 영화라고 하면 보통 수백억대 제작비와 화려한 스펙터클, 웅장한 사운드 등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 영화는 큰 제작비를 들이지 않으면서도 전쟁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또 6.25 전쟁에 파병한 우방국이라고 하면 미국을 떠올리곤 하는데 미국 외 나라의 파병 상황과 그들의 희생, 기여를 알 수 있고, 외부자가 6. 25를 바라보는 시선도 드러나 있다. 지난달 21일 개봉했지만, 아직 상영관이 남아 있다.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결의 터키식 상업영화를 만날 수 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AD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