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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군면제 해주자? 문 대통령의 '여섯마디'에 답 있다

[하성태의 사이드뷰] 손흥민의 골과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 누가 계량화할 수 있나

18.07.11 17:04최종업데이트18.07.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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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에서 받는 월급은 34만 파운드(약 5억 원)이지만, 그가 군대에 가면 매월 100유로(약 13만 원)밖에 받지 못한다."

한국 축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이후 지난 4일, 해외 네티즌의 반응을 다루는 커뮤니티가 소개한 한 이탈리아 매체의 기사 내용이기도 했다. 손흥민의 군 입대 문제는 외신들도 주목하는 문제가 됐다. 같은 시기, 해당 커뮤니티는 손흥민 선수의 병역 문제와 관련해 여러 해외 네티즌 의견을 소개했다. 

지난 2월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당시 손흥민의 모습ⓒ 연합뉴스/EPA


그 내용에 크게 다를 게 있겠는가. 한국 축구가 4강에 오른 2002년 당시나 지금이나 상황 등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을. "분단국가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온건한 의견부터 "모든 것이 북한 김정은 때문"이라는 과격파까지. '아시안컵을 노리라'는 구체적인 조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체로는 손흥민의 재능을 낭비해야 하는 징집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독일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끌어냈고, 그 와중에 '손흥민의 눈물'이 대서특필되면서 국내 여론도 대동소이한 방향으로 흘렀다. 심지어 '손흥민의 군 복무 기간 중 일정 시간을 대신 복무해 줄 의향이 있다'는 '복무펀딩' 같은 의견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축구를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군 입대 문제는 메이저 대회마다 매번 불거지는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이에 최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하나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입대 연령 조절'이다.

손흥민의 '국위 선양'과 병역 특례

▲ 손흥민 1%의 기적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골을 넣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독일에 2-0으로 승리했다.ⓒ 연합뉴스


"손흥민 선수의 골. 또 독일전 승리, 이것을 우리가 돈을 주고 살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우리가 자랑하는 첨단 기술로 이런 걸 만들어낼 수 있겠습니까? 손흥민 선수이었기에 가능한 골이었다고 보고요. 물론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뛰었지만 손흥민 선수가 뛰어서 독일을 2-0으로 이겼다고 말씀드릴 수도 있겠는데. 월드컵에서 우리가 독일을 2-0으로 이겼다고 해서 우리 삶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또 GDP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왜 이렇게 우리 모두 다 기쁜 겁니까? 또 왜 이렇게 우리가 독일전 승리를 통해서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건가요. 바로 이것 때문이거든요. '국민 통합', 우리가 갖게 되는 자신감. 바로 이런 것들은 손흥민 선수가 병역의무를 다하는 것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우리에게 소중하다는 것이고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스포츠평론가 최동호는 열변을 토했다. 손흥민과 같이 어떤 '국민 통합'을 이뤄내거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기쁨을 '국민'에게 선사한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최 평론가는 "이런 선수들이 한창 나이일 때 더 잘 뛸 수 있도록 병역 특례를 주자. 아니면 병역의무 이행의 시기를 연기해 주든지, 아니면 다른 형태의 병역을 부과하자"고 부연했다. 최 평론가는 '국위 선양' 대신 '국가 통합'이란 표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웅변은 정몽규 회장이 내놓은 '23세 이하 입대'를 골자로 한 병역 특례와 어떤 면에서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축구협회가 내놓은 병역 특례안이 입대시기를 늦추는 방향이었다면 정 회장이 이번에 제시한 방안은 두각을 나타내는 23세 이하 어린 선수들을 상무와 같은 팀에 적극 선발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일찍 군입대를 마치고 해외 진출의 길을 좀 더 용이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현재 운동선수들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은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따거나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길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선수들에게 군 면제 혜택을 준 이후 월드컵 병역 특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더더욱 손흥민의 군 면제 혜택이 축구계에 주는 효과를 박지성의 그것과 연결시키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현회 스포츠니어스 기자는 병역 특례와 관련 "재능 있는 선수들이 군 생활을 하면서도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충분히 조성이 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상무나 경찰대학과 같은 조건에서 충분히 혜택을 받고 있으니 '형평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많은 분들이 '국민 통합'이라든가 아니면 '국위 선양' 이런 말씀을 하시잖아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국위가 선양되고 국민이 통합되고 우리가 자신감을 얻는다'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반대로 해석을 해 봤을 때 우리가 올림픽에서 쿠바라든가 중국이라든가 이런 나라가 메달을 정말 많이 따는데. 쿠바가 메달을 많이 딴다고 해서 쿠바의 국격이 올라간다거나 그렇게 우리가 느끼지 않잖아요.

