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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뛰어넘는 경지에 도달한 인공지능 로봇? 그런데...

[리뷰] 특이점 도달한 로봇의 딜레마에 어설픈 로코라니... <너도 인간이니?>의 아쉬움

18.07.12 18:34최종업데이트18.07.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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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한 장면.ⓒ KBS


미래학자 레이커즈 와일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은 그 시기를 대략 2045년경으로 예측한다. 특이점이 오면 로봇이 인간의 모든 능력을 뛰어넘는다는 얘기다. 그러면 과거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듯이(유발 하라리 저서 <사피엔스> 중에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일도 벌어질까? 생전의 스티븐 호킹 박사는 경고했다. '특이점 이후 인공지능이 지구를 지배하려 할 것이므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을 드라마를 통해 미리 체험해 볼 수 있게 됐다. KBS 2TV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 이야기다.

특이점에 도달한 인공지능 로봇 남신Ⅲ

KBS 2TV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한 장면.ⓒ KBS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시아버지인 PK그룹 남건호(박영규 분)에게 빼앗긴 천재 과학자 오로라 박사(김성령 분)는 아들의 모습을 꼭 닮은 로봇 남신(서강준 분)을 만들었다. 아들이 자라는 과정에 맞춰 업그레이드 된 남신Ⅱ, 드디어 성년이 된 아들의 모습을 닮은 아니 꼭 같은 남신Ⅲ를 완성했다. 그러던 중 엄마를 찾아왔다가 교통사고로 아들 남신(서강준 분)이 의식을 잃었고, 엄마는 아들의 역할을 인공지능 로봇인 남신Ⅲ에게 맡긴다.

여러 번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남신Ⅲ는 엄마와 남신의 최측근이었던 지영훈(이준혁 분)의 지시를 따라 남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그의 앞에 경호원 강소봉(공승연 분)이 등장하면서 남신Ⅲ은 자꾸만 '통제'를 벗어난다.

통제를 벗어나는 남신을 다시 규율 안에 가두기 위해 엄마가 선택한 건 '수동 모드'였다. 엄마를 사랑했던 남신Ⅲ은 기꺼이 엄마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수동모드는 결혼식 당일 납치 당한 강소봉 앞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연구실에 있는 인공 지능 차를 원격 조종하는 건 물론, 결혼식장을 박차고 뛰어나가 강소봉을 구해내기 위해 괴력으로 납치 차량을 멈추는가 하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오토바이 질주를 마다하지 않는다.

KBS 2TV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한 장면.ⓒ KBS


KBS 2TV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한 장면.ⓒ KBS


그런데 남신Ⅲ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오로라 박사에게 이젠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이 모든 일을 사주한 서종길(유오성 분) 이사를 만나 자신이 확보한 증거를 빌미로 협박까지 한다.

그저 집안의 전기 시스템이나 건드리며 청소 로봇을 친구 삼고, 자신이 검색한 데이터를 기초로 곤란한 결혼 계약을 피하기 위해 강소봉에게 키스할 때만 해도 남신Ⅲ는 조금 능력 있는 인공지능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남신Ⅲ는 더 이상 엄마와 지영훈에게 순종하지 않는다. 그들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특이점'에 이른 것이다.

인간의 지배를 받던 인공지능이 그 '지배'의 시스템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심지어 인간이 예측할 수 있는 지점을 벗어나는 이 상황은 극 초반부터 예고됐다. 남신Ⅲ는 화염에 휩싸인 클럽에서 자신의 정체가 들킬 상황을 넘어 사람들을 구했고, 자율 주행 자동차 시험 주행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차의 난동을 막았다. 하지만 이건 애초에 남신Ⅲ에게 주입된 인명 구조의 원칙이라던가, 엄마가 울면 안아주는 등 기본 시스템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엄마만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진 남신Ⅲ는 강소봉을 만나며 마치 인간 남자가 여성을 만난 듯 변화한다. "감정이 없어 느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남신Ⅲ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행동을 한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엄마마저 거스르며 독자적인 행동을 결정하는 이 장면은 인류의 미래의 화두인 '로봇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그 특이점'의 '위기'로 보인다.

그저 '로코'의 뻔한 캐릭터가 아닌

KBS 2TV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한 장면.ⓒ KBS


하지만 <너도 인간이니?>는 이 인간의 위기를 '전형적인 로코'의 설정으로 넘긴다. 엄마는 '천재 과학자'라는 정체성이 무색하게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남신Ⅲ를 불편해한다. 그 '불편함'의 근원은 인공지능이 아들(남신)의 자리를 위협할까 하는 '두려움'이다. 더구나 아들의 치료조차 위기에 빠진 상황, 그런 엄마의 인간적인 우려로 인해 자신이 만들어 낸 로봇의 '킬 스위치'를 만지작거린다.

즉, 과학적 담론과 위기에 대한 고민이어야 할 이 상황을 드라마는 전형적인 '로코'의 '관계적 위기'로 치환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그 로봇을 사랑한 여주인공, 인공지능 로봇에게 친구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된 지영훈, 그 맞은 편에 질시하는 '인간 엄마'의 감정적 대응. 이 대목에서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는가'라는 화두는 '관계'의 문제로 귀결된다. 차라리 과학자로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면 어땠을까? 세상이 로봇의 진화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인공지능을 만들어 낸 당사자 엄마와 아빠라는 데이빗의 반응은 단순하다.

<너도 인간이니?>, MBC <로봇이 아니야> 등 '로봇'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드라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들은 인공지능이 우리 곁에 친숙하게 다가온 세태를 반영해 드라마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활용'의 방식에 있어 지극히 '로코적 설정'의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은 아쉽다. 인공지능 로봇에 불과한 자신을 인정해주는 강소봉에게 '시스템 에러'를 일으킨 남신Ⅲ가 보여준 활약은 그저 '설레는 로코 남주'의 캐릭터를 넘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KBS 2TV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한 장면.ⓒ KBS


<너도 인간이니?>는 '도구적 존재'인 인공지능 로봇의 캐릭터를 극적으로 구현하며 극중 가장 감정이입하기 쉬운 캐릭터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인간적 형체를 지닌 그를 주변 인물들은 모두 이용하기만 한다. 심지어 그의 아버지로 자처했던 데이빗(최덕문 분)마저 알고 보니 남건호(박영균 분)의 하수인이었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기에 이른 인공지능 로봇 남신Ⅲ는 그저 불쌍한 로봇을 넘어 인간에겐 '딜레마'다.

그저 '뻔한 로코의 공식에 따라'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미를 보이는 캐릭터로의 단선적 전개는 외려 <너도 인간이니?>라는 드라마의 설정을 스스로 한정시키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부디 가장 '감성적인 인공지능' 남신이라는 캐릭터를 그저 착한 남자의 캐릭터로 소모하지 않고, 인공지능 가진 딜레마를 극적으로 잘 활용하여 시청률과 상관없이 AI란 소재를 잘 소화한 드라마로 남아주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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