이제 지금은 올림픽 메달로 우리가 우리의 국격을 올리는 그런 수준의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서 제가 봤을 때는 지금 있는 혜택만으로도 충분히 선수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 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러면 방탄소년단은?

"만약에 국민 통합이라든가 국위 선양으로 따진다면 손흥민 선수의 병역 혜택도 좋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방탄소년단도 어떻게 보면 큰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병역 혜택을 줘야 되는 거 아닌가."

김현회 기자의 지적이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점령이 손흥민의 활약만큼이나 연일 해외 언론에 소개되고, 그것을 국내 언론이 받아쓰는 형국이다. 게다가 방탄소년단의 위상이나 영향력, 실질적인 경제효과는 나날이 늘어만 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손흥민 vs. 방탄소년단'의 국민통합을, 국위 선양을 누가 계량화할 수 있는가.

▲ '방탄소년단' 위로와 감동 드릴게요!최근 미국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한국 최초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부문 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이 지난 5월 24일 오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정규 3집 < LOVE YOURSELF 轉 'Tear' >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정민


일단 '국민 통합'이나 '국위 선양'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존재한다지만, 단일 종목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월드컵을 보유한 축구만이 유독 병역 특례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비인기종목의 메달리스트가 이런 논쟁의 한가운데 서 있던 사례가 얼마나 되는가.

결국 문제의 본질은 '형평성'이다. 방탄소년단의 '국위 선양'은 계량화되기 힘든 문제다. 월드컵처럼 공영방송 3사 등 온 미디어가 집중해서 전쟁에 빗대 '승리'를 염원하고 중계에 몰두하는 다른 종목이나 분야가 존재하는가. '돈 주고도 못 살 손흥민의 골'과 같은 발상은 그러한 국가주의적 토양에서 싹 틀 수밖에 없다.

'축구'라는 한정된 분야가 아니라 더 너른 대중문화를 살펴보면 어떤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손흥민 못지않은 성과를 이룬,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 중인 방탄소년단의 '입대' 문제는 잠잠하지 않은가.

손흥민에게 집중된 병역 특례 문제를 한류로, K-POP으로 확장시켜 보자. 축구계 상황에 비유하자면 전 아시아를 아우르는 인기를 얻은 스타라도 당연히 군대에 가야 하지만, 서구권을 점령한 방탄소년단급이 되면 '병역 특례'를 고려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제 한류에도, K-POP에도 '금은동'과 같은 메달 시스템이 생겨야 하는 건가.

결국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 관전 포인트는 '손흥민의 병역' 하나뿐인 것 같다. 손흥민은 부정할 수 없는 한국 현역 선수 '원톱'이고,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 3명에도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모든 걸 제치고 '손흥민의 병역'만 거론되는 상황이 불편하다. 나머지 22명은 뭔가. (중략)

서둘러 병역법을 개정하자. 올림픽 메달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 한 번으로 병역을 면제받는 현 시스템을 고치자. 다양한 국제대회를 추가하되 대회 난이도에 따라 포인트를 차등 부여하고, 일정 포인트를 쌓고 병역을 면제하는 제도로 말이다."

지난 9일자 <중앙일보> "'손흥민 군대 가라' 슛" 칼럼의 일부다.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은 현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래야 올림픽에서 4위를 한 선수나 아시안게임 은·동메달 리스트도 웃을 수 있고, 병역 면제를 받고는 현역 선수로 뛰면서 "국가대표를 은퇴하겠다" 소리도 안 하고"라고 적었다. 그는 지난달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공개한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24명 명단 역시 '병역 특례'를 위해 참가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 아쉬움 남기고 귀국한 손흥민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지난 6월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조별예선에서 2골을 기록한 손흥민 선수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권우성


최근 박지성 해설위원은 축구협회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결국 시스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향후 월드컵 진출이나 국제 경기에서의 선전은 어렵다는 직설적인 조언이었다. 선수의 병역 문제도 결국은 마찬가지다. 인기 종목에 쏠리고, 특급 스타에 쏠린 관심은 배제 혹은 차별의 문제를 결과로 낳을 뿐이다. 스포츠 분야뿐만이 아니다. "손흥민의 병역 하나뿐"이란 시선은 "그런데 방탄소년단은?"으로, 또다시 "그렇다면 다른 연예인은, 운동 선수들은?"이란 물음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당시 슬로건을 병역 문제에도 예외 없이 적용해야 마땅하다. 병역 특례가 '특정인의 면제를 위한' 제도에 머물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성취가 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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